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우박, 예측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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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4년(인조 2년) 가을, 장단(경기 북부)에서 평산(남해)에 이르는 지방에 대(大)우박이 내렸는데, 큰 것은 주발만 하고 작은 것은 계란만 하였다."


오래된 역사 기록에서도 볼 수 있듯, 우박은 조선시대 혹은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꾸준히 발생해 온 기상현상이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그 크기가 밤, 계란 등으로 비유될 정도로 다양했는데, 가끔은 농가에 매여있던 소와 말이 맞아 죽을 정도로 큰 우박이 내리기도 했다. 과거에도 우박은 농작물과 가축에게 피해를 주는 위협적인 존재였다.

현대에 들어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한 해 우리는 때아닌 우박에 농작물 피해 소식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우박은 대기 상층과 하층의 기온 차이가 큰 봄과 가을에 주로 1㎝ 내외의 크기로 발생한다.


그러나 2021년은 4월부터 11월까지 계절과 상관 없이 우박이 관측됐고, 8월에는 태풍 상륙과 함께 통영에 4㎝ 이상의 우박이 관측되기도 했다. 특히 10월과 11월 과수 및 농작물 수확기에 강한 바람을 동반한 2㎝ 이상 크기의 우박이 내리면서 600㏊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고와 피해로 집계되지 않았지만 계곡이나 바닷가에 휴가를 가거나, 가볍게는 집 앞 산책을 나갔다가 갑작스럽게 내리는 우박에 불편을 겪은 사례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021년 한 해에만 수백 건 이상 기록됐다.


우박은 1시간 이내 짧은 시간에 급격히 발달해 특정 지역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2017년 5월31일과 6월1일 사이 한반도의 7개도 25개 시군에 내린 우박이 그러했다.


국지적으로 1시간 정도 우박이 내렸는데, 피해 면적만 8031㏊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27배에 달하는 역대급 규모였다. 우박을 발달시키는 강수 구름이 빠르게는 30분 내로 발달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발생 시각과 장소의 예측에 어려움이 있다.


기상청은 6월부터 날씨알리미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우박 위험 가능 정보를 푸시 알림으로 제공하고 있다. 우박 위험 가능 정보 푸시 알림은 레이더 3차원 입체정보와 기상자료를 활용해 2㎝ 이상 크기의 우박으로 농작물과 과수에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읍면동 단위로 사전에 알려준다.


가을부터는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우박이 내릴 가능성이 있는 지역 정보를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정보를 이용하면 농경지, 과수원뿐만 아니라 도로, 항공 등 교통 분야에서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기후변화로 이례적인 이상기상 현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지금, 우박은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희귀하거나 드문 현상이 아니다. 세계기상기구(WMO)에서 선정한 올해 세계기상의 날 주제는 ‘조기경보와 조기대응(Early Warning and Early Action)’이다. 위험기상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그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및 대비가 필요함에 세계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이번에 기상청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우박정보 서비스가 우박 가능성을 미리 제공하고, 이를 통해 국민이 사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 위험기상에 따른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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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석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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