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리금·이자 탕감 혜택에 소상공인 모럴해저드 조짐

인수위 '배드뱅크' 카드 꺼내자…"빚 갚지마세요, 정부가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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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지금부터 최대한 빚 갚지 말고 버티세요." "열심히 빚 갚아온 자영업자들만 바보됐습니다."


차기 정부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드뱅크’ 카드를 꺼내자 소상공인 사이에서 쏟아져 나온 반응들이다. 배드뱅크 지원자로 선정되면 원리금 탕감과 이자 감면의 혜택을 입을 수 있는 터라 벌써부터 빚을 갚지 않으려는 ‘도덕적해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성실히 빚을 갚아온 소상공인들은 형평성에 어긋난 제도라며 허탈해하고 있다.

배드뱅크란 부실자산과 채권을 사들여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기관이다. 은행이 소상공인 대출 등 부실채권을 배드뱅크에 매각하면 배드뱅크는 채무자의 상황에 따라 채무를 재조정해 연착륙을 지원한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최근 소상공인진흥공단과 정부, 은행이 공동출자하는 형태로 배드뱅크 설립을 제안하면서 도입이 급물살을 타고있다. 현재 인수위와 금융당국에서 출자규모와 지원방식 등을 놓고 긴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배드뱅크 설립이 기정사실화되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활동하는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현재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한 소상공인은 "빨리 고금리 대출을 받은 뒤 나중에 저금리의 배드뱅크로 갈아타면 된다"면서 대환대출의 편법을 종용하기까지 했다. 또 다른 소상공인은 과거 배드뱅크 경험담을 꺼내며 "배째라식으로 안 갚았더니 결국 정부가 도와주더라"면서 고의 연체를 권유하기도 했다. 코로나19의 힘든 여건에서도 빚을 줄여가고 있는 다수의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또 나랏돈으로 개인의 빚을 갚으려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 소상공인은 "어떻게든 빚 갚아 보려고 투잡에 스리잡까지 하며 버텨온 내 자신이 한심할 지경"이라고 성토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는 "자식 대학 등록금까지 빚 갚는 데 썼다"면서 "휴학하고 군입대를 권유한 아들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전했다.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신용카드 대란 등 각종 금융위기 상황에서 배드뱅크를 종종 활용해왔다. 가장 최근에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국민행복기금’이라는 배드뱅크를 만들어 1억원 이하의 신용대출을 6개월 넘게 갚지 못한 연체자 33만명에 대해 최대 절반까지 빚을 깎아주기도 했다. 당시에도 도덕적해이와 역차별 문제를 비롯해 대상자 선정 방식 등과 관련해 각종 논란이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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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코로나19라는 특수성과 더불어 ‘소상공인’이라는 특정 집단에 국한해 마련하는 첫 배드뱅크라는 점에서 부작용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 피해 여부를 일일이 가려내기 어렵고 같은 채무자임에도 비소상공인이라는 이유로 정부 구제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있어서다. 이정환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 피해 여부를 걸러내기 힘들기 때문에 이론보다는 현실에 입각해 채무 탕감기준을 잘 설계해야 한다"면서 "무작정 빚을 줄이는 방식보다는 채무를 어떻게 잘 조정해 현실적인 상환을 유도하고 재기 가능하게 할지가 관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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