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한수원 사장 연임 사실상 무산…오는 4일 임기 만료
산업부, 올 1월 한수원에 연임 통보했지만…靑에 제청 안해
'탈원전 알박기 논란'에 부담…檢 '블랙리스트 수사'도 영향
尹 취임 전까지 사장직 유지할 듯…기소 중 임의사직 금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해 10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국전력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 감사 시작에 앞서 보고를 받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해 10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국전력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 감사 시작에 앞서 보고를 받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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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의 재연임 시도가 사실상 무상됐다. 정 사장 임기 만료가 임박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연임안을 청와대에 제청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수원에 정 사장 재연임 방침을 통보했던 산업부가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산업부는 전날까지 청와대에 정 사장 연임안을 제청하지 않았다. 정 사장 임기가 오는 4일 끝나는 데다 산업부 제청 및 청와대 재가에 소요되는 일정 등을 고려하면 연임은 사실상 무산됐다는 평가다.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사장이 임기를 연장하려면 주주총회 의결 후 산업부 장관 제청을 거쳐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재가해야 한다. 다만 정 사장은 임기가 만료돼도 후임 인선이 확정될 때까지 사장직을 유지할 수 있다.

산업부는 정 사장 거취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본래 산업부는 한수원 사장 임기가 만료되기 전 연임안을 청와대에 제청해 승인 받거나 후임 사장을 공모해야 한다. 앞서 한수원은 올 2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열어 정 사장 임기 연임안을 의결했다. 하지만 산업부는 한 달 넘게 정 사장 연임안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고, 제청은 물론 후임 사장 공모 절차도 진행하지 않았다.


당초 정 사장 연임을 시도한 건 산업부였다. 산업부는 올 1월 한수원에 정 사장 임기 1년 연임을 통보했다. 한수원이 약 한 달 후 이사회 등에서 정 사장 연임안을 통과시킨 것도 그래서다. 2018년 4월 취임한 정 사장은 이미 지난해 3년 임기를 마치고 1년 연임한 상황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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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당선에 스텝 꼬인 산업부

산업부 스텝이 꼬인 건 '탈(脫)원전 정책 백지화'를 내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된 때부터다. 산업부 입장에서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둔 정권 이양기에 탈원전 핵심 인사인 정 사장 연임안을 청와대에 제청하는 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 정 사장은 현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을 주도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정 사장은 임기 동안 한수원 원전 조직을 대폭 줄이고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원자력'을 빼자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또 정 사장은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에 연루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산업부가 먼저 나서 한수원 사장 교체 수순을 밟는 것도 쉽지 않다. 아직 윤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인 만큼 청와대 눈치를 보지 않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산업부는 지난 한 달 동안 딜레마에 빠졌던 셈이다.


여기에 '알박기 논란'은 결정타가 됐다. 지난달 중순 정 사장의 연임 시도가 알려지며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 '탈원전 인사 알박기'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후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잇따라 알박기 논란이 불거지며 청와대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검찰, '블랙리스트 의혹' 산업통상자원부 압수수색
    (세종=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이른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25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원전 관련 부서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2.3.25
    kjhpres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검찰, '블랙리스트 의혹' 산업통상자원부 압수수색 (세종=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이른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25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원전 관련 부서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2.3.25 kjhpres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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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의혹'도 부담

결국 산업부는 '침묵'을 택했다. 청와대에 정 사장 연임안을 제청하든 교체 절차를 밟든 신구 권력 갈등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청와대와 인수위가 '알박기 논란'을 두고 노골적으로 대립각을 세운 상황에서 산업부가 정 사장 연임과 관련된 조치를 취하면 논란의 중심이 되는 건 불가피하다. 산업부가 최근까지 정 사장 연임안에 대해 "확정된 사안이 없다"고 일축한 이유다.


검찰이 최근 '탈원전 블랙리스트 의혹'에 칼끝을 세운 것도 산업부 대응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탈원전 블랙리스트 의혹은 산업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현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는 발전공기업 사장 등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최근 탈원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산업부와 발전공기업을 전격 압수수색하는 등 현 정부 정책을 주도한 공직자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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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정 사장은 윤 당선인 취임까지 한수원 수장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기소 중인 공공기관 임직원은 임의사직이 금지된다. 산업부가 먼저 입장을 내놓지 않는 한 정 사장은 후임 인선이 이뤄질 때까지 사장직을 유지하게 된다는 의미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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