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한 반달가슴곰, 인근 야산서 4개월 만에 발견
현재 곰 소유권 가진 농장주는 구속 상태
동물권단체 "곰 사육산업 잔인해…열악한 환경으로 돌려보내지 말라"
환경부, 2026년부터 국내 곰 사육 금지

철로 된 뜬장 안에 반달가슴곰이 갇혀있다. 사진=동물자유연대

철로 된 뜬장 안에 반달가슴곰이 갇혀있다. 사진=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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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지난해 경기도 용인에 있는 곰 사육농장에서 탈출한 반달가슴곰이 인근 야산에서 발견된 가운데 사육곰을 다시 열악한 사육환경으로 돌려보내지 말아달라는 호소가 나오고 있다.


웅담(쓸개) 채취를 위해 길러지는 곰 사육산업의 실태가 참혹할 뿐 아니라 농장주가 구속된 상태에서 곰을 이대로 돌려보내면 사실상 제대로 보호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29일 용인시 등에 따르면 국립공원공단은 이날 오후 처인구의 한 뒷산에서 반달가슴곰 한 마리를 포착하고 포획 작전에 나섰다. 이 곰은 지난해 11월22일 오전 처인구 소재 곰 사육농장에서 탈출한 반달가슴곰 5마리 중 마지막 남은 한 마리로 추정된다. 당시 달아난 곰들 가운데 2마리는 생포되고 2마리는 사살됐다.


지난해 11월 탈출한 뒤 4개월 동안 곰의 행방이 묘연했던 이유로는 동면이 유력하다. 곰이 그간 겨울잠을 자다가 기온이 오르자 활동을 시작했다는 것이 한강유역환경청의 추측이다.

이에 동물권단체는 동물 본연의 야생성을 억누르는 사육곰 산업의 잔혹함이 드러난다고 비판했다. 겨울이 되면 동면에 드는 것이 곰의 일반적인 습성이지만, 사육곰들은 동면에 들기 어려운 환경에서 사육돼 그 습성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물자유연대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한강유역환경청의 추측이 사실일 경우) 곰이 별도의 학습 없이도 본능과 습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동면을 시도했다는 의미로, 전국에 사육 중인 300여 마리 사육곰들이 자신의 생태와는 관계없이 극도의 억압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국내 사육 곰은 360마리다.


단체는 이어 "탈출 후 가까스로 수개월을 버텨낸 용인 탈출 사육곰을 원래의 뜬장에 다시 돌려보내는 것에 강력히 반대한다. 또한 사육곰을 사살하지 않고 안전한 방식으로 포획한 뒤 복지를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시설에 이주시킬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탈출한 반달가슴곰 5마리가 사육되던 경기 용인시의 곰 사육농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탈출한 반달가슴곰 5마리가 사육되던 경기 용인시의 곰 사육농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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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곰을 보호할 마땅한 시설이 없다는 점이다. 곰의 소유권이 농장주에게 있기 때문에 곰이 생포될 경우 다시 열악한 환경의 사육농장으로 돌아가게 된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에 따르면 앞서 생포된 2마리도 현재 농장에 있다.


동물권단체들은 곰 사육농장에서 바닥까지 철조망으로 엮어 만든 뜬장에 곰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 대표는 "곰 사육환경 기준에 따르면 곰에게 물 웅덩이가 제공돼야 한다. 그런데 (농장에는 물 웅덩이가 없어) 곰이 배설하면서 만들어진 뜬장 밑 오물을 곰이 다시 먹는 등 잔인한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제 그마저도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곰을 관리하던 농장주는 지난 2월10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농장주의 가족들조차 남아있는 곰들에 대한 관리를 포기하면서 동물권단체들의 요구로 현재 환경청이 관리를 도맡고 있다.


조 대표는 "농장주가 관리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비용 청구 등이 들어가야 한다. 또 농장주가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인도적으로 곰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고 저희에게 넘겨주면 좋겠다. 저희가 넘겨받아 생츄어리(보호구역·시설)에 보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5일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2020년 7월 동해시의 한 농장에서 구조한 곰 22마리를 미국의 생츄어리로 이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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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내 곰 사육은 오는 2026년부터 금지된다. 남은 사육곰은 보호시설로 이송해 정부가 관리한다. 환경부는 지난 1월26일 '곰 사육 종식 선언식'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서천군, 구례군에는 생츄어리를 설치하고 곰 관리 기반을 조성할 예정이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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