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배터리용 광물 증산' 한국전쟁 때 법 발동…자원전쟁 본격화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니켈, 리튬 등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필수 광물을 증산하기 위해 한국전쟁 때 만든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발동키로 했다. 핵심 자원을 둘러싼 전쟁의 서막이 열리는 모양새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은 이르면 31일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리튬, 니켈, 흑연, 코발트, 망간 등을 DPA 적용 대상에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해 흑연, 망간, 희토류를 100% 수입했으며 코발트와 리튬도 각각 76%, 50%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광물들은 전기차 배터리와 대용량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소재로 최근 전기차 수요 증가, 공급망 교란, 우크라이나전 등으로 인해 가격이 급등했다.
한국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1950년에 제정된 DPA는 미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위해 민간 기업에 주요 물품의 생산을 촉진하고 확대할 광범위한 권한을 인정한 법안이다. 미 정부는 그동안 희토류, 마스크 및 백신 확보를 위해 이 법을 활용했다.
미국의 DPA 발동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에너지 및 자원 안보의 중요성이 한층 커진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을 필두로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한 각국의 자원확보전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리치 놀란 전미광업협회(NMA) 회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명령이 그 범위에서는 제한적일 수 있지만 세계 시장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면서 "이러한 행동을 먼저 하지 않으면 우리는 지정학적 경쟁자들의 광물에 대한 지배력에 잡아먹힐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배터리 광물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냉전시대의 힘을 사용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에는 DPA를 활용해 대상 광물을 생산하는 미국 기업에 7억5000만달러(약 9100억원)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배터리 원재료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정부가 이들 기업에 대출을 해주거나 직접 광물을 매입하는 대신 현재 운영하고 있는 시설에 자금을 지원하고 생산성과 안전성을 업그레이드하는 등에 지원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니켈 등을 확보하는 새로운 프로젝트의 타당성 조사를 위한 자금 지원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핵심 산업인 자동차 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전기차 배터리용 원자재 부족을 우려하되 직접 광물을 쌓아두기보다는 관련 업계를 지원해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그동안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기존 자동차 대신 전기차 확대와 함께 희토류의 중국 의존도 탈피, 미국 내 조달 확대에 큰 공을 들여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전기차 공급망 개선과 리튬이온전지 선두 주자인 중국에 대한 자동차 산업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60억달러의 예산을 배정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지난해 7월 보고서에서 미국이 연료를 제외하고 수요의 4분의 1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광물의 수는 1954년 21개에서 58개로 늘었다고 밝혔다. 한 소식통은 "우리는 환경·노동 등에 대한 강력한 기준을 유지하면서 지속가능하지 않은 외국의 공급망에 의존하지 않고 청정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경제를 만들 수 있는 원자재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1만피 간다더니…8000찍자마자 급락한 코스피, 반...
한편, 2019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하는 것을 막고 첨단 핵심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DPA를 활용해 희토류 등 중요 광물개발을 조기에 착수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의료용품 등 미국의 물자난 해소를 위해 DPA를 활용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백신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이 법을 발동해 제약사에 공급량을 늘리도록 했다. 미 정부는 지난해 반도체 부족 사태에 대응해 이 법을 발동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실제 시행하진 않았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