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슬의 슬기로운 씨네리뷰]

카카오TV 오리지널 '며느라기2'
'비혼' 내몰린 여성들
출산·육아는 사회가 고민할 몫

[슬씨네] '며느라기' 결혼·육아에 사이다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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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축하합니다. 임신입니다."


부부는 얼싸안고 기뻐한다. 아내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믿지 못하겠다는 듯 배를 어루만지고, 남편은 병원이 떠나갈 듯 "이제 나도 아빠다"라고 소리친다. 한국 드라마가 '임신'을 그려온 방식이다.

주말극, 미니시리즈 구분 없이 임신 앞에 여성과 남성 모두 격한 감동에 휩싸이는 장면은 일종의 '클리셰'처럼 소비돼왔다. 9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콘텐츠도 아닌데 여전히 TV드라마와 영화에서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온 게 사실이다.


카카오TV 오리지널 시리즈 '며느라기2'(극본 유송이·연출 이광영)는 결혼과 임신, 육아와 일 등을 시의성 있게 그렸다는 평을 얻었다. 2020년 11월21일 첫 공개된 시즌1에서는 대학동기 무구영(권율 분)과 결혼한 민사린(박하선 분)이 며느리로서 마주하는 현실과 가정에서 가부장 제도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작용하는지 그려 호평 속 시즌2 제작을 확정했다. 결혼한 여성이 겪는 불편과 부당함을 담담하게 비춰 많은 여성의 공감을 이끌었다.

지난 1월9일 공개된 '며느라기2'에서는 뜻밖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민사린의 모습이 그려졌다. 산부인과에서 임신을 확인한 남편 무구영은 펄쩍펄쩍 뛰며 크게 기뻐하지만, 민사린의 얼굴에서는 웃음기가 사라졌다. 회사에서 맡고 있는 프로젝트와 계획한 업무에 지장을 줄까, 혹시 내부에 알려지면 어쩌나 걱정이 밀려온다.


무구영은 "언제 엄마한테 알리냐"고 채근하거나 "돌아가신 고모 할머니가 주신 선물 같다"며 속없이 웃는다.


"프로젝트는 다른 사람한테 넘길거지? 출산 휴가는 언제쯤? 회사는 언제까지 다닐거야?" 예상한 반응이 돌아왔다. 중년 남성 상사는 임신 사실을 어렵게 털어놓는 민사린한테 난색을 표한다. 회사에서는 미운털이 박히고 눈치가 보인다. 근심이 가득한 사린을 돕는 건 출산과 육아휴직, 복직을 겪어낸 여성 상사와 비혼을 선언한 여성 후배들 뿐이다. 임신 여성을 짐짝 취급하는 남성 상사에 맞서 사린을 돕는다.


시어머니(문희경 분)는 깃털처럼 가볍게 말한다. "회사 그만 둬. 일해서 떼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남편 월급으로 아이 잘 키우면 되지. (손주가)아들이면 좋겠다." 아무렇지 않게 가해지는 차별과 언어 폭력은 사린을 더 작아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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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무구영은 맛있는 커피도 마시고 술도 마시면서 다를 바 없는 일상을 보낸다. 그러면서 사린에게는 "아기한테 좋다"며 듣도 보도 못한 음식을 먹을 것을 강요하고, 좋아하는 구두도 옷도 음악까지도 통제한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사린이 묻는다. "힘들어하는 나는 안 보여?"


민사린은 임신한 여성을 바라보는 편견에 맞서 더 열심히 일한다. 사정을 뻔히 아는 시어머니는 태연하게 사린에게 전화를 걸어 시댁 제사 일정을 전한다. "몸을 움직이는 게 좋다"며 은근히 거들라는 눈치다. 며느리는 뱃속에 아기를 품고도 시댁 제사 음식까지 만들어야 하는 존재인 것이다. 쭈그리고 앉아 음식을 장만하는 사린을 남편이 돕자 집안 남성들은 기다렸다는 듯 무구영을 불러댄다.


임신을 했지만 여성에게 가사 노동은 당연한 일로 묘사된다. 시아버지는 자신의 아들더러 "어떻게 키우고 공부 시킨 자식인데, 집안일이나 하라고 한 줄 아냐"고 하면서, 며느리한테는 너무나 쉽게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라고 한다. 자신의 아들이 귀한 존재이듯, 며느리 역시 누군가 귀하게 길러낸 딸일 터인데 여성의 희생만 당연시 된다.


민사린은 "죄송합니다"를 달고 산다. 지은 죄도 없는데, 어쩌다 임신했을 뿐인데 하루 아침에 미안한 상황 투성이다. 남편 무구영의 상황은 다르다. 밀려드는 축하 인사에 얼굴에서 웃음이 달아날 일이 없다. 지하철에서도 사린은 눈치를 챙긴다. 임산부 배려석 앞에서 주위를 살피며 앉기를 망설이고, 누군가 들고 탄 음식 냄새에 욕지기가 올라온다.


여성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대사도 등장한다. 아버지는 남편의 폭력에 이혼을 마음먹고 친정집에 머무르는 딸을 향해 "애 낳고 살다보면 다 지나갈 일인데 그걸 못 참았다"며 혀를 끌끌 찬다. 이혼 소송도 쉽지 않다. 여성이 폭력이나 정신적 학대에 노출되면서 증거를 수집하고 증명해야만 가정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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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에는 사이다가 없다. 고구마 전개만 반복되는데, 이는 출산과 육아 현실에서 사이다는 없다는 의도로 읽힌다. 마치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고 싶어? 그럼 사이다는 없어'라고 외치는 듯하다. 이 쯤되면 '며느라기2'는 드라마가 아니라 다큐멘터리가 아닐까.


시즌1에서 여성이 겪는 불합리와 차별 등이 시댁과 남편, 가족의 문제로 그러졌다면 육아와 출산은 사회에서 벌어지는,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로 그려진다. 동시에 임신한 여성이 아무리 애써도 사이다를 찾을 수 없는, 사회에서 어떤 희망도 느끼지 못하는 열패감 가득한 현실을 투영한다.


그러면서 '며느라기2'는 미래를 바라본다. 무구영과 민사린이 현재를 반영한다면, 형 무구일(조완기 분)과 아내 정혜린(백은혜 분)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리킨다. 부부는 성 역할을 지우고 경제 활동을 하는 동등한 주체이자 함께 딸을 키우는 동료로 그려진다. 일과 육아를 공평하게 분담하고, 의견을 교환하며 서로 존중한다.


아내는 명절에 무씨 집안 제사에 참여하지 않고, 자신의 집에 간다. 당당한 며느리지만 딸 앞에선 마음이 약해진다. 워킹맘인 그는 딸을 제대로 돌봐줄 곳이 없자 어렵게 퇴사를 결심하는데, 남편이 말린다.


"당신과 내가 일해서 받는 연봉이 비슷하고 성과급까지 합치면 당신 연봉이 더 세잖아. 당신은 어렵게 꿈을 이뤄 일하는 게 행복하고, 우리 정년도 비슷하니 내가 육아를 하는 게 맞아."


언제쯤 우리는 이 고구마 같은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 이 사회가 여성들에게만 '고구마' 라는 걸 인정하는 날이 오긴 올까.


이제 여성들에게 최소한의 역할을 해주던 울타리마저 사라질지 모른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결혼은 선택이다. 만약 행복과 먼 길이라면 선택하지 않을 자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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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비혼'을 선택하는 여성이 날로 늘어갈까. 아니, 왜 여성들은 '비혼'에 내몰리는 걸까. '며느라기'에 그 답이 있다. 지금, 우리에게 전하는 울림에 모두 귀 기울일 때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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