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담합행위 알았더라면 설계보상비 지급하지 않았을 것"

대법 "입찰 담합해 ‘설계보상비’ 받은 탈락 건설사, 손해배상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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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경준 기자] 입찰에 탈락한 건설사가 설계보상비를 지급받은 뒤 담합을 벌여 고의로 탈락한 사실이 드러났다면, 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부산교통공사가 대우건설·금호산업·SK에코플랜트(전 SK건설) 등을 상대로 낸 설계보상비 반환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부산교통공사는 2008년 조달청을 통해 부산지하철 1호선 연장(다대선) 1·2·4공구의 설계·시공 일괄입찰 공고를 했다. 공고에는 ‘탈락자에게 설계비의 일부를 보상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건설사들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컨소시엄(공동수급체)을 구성해 공구별로 지원,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한진중공업 컨소시엄, 코오롱글로벌 컨소시엄이 공구 하나씩을 낙찰받아 공구당 800억∼1000억원대의 계약을 체결했고 탈락 컨소시엄들의 대표사인 대우건설과 금호산업, SK건설은 설계보상비 약 4억~5억원을 지급받았다.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당시 입찰 과정에 부당 공동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적발하고 담합한 대표사 6곳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22억여원을 부과하면서 발생했다. 건설사들은 낙찰자를 미리 정한 뒤, 일명 ‘들러리’ 컨소시엄들은 형식적으로 입찰해 설계보상비를 챙긴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부산교통공사는 탈락 기업인 대우·금호·SK와 이들의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들을 상대로 설계보상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1심은 담합과 설계보상비 지급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며 들러리 업체들이 부산교통공사로부터 받은 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2심은 입찰의 주체가 조달청이 소속돼 있는 대한민국이어서 부산교통공사가 보상비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조달청과 부산교통공사의 약정에 따라 공사가 입찰 탈락자에게 설계보상비를 지급한 것이기 때문에, 공사가 계약 당사자는 아니지만 설계보상비를 준 주체여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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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부산교통공사는 피고들의 담합행위를 알았더라면 설계보상비를 지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피고들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부산교통공사에 설계보상비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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