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금리 천장 찍었나" 자금 유입…'고점 도달 예상' 투자자 늘고 있는데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채권 금리가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채권 시장이 '패닉'에 휩싸였지만, 이제 채권 금리가 정점을 지나는 중으로 보는 시선이 제법 많아지고 있다. 미국 채권 상장지수펀드(ETF)에 자금 유입이 이뤄지고 있으며 국내 시장에서도 외국인의 채권 순매수 자금이 흘러 들어오고 있다.
11일 글로벌 금융정보 제공업체 리피니티브(Refinitiv)에 따르면 미국 채권 ETF에 2주 연속 자금 순유입이 이뤄지고 있다. 김해인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간 자금 유입 측면에서 보면 미국 국채(SCHR, BIL, SHY), 하이일드(HYG) ETF 모두 2주 연속 자금 순유입됐다"면서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도 불구하고 금리의 고점 도달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늘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중기채 SCHR ETF에 1주일새 13억8100만달러, 2주전에는 15억4500만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미국 초단기국채 ETF BIL, 미국 단기국채 ETF SHY에도 각각 10억5600만달러, 8억2900만달러 자금이 들어왔다. 2주전에도 8억100만달러, 2억9900만달러가 흘러 들어왔다.
국내 시장의 채권 매수 주체는 부재한 상황이지만, 외국인의 이탈 우려가 완화돼 긍정적인 시그널이 잡힌다.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외국인들의 원화채 매수세가 약해지고, 3월 마지막주부터 4월 초까지 약 2주간 외국인이 원화채를 순매도하는 등 외국인 이탈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이후 외국인들은 다시 원화채를 순매수 중이다. 순매수 전환 이후 현재까지 외국인들이 매수한 원화채 규모는 약 6조8000억원으로, 4월 말~5월 초의 순매도 규모(2조7000억원)를 크게 웃돈다. 외국인이 보유한 원화채 잔고는 4월7일 218조원 수준까지 감소했으나 현재는 약 223조원대로 회복된 상황이다. 이는 연초 대비 9조원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채권 금리는 향후의 통화정책 전망이 상당 부분 반영되면서 상승 폭이 커졌고, 채권 가격은 저가 매수 심리를 자극할 만큼 낮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11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발표가 예정되어 있는데, 경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그동안 가파른 금리인상 기대의 원인으로 작용한 물가가 적어도 정점은 지났을 가능성이 확인되면 단기적이나마 금리 안정세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고 짚었다.
장현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급등으로 빠르게 상승한 기준금리 인상 전망치로 인해 국채 금리가 급등해 왔는데, 2분기 중 인플레이션이 고점을 통과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더 빨라지지는 않을 전망"이라면서 "이에 국채 금리도 점차 고점을 확인할 것으로 예상돼 글로벌 채권 시장은 최악의 국면을 통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다만 여전히 과거 대비 높은 인플레이션 및 금리 인상의 초입이라는 점에서 금리의 유의미한 하락전환 가능성은 낮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금리에 영향을 받아왔던 국내 채권 시장도 최악의 국면은 통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보다는 물가를 우선시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행 신임 총재는 물가도 경기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기준금리 인상이 가속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장 연구원은 "단기적 관점에서는 추경 및 회사채 수요 부족에 따라 금리 상승 압력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금리 상승폭은 제한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한미 기준금리 재역전 가능성에 따라 상대적 관점에서의 투자 매력 약화에 대한 우려도 존재하지만 미국 금리의 상단이 확인된 후 비로소 악화되었던 투자심리가 되살아날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망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반도체 최대 6억·'적자 예상' 비메모리 1.6억 보...
다만 아직까지 외국인을 제외하면 국내 채권 시장의 수급 여건이 우호적인 상황은 아니다. 채권형 펀드 자금은 3월 2조6617억원 순유출에 이어 4월에도 1조2724억원 순유출을 기록했으며, 기금이나 보험사 등 수급 주체는 적극적인 채권 매수세를 보이고 있지 않고 있다. 김지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과 수급여건 등 여러 가지가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채권 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천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다"라면서 "외국인을 제외하면 채권 매수에 적극적인 수요 주체도 부재한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완화된다는 단서가 확보되는 것이 필요한 시점으로 변동성 높은 채권 시장 움직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시장의 관망 심리가 크지만, 펀더멘털 측면에서 우려가 높지 않고 국채 금리의 상승폭이 둔화할 가능성이 큰 바 채권 수익률 매력에 점차 시선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추경, 적자국채 발행 필요성 등이 일시적으로 금리의 상승 압력은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