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사건’ 되나… 檢, ‘피격 공무원’ 수사 가능성
2013년 수사팀, ‘기록물’ 일일이 열람… 조명균 등 파기환송심서 유죄
檢 수사 착수 시, 有경험 한상형 부부장검사 주축 수사팀 구성될 듯
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유가족과 법률대리인이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전날 대통령실과 해양경찰이 발표한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허경준 기자] 서해에서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가족 측이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김종호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기로 했다.
피살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씨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는 22일 오전 9시 30분 서울중앙지검에 이들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소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16일 고 이대준씨의 ‘월북 시도 추정 발표’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2020년 9월 27일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사건 관련 주요 쟁점 답변 지침을 하달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유족 측은 "월북이 추정된다"는 당시 정부의 발표에 청와대의 구체적인 지침이 있었다고 판단, 서 전 안보실장과 김 전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을 우선 고소 대상으로 선정했다. 유가족 측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주변 실무진들의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되고 나면 고소장을 접수할 방침이다.
이 사건의 핵심은 대통령 기록물로 봉인된 이씨의 사망과 관련된 정부의 업무처리 내용 열람 여부에 달렸다. 대통령 기록물은 국회의원 재적인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할 경우, 관할 고등법원장이 발부한 영장이 제시된 경우, 대통령기록관장의 사전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열람할 수 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국회의 동의를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결국 수사를 거쳐 고등법원장이 발부한 영장이나, 대통령기록관장의 승인을 받아서 사건 규명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족 측은 지난달 25일 대통령기록관장을 상대로 관련 기록 정보공개를 청구했고 오는 23일 회신받기로했다. 대통령기록관장의 승인이 날 경우에는 큰 문제 없이 규명이 이뤄지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검찰 수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경우, 지난 2013년 ‘2008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무단 폐기 사건과 유사한 방식으로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시 정상회담 회의록 무단 폐기 의혹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광수)는 일일이 수백만 건에 달하는 대통령 기록물을 모두 뒤져보는 방식으로 수사를 벌였다. 관련자를 소환해 조사하는 팀과 대통령기록관에서 기록물을 열람하는 팀으로 나뉘어 수사가 이뤄진 탓에 수사력을 집중하기 어려운 구조여서 다소 시일이 걸리기도 했다.
기록물을 검찰로 가져올 수 없어 대통령기록관으로 검사와 수사관 등 수사팀을 보내 현장에서 문서를 열람하는 방법으로 수사가 진행됐다. 보안 문제로 인해 비밀번호가 걸려있는 문건은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비밀번호를 해제하고, 보관된 파일명과 실제 문서 내용이 다른 경우도 있어 모든 문건을 대조하는 작업을 거쳐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은 1·2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됐으나,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했고 파기환송심은 지난 2월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피격 공무원 사건의 수사 대상 문건도 대통령 기록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수사와 마찬가지로 복잡한 형태의 수사가 될 확률이 높다. 이에 따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경우,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이들 중 현직에 남아 있는 한상형 제주지검 형사2부 부부장검사(사법연수원 36기)를 주축으로 수사팀이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검은 월요일에 줍줍 하세요"…59만전자·400만닉...
차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대통령 기록물에 대한 수사는 통상적인 검찰 수사와 다르고, 수사 자체가 정치가 돼 버릴 수밖에 없다"며 "검찰로 사건이 넘어온다면, 경험이 있는 검사를 찾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내다봤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