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2월24일 미사일 공습과 함께 지상군을 투입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전면적인 군사작전을 감행했다. 현재로써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떠한 결말을 맺게 될지 예측하는 것은 섣부른 일이지만 이번 사건이 국제질서의 심대한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결정적 사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서 1989년 독일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함께 시작된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는 공식적으로 막을 내릴게 될 것이다. 1945년 이후 지속된 냉전체제의 해체로 등장한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는 중국의 경제적 부상과 함께 흔들리기 시작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로의 회귀’를 천명하며 중국의 부상을 제어하기 위한 재균형 정책을 통해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노골적인 무역 갈등도 마다하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철군의 명분으로 내세운 것 중에 하나도 중국과의 패권경쟁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통해 중국의 부상를 억제하는 것만으로는 미국의 패권적 지위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미국 패권에 기초한 단극체제의 종식은 강대국들 간의 권력정치가 지배하는 ‘지정학의 귀환’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정학의 귀환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냉전의 종식 이후 한동안 국제정치에서 발자취를 감추었던 지정학의 귀환은 향후 국제질서를 새로운 냉전체제로 재편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선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바이든 행정부가 천명한 ‘민주주의 동맹’은 더욱 추진력을 얻게 될 것이다. 또한 미국 중심의 민주주의 동맹에 맞서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 역시 자신들의 세력권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펼쳐나갈 것이다. 만일 이번 전쟁으로 우크라이나가 분단되는 결과가 초래된다면 베를린 장벽의 붕괴가 냉전종식의 상징이 된 것처럼 우크라이나 분단은 새로운 냉전의 상징이 될 것이다.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착점은 ‘신냉전’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신냉전 체제는 군사안보적인 측면을 넘어서 세계경제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제적 경제교류와 상호의존성의 심화라고 정의될 수 있는 세계화는 냉전의 종식으로 이념적 장벽이 무너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신냉전 체제는 국제적인 경제교류를 가로막는 이념적 장벽이 다시 세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는 세계경제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신냉전 체제의 도래는 세계경제의 심대한 재편을 야기할 것이다. 특히 신냉전 체제에서 세계경제는 지리적인 경계가 아닌 이념적 경계를 중심으로 경제적 블록화가 가속화되는 양상을 보일 것이다. 향후 각 국가들의 경제적 지위 역시 이와 같은 세계경제의 재편 과정에서 크게 변동할 수 있다. 한국의 미래 역시 세계경제의 재편 과정에서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신냉전 체제에서 한국의 위치는 어디여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시작돼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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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환 울산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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