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블루컬러 노동 거부하는 '세계의 공장'
친디아서 신흥국 안티워크 바람
中, 기존 노동 형태에 대한 반감
단기알바·비정형 노동이나 구직포기 하기도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한 때 세계경제를 주도해 나갈 경제대국으로 지목됐던 ‘친디아(Chindia, 중국·인도)’에서 신흥국식 안티워크(Anti work, 반 노동)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제조업 공장이 밀집해 있을 뿐 아니라 거대인구를 기반으로 세계에 노동력을 제공하던 이들 국가에서 기존 노동 형태에 대한 반감이 싹트면서 아르바이트나 비정형 노동에 몸담기를 원하거나 아예 구직을 포기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초대형 커뮤니티인 레딧에서 촉발된 21세기형 ‘안티워크’ 움직임은 당초 사직서를 사진으로 증명하거나 직장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식으로 전개됐다. 최근 몇 년 동안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지켜본 젊은 세대들이 일 할 의욕을 상실하고, 급기야 아예 근로시장에서 이탈해버린 것이다. 이 같은 미국의 노동거부 현상과는 결이 다르지만 중국과 인도에서 나타난 안티워크 움직임도 정부가 우려할 정도의 사회 현상이 돼 가는 추세다.
◆中·印, 블루컬러 노동 거부 움직임 확산= 중국 내에서는 소위 ‘탕핑(?平·드러눕다)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탕핑주의는 덜 풍요롭더라도 단순하고 편하게 살겠다는 삶의 태도를 말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안정적인 제조업 공장에서 단순 노동 대신 다소 소득이 불안정하더라도 플랫폼 기반의 ‘긱 노동(임시직)’을 선호하는 움직임으로 나타났다. 급기야 전국인민대표회의 대표인 장싱하이 샤오캉 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서 "청년들이 음식배달원이 아닌 산업 노동자가 되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정부는 ‘탕핑’을 금지어로 지정하는 등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임금, 근로 시간 등 제조업 현장의 근무 환경 개선이 요원해지면서 젊은층의 안티워크 흐름은 더욱 거스르기 어려워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중국의 젊은 이주 노동자들에게 공장 노동은 매력적이지 않다"면서 "새로운 기회와 도시 배달 서비스의 붐 등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과거의 노동 형태는 과한 요구"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대도시의 배달 기사들은 한 달에 약 1만5000위안(약 285만원) 가량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이는 공장 노동자 월급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중국의 경제학자 좡보 교수에 따르면 공장에서 일하기를 꺼리는 현상은 지방 출신의 중국 이민자 그룹에서 더 보편화 되고 있다. 좡 교수는 "최근 젊은 이주 노동자들은 도시에 머물며 살기를 원하고, 차라리 식당 웨이터로 일할지언정 공장 노동보다는 더 낫고 매력적이라고 여긴다"고 설명했다.
노동가능 인구가 약 9억명에 달하는 인도 역시 상당수가 일을 하지 않는 '무노동' 상태에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뭄바이의 민간 조사기관 인도경제 모니터링센터(CMIE)의 데이터를 인용, 2017년 46% 수준이던 인도의 노동참여율이 2022년 현재 40%까지 급락했다고 전했다. 여성의 경우 같은기간 2100만명이 노동시장에서 이탈했으며, 그 결과 현재 고용상태에 있거나 구직중인 여성은 전체 성인 인구의 9%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통신은 "인도의 일자리 문제가 악화하면서 다수가 구직조차 하지 않고 있다"면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확장하는 인도 경제에 불길한 전조"라고 분석했다.
인도서도 노동참여율 5년새 급감
인구대국 치열한 경쟁에 지쳐
경제성장 후 선진국 반열에 오르지 못하는 '중진국의 함정'
◆양극화와 치솟는 경쟁률…중진국의 함정= 블루컬러 노동을 거부하는 움직임은 선진국으로 올라가려던 중진국에서 나타나는 대표적 사회현상이다.
대부분의 저소득 국가들이 중국이나 인도와 같이 저숙련·저임금 노동자에 의존해 중진국으로 빠르게 성장하지만, 선진국의 경우 고학력·고임금 노동자가 경제성장을 주도한다. 중진국의 단계에서 단순 노동력이 아닌 고숙련 인적 자본이 국가 수준을 선진국으로 끌고 올라가기 마련이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학력이나 생활수준의 양극화를 거듭한 끝에 중진국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스콧 로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에 따르면 1960년 중진국이던 101개 국가 중 2008년까지 고소득 국가가 된 곳은 한국, 대만, 이스라엘 등을 비롯해 13개국밖에 없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쿠날 쿤두 이코노미스트는 인도의 상황을 지목하며 "K자형 성장 경로가 불평등을 더욱 부채질하면서 인도는 ‘중진국의 함정(개발도상국이 성장동력 부족으로 경제성장이 둔화되거나 중진국에 머무르는 현상)’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나라 모두 ‘인구 대국’이라는 태생적 배경 탓에 고학력·고소득자가 되기 위한 경쟁이 과도하다는 점도 블루컬러 노동 회피현상의 이유로 지목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인도 인구의 3분의 2 가량이 노동 가능한 구간(15세~64세)에 있는 인도에서는 좋은 일자리를 향한 경쟁이 치열하다. 인도 내에서 최상위 공과대학에 입학하는 것 마저도 안정적 일자리를 담보하기 어려운 ‘헛수고’로 여겨질 정도다. 맥킨지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 급증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는 인도에서 2030년까지 최소 9000만개의 새로운 비농업 일자리가 창출돼야 하고, 이를 위해선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8~8.5%가 돼야 한다.
실업 상태에 놓인 인도인들의 다수는 학생이나 여성(주부) 등으로 대부분 급속한 기술발전에서 뒤처져 시장성 있는 기술을 습득하는 데에 뒤쳐져 있다고 통신은 평가했다. 여성의 경우 인도 인구의 49%를 차지하지만, 경제 생산성에 대한 기여는 18%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 세계 평균의 절반에 그친다.
인도는 여성 취업 문제 해결을 위해 최저 결혼연령을 21세로 높인 바 있으며, 인도 국영은행(SBI)은 이 방안이 여성의 고등교육과 경력 여건을 개선해 노동참여율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대학졸업 예정자는 1076만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을 웃돌았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한 취업 ‘재수생’까지 더하면 구직시장 대기자는 16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취업사이트 즈롄자오핀 집계에 따르면 올해 취업시즌(3∼4월) 중국 대졸자의 취업률은 46.7%로 작년의 62.8%보다 16.1%포인트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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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 취업자의 월평균 급여는 6507위안(약 126만원)으로 작년보다 12% 감소했으며, SCMP가 추산한 대도시 배달노동자의 월평균 급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게다가 3년째 이어진 코로나19로 고용조건이 좋은 제조업체의 일자리도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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