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산불 피해 울진, 열흘간 총 2만923㏊ 불타
금강소나무숲길, 소방·산림당국 노력으로 1구간 일부 제외 피해 없어
한국관광공사 ‘힘내라 울진’ 여행 판매금액 산불 피해 지원 기부
피해지역 정화와 여행 동시진행하는 ‘볼런 투어’ 프로그램 눈길

금강소나무숲길 안내표지판 뒤로 불길에 까맣게 딴 나무들이 무성하다. 사진 = 김희윤 기자

금강소나무숲길 안내표지판 뒤로 불길에 까맣게 딴 나무들이 무성하다. 사진 = 김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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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앞산까지 온 불길을 막기 위해 밤을 꼬박 새웠었습니다. 불이 이곳까지 번졌다면 금강송은 물론이고 대왕소나무도 무사하지 못했을 겁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이 발생한 지난 7일 경북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1구간 입구를 지키던 신재수 남부지방산림청 금강소나무생태관리센터 팀장은 코앞까지 닥쳐온 그 날의 불길을 떠올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소방당국과 산림당국이 최후의 방어선 사수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던 금강소나무 숲은 좁은 흙길을 뚫고 올라온 소방차량과 계곡에 모터펌프를 설치하고 밤을 지새운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1구간 일부를 제외하고 화마 속에서도 무사할 수 있었다.

23일 찾은 금강소나무숲길 1구간은 입구부터 탄내음이 가득했다. 멀리서 볼 때 초록빛을 띄던 나무도 가까이 가보니 노란빛을 띄고 흙은 새카맣게 타있었다. 신 팀장은 “불길이 바닥을 따라 번졌기 때문에 나무 밑동이 타들어가 뿌리부터 손상을 입은 것”이라며 “이렇게 생장세포가 죽은 소나무는 점차 말라 잎이 누래지고 결국 죽은 나무가 된다”고 설명했다.

금강소나무숲길 1구간 데크로드는 산불 당시 산에서 떨어진 돌로 인해 곳곳이 패여있다. 사진 = 김희윤 기자

금강소나무숲길 1구간 데크로드는 산불 당시 산에서 떨어진 돌로 인해 곳곳이 패여있다. 사진 = 김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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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 초입의 데크로드는 곳곳이 포탄에 맞은 듯 구멍이 나있다. 인근 주민은 “산불이 번지면서 불에 달궈진 돌들이 떨어져 데크가 뚫렸다”며 “불길이 데크 아래 냇가를 지나 넘어갔다면 곧장 대왕소나무길인데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고 말했다. 데크로드 끝자락엔 조선 말 십이령을 넘나든 보부상들이 접장을 잊지 않기 위해 세운 내성행상불망비(경북문화재 제310호)가 서 있다.


총 7구간으로 구성된 금강소나무숲길은 조선시대 보부상들이 울진과 봉화를 오가며 다닌 십이령길과 겹친다. 바닷가에서 잡은 생선과 미역을 쪽지게에 지고 꼬박 사나흘 걸어 봉화장에 다다랐을 울진 보부상들의 피와 땀이 어린 골짜기는 이제 세사에 지친 탐방객에게 치유와 휴식을 선사하는 숲길로 변모했다. 불망비 전각은 이번 산불에 타 없어질 뻔했지만 산림청의 선제대응으로 바로 뒤 나무까지만 타고 그 모습을 온전히 지켜냈다.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금강소나무숲길 1구간 보부상길 초입의 모습. 산을 덮친 화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사진 = 김희윤 기자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금강소나무숲길 1구간 보부상길 초입의 모습. 산을 덮친 화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사진 = 김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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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금강소나무숲은 조선 숙종 때부터 일반인의 접근을 막고 국가가 숲을 관리한 자원이자 보호지역이었다. 숲길을 따라 올라가다 마주한 오른편의 큰 돌에는 일반인은 접근하지 말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 ‘황장봉산봉계표석’을 넘어가다 발각되면 곤장 100대의 중형에 처할 만큼 금강송(황장목)은 왕실의 중요한 자산이었다.

나무 사이 언덕을 오르자 보부상들이 신변의 안전과 성공적인 행상을 기원하던 조령성황사가 시야에 들어온다. 성황사 주변으로는 얼마 전 내린 눈이 무릎높이로 쌓여있었다. 신 팀장은 “이 눈이 열흘만 먼저 내렸으면 참 좋았을 텐데…”라며 깊은 아쉬움을 내비쳤다.


213시간 동안 1만8463ha를 태우고 잡힌 울진 산불은 관련통계작성이 시작된 1986년 이래 역대 최장 산불로 기록됐다. 울진군은 이번 산불로 인한 산림피해액이 1689억원, 수목피해만 1318억15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경북 울진 금강송 군락지. 사진제공 = 산림청

경북 울진 금강송 군락지. 사진제공 = 산림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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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2월부터 4월까지는 산불조심기간으로 금강소나무를 비롯한 산림보호를 위해 숲길 전 구간은 출입이 통제된다. 화마의 상흔은 남았지만 숲은 다시 탐방객을 맞을 채비 중이다. 이와 함께 산불 피해지역 정화와 투어를 동시에 수행하는 ‘볼런투어’ 프로그램이 추진돼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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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는 전례 없는 대형화재로 실의에 빠진 울진 지역을 지원하기 위해 ‘힘내라 울진’ 특별상품을 개발하는 한편 SNS기자단과 함께 볼런투어를 진행해 관광 홍보와 산불피해지역 관광 안전성 우려를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상품 판매 금액에 산불 피해 지원 기부금을 포함하되 이 금액은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해 지역소비 활성화도 함께 지원할 예정이다.

소방당국과 산림당국의 노력으로 화재를 피해간 울진 대왕소나무. 사진제공 = 산림청

소방당국과 산림당국의 노력으로 화재를 피해간 울진 대왕소나무. 사진제공 = 산림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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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피해로 높아진 지역 인지도를 관광객 유치로 전환하는 마케팅에 지역 주민들은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적극 환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울진읍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용석 씨는 “2년 전 태풍 마이삭과 코로나19에 이어 이번 산불까지 울진에 삼재가 닥쳤지만 위기 때마다 지역 주민들이 힘을 모아 이를 극복한 만큼 관광이 또 하나의 해법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울진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하는 심상태 씨는 “금강송 군락지는 이번 화재도 피해간 만큼 5월에 개방되는 금강소나무숲길과 백암온천을 중심으로 죽변 해안스카이레일, 왕피천 생태탐방로 등 울진만의 관광자원을 많은 분이 직접 체험해보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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