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 박참새 대담집 ‘출발선 뒤의 초조함’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가상실재서점’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큐레이션 서점 ‘모이(moi)’를 운영하며, 도서를 리뷰하거나 낭독하는 팟캐스트 ‘참새책책’을 진행하는 등, 책과 관련된 여러 일들을 지속해오고 있는 박참새의 첫 책이다. 2021년 6월, 문화예술 큐레이션 플랫폼 ANTIEGG를 통해 영상과 녹취록으로 공개된 대담을 기반으로 했다. 대담에 참여한 사람은 김겨울, 이승희, 정지혜, 이슬아. 동시대를 살아가는 2030 세대의 사랑과 선망을 널리 받고 있는 네 여성 창작자이다. 대담의 주제는 ‘출발선 뒤의 초조함’이라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제 막 어떤 일의 출발선 혹은 인생의 한 전환점에 선 자가 그보다 먼저 달려 나간 이들에게 듣는 이야기다.
저마다의 새롭고, 지루하고, 따분하고, 긴장되며, 징그럽고, 끝없이 계속되는 출발 앞에서 느끼는 당연한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다. 당연한 의연함 역시 없음을 말하는 대화이다. 나와 다른 네 명의 사람이 같은 공포를 딛고 계속 걸을 수 있었던 강인함에 대해 나눈 말들이다. 김겨울, 이승희, 정지혜, 이슬아는 기꺼이 되돌아보며 말해준 사람들이었고, 나는 묻고 듣는 사람이었다. 우리가 고르게 얽혀 있는 책이다.
9-10쪽 박참새 ‘시작하는 마음’ 중에서
안 두려울 수가 없죠. 고민도 많이 했었고요. 그런데 휴방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었어요. 거의 몇 달 동안요. ‘12월엔 무조건 쉰다.’ 이 생각으로 11월까지 버틴 거예요. 휴방이 저한테 너무 절실했고, 절실함과 지침이 두려움을 넘어선 상태였던 거죠. 그리고 약간의 자신감도 있었어요. 내가 한두 달 쉬어도, 경력에 대단한 위협이 되지는 않겠다고요. 두려움도 있었고, 약간의 자신감도 있었고, 그냥 ‘에라, 모르겠다. 너무 힘들다.’도 있었고. 이 모든 심정이 결합된 형태의 휴방이었던 것 같아요.
38쪽 김겨울 ‘읽고 쓰는 삶 : 이게 싫어지면 어떡하지?’ 중에서
내 마음에 안 든다고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으면 어떻게 내 길을 만들겠어요. 피드백도 받아야 하는 거고요. 그러니 나의 못남을 좀 견뎌야 하는 거죠. 어쨌든 못하는 게 안 하는 거보다는 결과적으로 나의 발전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그랬고요.
44-45쪽 김겨울 ‘읽고 쓰는 삶 : 이게 싫어지면 어떡하지?’ 중에서
내가 별로라는 걸 인정하면 발전이 없을 수도 있어요. 더 발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 때문에 또 공개를 못해서는 안 되거든요. 그냥 인정해야 해요. 이거밖에 못한다는 것을요.
지금은 이게 최선이지만, 앞으로는 더 나아질 거라고 믿는 거죠. 더 잘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이게 최선이다. 이렇게 두 가지 마음이 있으면 조금 더 대범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64-65쪽 김겨울 ‘만드는 사람 : 단어를 넘나드는 창작에 대하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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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선 뒤의 초조함 | 박참새 지음 | 세미콜론 | 252쪽 | 1만5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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