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안정화 달성했지만
자율 경쟁 저해 담합 조장
소비자 혜택 빼앗아

지원금한도 2배 개정안 추진
업계 '시장 혼란 가중' 비판

단통법 8년, 호갱 사라졌지만 폰값은 급등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유통법)이 시행한 지 8년이 됐다.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이동통신 시장 안정화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지만, 시장 자율 경쟁을 저해하고 사실상 담합을 조장하면서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빼앗는 ‘규제 악법’이라는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시행 8년, ‘호갱’은 사라졌지만

단말기유통법은 단말기 시장의 공정하고 투명한 유통질서를 확립해 이용자의 권익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2014년 10월 도입됐다. 이용자 누구나 휴대폰 가격과 지원금을 정확하게 알고 같은 가격에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이 법의 목적이다. 덕분에 정상가에 구매한 뒤 ‘호갱(호구 고객)’ 소리를 듣는 이들은 사라졌지만 체감 휴대폰 가격은 급등했다. 단말기 보조금이 줄어들자 이동통신 3사의 출혈 경쟁도 사라졌다.

8년이 지난 현재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2013년 월 100만명을 웃돌던 번호이동건수는 현재 38만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일일 이동건수로 보면 2만개에서 5000개 미만으로 4분의 1로 줄었다. 경쟁이 제한되자 통신 3사는 마케팅 비용을 대폭 줄였고, 고객들을 위한 혜택도 자연스레 감소했다. 점유율도 SK텔레콤 50%, KT 30%, LG유플러스 20%로 고착화됐다.


음지서는 여전히 공짜폰

업계는 불법 보조금 지급 등 ‘공짜폰’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유통업체들은 알음알음 장려금 일부를 추가지원금 형태로 고객에게 고가 요금제를 권하고 공짜폰을 판매하고 있다. 단말기유통법을 지키며 판매하는 매장들은 가격 경쟁력에 밀려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전 2만여개에 달했던 휴대폰 판매점은 현재 1만여개로 감소했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자율정화시스템을 통해 통신사에 벌점을 부과하며 관리하고 있지만 벌점 외에 아무런 제재 방법이 없어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다.

단말기 업체들도 단말기유통법 이후 사라졌다. 팬택, LG전자 등은 고전하다 결국 사업을 접었다. 삼성전자, 애플, 샤오미 등만 국내 시장에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있다. 특히 애플은 대표적인 수혜자로 손꼽힌다. 2014년 3분기 5.3%였던 애플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한 분기 만에 27%로 수직 상승했다.


지원금 한도 2배, 업계는 ‘탁상행정’ 지적

방통위는 추가 지원금 한도를 기존 공시지원금의 15%에서 30%로 상향하는 단말기유통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추가 지원금 한도를 상향하면 불법 보조금 경쟁이 줄어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업계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추가 지원금 한도가 상향되면 장려금 차별은 더욱 심화돼 시장 혼란만 가중하고, 이용자 차별도 늘 것으로 봤다. 유태현 KMDA 회장은 "방통위는 규제에 규제를 더하는 단편적인 방식으로 유통업계를 옥죄었다"며 "규제를 피해 생존하고자 하는 일부 유통 업체의 일탈을 조장하면서 성지(불법보조금 운용 매장)와 같은 기형 시장이 탄생했을 때도 또다시 전체 유통을 향한 단편적인 규제 강화를 반복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국회도 지난달 21일 법안소위를 열고 단말기유통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했으나, 심사를 보류했다.

AD

홍명수 명지대 교수는 "공시지원금 상향은 소비자 관점에서 접근했지만,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면서 "단통법 취지를 살리려면 단말기 자급제 활용도를 높여 통신사들의 단말기 가격 영향력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