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藥국가]⑭경찰 "위장수사 도입, 공급·유통 일거 차단"
■ 4장. 변곡점에 선 마약수사
오창한 경찰청 마약조직범죄수사과장
경찰은 점조직으로 구축된 마약 카르텔을 뿌리부터 일거에 와해시키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마약류 범죄에 대한 위장수사를 허용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존재를 감추고 있던 총책과 공급·유통 네트워크를 원점 타격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오창한 경찰청 마약조직범죄수사과장(총경)은 지난달 3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위장수사에 착수할 길이 열리면서 공급망과 유통망을 일거에 차단할 수 있게 됐다"며 "범죄 조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엄격한 요건을 전제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오 과장이 지휘하는 마약조직범죄수사과는 올해 3월 필리핀에 수감 중인 '텔레그램 전세계' 박왕열(47)을 압송해온 데 이어 지난 1일 박씨에게 마약을 공급해온 '텔레그램 청담사장' 최병민(51)까지 태국 현지에서 붙잡아 송환했다.
오 과장은 선제 차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국내에서 유통·투약 사범을 검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약이 국경을 넘어 들어오는 것을 원천 차단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대응"이라며 "현재 32개국에 파견한 영사 63명, 국제협력관 22명을 통해 공급망에 대한 첩보 수집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청은 주요 마약류 제조·공급 국가에 마약 전담 협력관을 파견해 공동 수사로 이어질 수 있는 실질적인 공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유통 구조의 변화에 대해서는 조직과 개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 과장은 "박왕열 사건에서 보듯이 해외 마약 조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메신저에서 '고액 알바'를 미끼로 일반인까지 운반책으로 모집하고 있다"며 "밀반입 수법 역시 케타민을 향신료 소스통에 숨긴다거나 도자기 조각품 내부에 은닉해 국제우편으로 반입하는 등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는데, 마약 원료를 속눈썹 접착제거제로 위장해 대량 밀수출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텔레그램 비대면 유통과 가상자산 결제의 결합을 가장 큰 난관으로 꼽았다. 그는 "밀수·판매·운반·투약·자금세탁까지 모든 과정이 점조직 형태로 철저히 분리돼 있다"며 "온라인 마약 전담팀과 가상자산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 역량을 제고하는 한편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 국제기구와의 공조로 공급망을 현지 차단하는 작전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 구조의 변화가 범죄수익 환수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에는 "피의자를 검거해도 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지 못하면 조직은 다시 자금을 조달해 범행을 반복한다"며 "가상자산 결제대행업자까지 단속하는 등 범죄수익 몰수·추징에도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오창한 경찰청 마약조직범죄수사과장(총경)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마친 후 한국 경찰청 주도로 설립된 '아시아 마약범죄 대응 실무 협의체' 현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그는 "가장 심각한 변화는 신종 마약류 유입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과거에는 마약이 주사기나 가루 형태로 유통됐다면 이제 전자담배, 젤리, 사탕, 심지어는 건강보조제 등 일상 용품으로 위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 과장은 "특히 우려스러운 건 규제를 피하기 위해 화학구조를 변형한 변종 마약류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법적 규제보다 유통 속도가 더 빠른 게 현실이고 어느 한 영역에 규제 공백이 생기면 그 틈을 타 위험이 다시 확산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경찰청은 식품의약품안전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협력하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신종 마약류를 신속히 임시 마약류로 지정하는 등 선제적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6억 vs 4.6억 vs 1.6억…삼성전자 DS부문 '한 지붕...
특별취재팀|장희준 오지은 박호수 이지예 박재현 기자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박호수 기자 lake@asiae.co.kr
이지예 기자 easy@asiae.co.kr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