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지역주택조합, ‘현저한 변경’ 있어야 조합원 계약 해제"
‘현저한 사정변경’ 두고 1·2심 판단 엇갈려… 대법 "증명 부족"
[아시아경제 허경준 기자] 아파트를 건설해 조합원들에게 분양하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계약과 달리 지연됐더라도 사업 진행이 불가능해졌다고 볼 ‘현저한 사정 변경’이 없는 한 조합원 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조합원 A씨가 서울의 한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패소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추진위와 지역주택조합 가입계약을 맺고 자금관리신탁사에 계약금으로 2018년 7월 4000만원, 10월 5120만원을 지급하고 이듬해 1월 1차 중도금 명목으로 2910만원을 지급했다.
추진위는 조합원을 모집할 당시만 해도 ‘2020년 12월 아파트 착공, 2023년 2월 입주 예정’이라고 홍보했는데, 일정이 계속 연기되자 A씨는 계약의 무효나 취소, 해제를 주장하며 납입한 돈의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2심의 판결은 엇갈렸다. 1심은 계약 취소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도 조합가입계약에 무효ㆍ취소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A씨가 추가로 주장한 계약해제사유는 받아들였다.
A씨는 "계약 후 3년이 지나도록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했고, 사업부지 확보자금 대부분을 업무대행수수료로 지급해 장차 부지 확보 자금이 부족해 더 이상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됐다’는 내용을 사정변경사유로 삼아, 계약해제를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계약 성립 당시 기초가 된 사정에 현저한 사정변경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진행과정에서 변수가 많고 그에 따라 애초 예상했던 사업진행이 지연되는 사정이 발생할 수 있음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 추진위가 지난해 3월 새로운 대표자를 선임하고 사업성검토업무 용역계약 등을 맺은 점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추진위가 사업 진행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여 사업진행이 불가능해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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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계약 성립 당시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고, 그로 인해 계약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볼 수 있어야 사정변경에 의한 계약해제가 인정될 수 있는데, 그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므로 사정변경에 의한 계약해제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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