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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살지 못해 미안"…발달장애 가정의 연이은 비극

최종수정 2022.05.27 11:17 기사입력 2022.05.27 11:17

30년 돌본 중증장애 딸 살해, 발달장애 6세 아들과 투신…
잇단 사건 발생, "국가는 어떻게 멈출 것인가"

30여년간 돌보던 중증 장애인 딸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60대 A씨가 25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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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너무 미안하다. 같이 살지 못해서."


장애인 딸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60대 여성 A씨는 지난 2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지방법원에 들어서며 이렇게 말했다. A씨의 딸은 뇌병변 1급 중증 장애를 앓고 있었으며, 최근에는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A씨는 범행 후 자신도 수면제를 복용해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으나, 집에 찾아온 아들에게 발견돼 미수에 그쳤다. A씨의 아들은 결혼해 분가했고 남편은 생계를 위해 다른 지역을 돌며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가족과 떨어져 지내면서 30년 넘게 딸을 돌봤다.


23일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40대 여성이 발달장애를 앓던 6세 아들과 투신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비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이 여성과 아들을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결국 숨졌다.


이 밖에도 장애 가정의 부모가 처지를 비관해 자녀를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건은 지난 3월 경기도 수원과 시흥에서도 발생했다. 과중한 돌봄 부담과 경제적 어려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 열악한 복지 정책 등에 한계를 느껴 결국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26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죽음을 강요당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추모제'에서 헌화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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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서울복지재단과 함께 진행한 '고위험 장애인 가족 지원방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장애 가정의 10명 중 3명 이상이 돌봄의 어려움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돌봄자 374명 중 35.0%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거나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36.7%는 돌봄 문제로 인해 우울·불안 등의 정신 건강상 문제를 겪고 있다고 했다.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국가가 돌봄 부담을 책임지지 않고 부모들에게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수정 전국장애인부모연대(부모연대) 서울지부장은 2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진행한 발달장애인 가족 추모제에서 "엄마가 6살 아이를 죽였다. 계속 반복되는 이 끔찍한 사건을 국가는 어떻게 멈출 것인가. 그 답을 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부모연대 등 발달장애인 부모와 당사자 555명은 지난달 19일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하며 삭발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 ▲발달장애인 활동서비스 개편 및 확대 ▲발달장애인 소득보장 ▲발달장애인 노동권 보장 ▲발달장애인 주거권 보장 ▲발달장애인 교육권 보장 등을 국정과제로 선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인수위는 이달 3일 ▲최중증 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 모델 확대 ▲활동지원서비스 제도적 사각지대 해소 ▲4차 혁명, 공공부문 등에서의 적합직무모델 개발과 일자리 지원 ▲시설거주 장애인 등의 지역사회 자립을 위한 주택 및 주거서비스 지원 등을 발표했다. 그러나 부모연대는 "전임 정부에서 진행했던 정책들의 재탕"이라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제도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서동명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장애인에 대한 지원은 신체장애에 맞춰져 있고 발달장애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낮 동안 운영되는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이외의 시간은 전적으로 보호자 등 가족이 돌봄을 맡아야 한다"며 "또 장애 당사자에게만 지원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돌봄을 감당하는 가족들에 대한 지원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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