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CCP 부실관리 문제로
식약처 신뢰 급격히 추락
알로에전잎 간 독성 논란
식약처 아닌 소비자원이 밝혀

식품·의약품 유일한 인허가 기관
안전성 평가·감시업무 일원화
매번 늦거나 책임회피 급급
소비자원·제3의 독립기관에
안전성 평가업무 분리 필요

[김태민의 식의약이야기] 안전 평가 업무도 견제와 균형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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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끝나고 인수위원회가 업무를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나오는 뉴스가 부처 간의 존폐 또는 통합 이야기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식품과 의약품에 대한 안전관리 업무도 변했다. ‘청’이 ‘처’가 되고 축산물에 대한 안전관리 업무가 일원화되는 등 국민의 건강을 위한다는 목표아래 강력한 지지를 받아 진행됐다. 그런데 최근 일련의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 부실관리 문제로 인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추락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안전성 평가 등을 거쳐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로 인정받아 수년간 수많은 국민들이 섭취했던 ‘알로에전잎’을 포함한 제품이 간독성 등을 유발할 수 있어 기능성 원료 목록에서 삭제한다는 행정예고를 보고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이 문제를 알아차린 것은 식약처가 아니라 한국소비자원이다. 작년 8월 한국소비자원은 “알로에 전잎의 기능성분인 바바로인은 하이드록시안트라센 유도체(HADs)로, 1~2주 이상 장기 섭취하면 대장 기능이 떨어지고, 신장염과 간염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의약품청(EMA)은 1일 허용량(10~30㎎) 기준 1~2주 이내로 복용기간을 제한하고 있으나 국내 유통 제품 대부분이 30일 이상 섭취 분량으로 판매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 정도라면 이미 공지돼 있는 사실이었는데 기능성 평가를 담당한 식약처의 직무유기가 너무나 명확해진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해당 제품들은 여전히 판매가 되고 있다. 물론 다른 나라 사람들과 우리 국민에게 동등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올바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식약처가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가 중요하다.

식약처의 뒷북 행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발생했던 불량 도너츠, 순대와 밀키트까지 모두 식품안전관리인증을 무사히 통과한 업체였지만 불시점검에서는 전부 부적합을 받아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한국소비자원의 지적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고, 크릴오일의 인지질 함량문제부터 멀리는 가짜 백수오 사건까지 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식약처가 간과한 문제를 적절하게 짚어낸 적이 많다. 결국 법인에도 이사회와 감사가 따로 있고, 정부 부처에도 감사원이 있고, 부처마다 내부에도 감사담당관을 두는 이유가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식약처는 견제 기능을 충실히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스스로 허가를 하고, 스스로 문제가 있다고 인정해서 허가한 사항을 취소해야 하니 매번 늦거나 책임 회피에만 급급할 수밖에 없다.


식약처가 과거 보건복지부 산하에 있을 때에는 상급기관인 복지부에서 지속적으로 관리를 했으니 소위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축산물 안전 업무가 농림축산식품부에 있을 때에는 상호간에 견제와 균형 원리가 작용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기보다 서로 협력하고 협조하면서 잘못된 것을 고치고 알려주면서 바르게 나아갈 수 있는 틈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유일한 식품, 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에 대한 인허가 기관으로서 안전성 평가부터 감시 업무까지 모두 일원화되다보니 문제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퇴직 공무원들은 산하 협회 임원이나 대형 로펌 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기고,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나 진단키트 단속으로 정신없었다는 핑계가 있긴 했지만 안전 관리 업무에 소홀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다시 알로에전잎 문제로 돌아가보면 이미 작년 8월에 제기된 문제에 대해 이제야 행정예고를 했다면 수개월 동안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식약처가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처럼 안전성 문제를 적극 직접 시험하는지도 의문이다. 그저 외국의 기준을 가져와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라면 이렇게 시간을 끌 이유도 없다. 안전성 평가 기준이 무엇인지도 많이 궁금해 한다. 최근 한 염색샴푸 제품에 대해 유럽에서 금지된 물질이 있다는 이유로 이를 판매 불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었다. 외국에서 다소 위험하다는 정보만 있으면 무조건 불허하다가 분위기를 보고 다시 해제한 적도 많다.


식약처가 허가한 수백 가지의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에 대해 이제는 믿기 어려워졌다. 어느날 갑자기 유럽이나 미국에서 해당 원료에 포함된 성분에 대해 위해하다는 발표가 있거나 한국소비자원이나 개별 소비자단체가 문제를 제기하면 우리가 오랜 기간 섭취했던 건기식이 건강에 해가 되는 식품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주기적으로 안전성 재평가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스스로 허가해준 기능성 원료를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이 위해하다고 허가를 취소하는 것도 이상하다.


이런 차원에서 안전성 평가업무를 한국소비자원이나 제3의 독립기관으로 분리시킬 필요성이 있다. 식약처라는 무소불위의 독점 권력으로부터 자유롭고 눈치를 보지 않는 공공기관에서 오로지 국민만을 생각하면서 안전성을 평가업무에 집중할 곳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식약처의 업무에 대해 비판하거나 쓴 소리를 하는 사람은 각종 위원회에 위촉될 수도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3권 분립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이유는 바로 견제와 균형이다. 그런데 그 균형이 깨지거나 권력이 독점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식약처의 역할은 너무나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제대로 감시하고 균형을 잡아 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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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위생법률연구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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