"부장 연봉이 태국보다 낮다" 인재 경쟁력 떨어진 日의 반성 [글로벌포커스]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일본은 과장·부장 승진이 늦다. 일본 기업의 부장급 연봉은 태국보다도 낮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5월 31일 공개한 '미래인재비전' 자료에 이러한 내용을 넣었다. 경산성이 세계적인 컨설팅기업 머서의 2019년 총보수 조사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태국의 부장급 연봉은 2000만엔(약 1억9000만원) 가량으로 집계됐는데 일본은 그에 못 미쳤던 것이다.
경산성은 일본형 고용시스템의 특성을 '종신고용'과 '연공형 임금'이라고 언급하면서 "과거 일본형 고용시스템은 대량생산 모델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쟁력의 원천으로 꼽혔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일본 기업 특유의 임금·인사 제도의 전제였던 성장 지속을 전망할 수 없게 되면서 1990년대부터는 일본형 고용 시스템의 한계가 지적돼 왔다"면서 변화를 모색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日 30여년 만에 국가경쟁력 1→34위로…"위기감"
경산성이 이렇듯 반성하는 의미의 자료를 낸 이유는 일본의 국가 경쟁력이 하락하는 배경에 인력 양성 노력 부족과 과거 방식의 고용 시스템 유지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산성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국가 경쟁력 연감' 보고서를 인용해 일본의 국가 경쟁력이 30여년 새 1위에서 30위대로 크게 주저앉았다고 지적했다. 일본 경산성 자료에는 지난해 일본의 국가 경쟁력이 31위를 기록했다고 언급됐는데 이후 발간된 올해 IMD 보고서에서 일본의 순위는 34위로 집계, 세 단계 더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를 만든 경산성의 히라이 히로히데 정책국장은 지난달 30일 일본 경제주간지 프레지던트와의 인터뷰에서 "2030년, 2050년에는 산업구조와 노동수요가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미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 육성하는 곳은 많지 않다"면서 "지금이라도 인재 투자에 대한 부분을 바꾸지 않으면 일본의 미래는 없다는 위기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본 기업의 인력 투자는 다른 주요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일본인 직장인들의 자기계발 의지도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산업성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인력투자 비중은 2010~2014년 기준 일본은 0.10%로 집계됐다. 미국(2.08%)은 물론이고 프랑스(1.78%), 독일(1.20%), 이탈리아(1.09%), 영국(1.06%) 등과 비중이 큰 차이를 보였다. 과거에 비해서도 일본의 GDP 대비 인력투자 비중은 1995~1999년 0.41%였지만 서서히 줄었다.
◆ 직원 참여는 적고 승진 느리고 이직해도 임금 안늘어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이 사람에 투자하지 않고 개인도 자기계발을 하지 않는 사회·경제적인 분위기를 지적했다. 경산성은 갤럽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직원 개인과 기업 조직이 서로의 성장을 돕는 직원의 수 비율을 통계를 내보니 일본은 5%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세계 평균은 20%이고 미국·캐나다가 34%, 중국 17%, 한국 12%인 것을 감안하면 일본이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2019년 한 연구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현 직장에 만족하고 계속 이곳에서 일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답한 비율도 일본이 크게 낮고, 그렇다고 해서 다른 직장으로 옮기겠다는 비율도 조사대상국 최하위 수준이었다고 분석했다. 일본이 과장이나 부장급 승진 자체가 다른 국가에 비해 느리고 직장을 옮긴다고 해도 60% 가량이 임금이 그대로 유지되는 만큼 현 직장에 대한 만족감도 낮지만 이직에 대한 수요도 적은 것으로 해석됐다.
일본 기업의 경우 인사전략이 경영 전략과 연결돼 있지 않고 중장기적인 투자·재무 중요 사항으로 투자자들은 인력 투자를 강조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그보다 덜해 인식 차도 큰 점이 지적됐다. 히라이 정책국장은 인터뷰에서 "일본은 예전에 학교를 졸업하고 막 입사하는 신규 직원 일괄 채용으로 비용은 적게 들이면서 대량으로 인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해왔는데 당시에는 세계 경제에서 강점이 됐지만 지금은 반대로 약점이 된 것 같다"면서 "저성장기에 접어들었는데도 신규 졸업자 일괄 채용이나 장기 고용 시스템은 바뀌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직원 월급은 오르기 어렵고 승진 속도도 느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기시다의 '새로운 자본주의' 4대축 중 하나가 바로 인재
이러한 분위기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대표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로 인해 더욱 확산했다는 비판이 일본 내부에서 흘러나왔다. 원로 경제석학이자 대장성(현 재무성) 관료 출신인 노구치 유키오 국립 히토쓰바시대학 명예교수는 지난달 국내에 출간된 책 '일본인이 선진국에서 탈락하는 날'에서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저 정책이 일본을 급속히 가난하게 만들었다며 노동자를 가난하게 만들고 경제 성장도 멈추게 했다고 비판했다. 꾸준히 이 문제를 언급해온 그는 수출에 유리한 엔화 약세가 실질임금 하락으로 이어져 일본의 1인당 GDP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밑으로 떨어졌다면서 "선진국 탈락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기시다 후미오 내각은 향후 경제 정책의 일환으로 인력 양성에 집중할 계획이다. 우선 기시다 총리는 기업이 임금을 높이도록 지난해 임금을 올리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늘려주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검은 월요일에 줍줍 하세요"…59만전자·400만닉...
또 경산성의 자료가 나온 지난 5월 31일 경제정책인 '새로운 자본주의' 실행계획안을 공표, 전체 4가지 핵심 축 중 '사람에 대한 투자'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여기에는 향후 3년간 4000억엔을 투입해 100만명의 능력 개발과 재취업을 지원하고 직장인의 자기계발, 디지털 등 성장분야로의 분야로의 노동 이동, 겸업과 부업 촉진, 평생교육 환경 정비 등이 포함됐다. 이제는 단순히 대량 채용을 통해 일괄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고 다양성을 확대해 경제 성장과 혁신의 바탕을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일본 기업의 인적자본에 대한 정보공개도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