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처벌 피하려 10건으로 쪼개 계약한 방수업자… 대법, 유죄 취지 파기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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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무등록 건설업자를 처벌하는 법령을 피하기 위해 하나의 공사계약을 10개로 쪼개서 체결한 방수업자가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방수업자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방수기능사 자격을 가진 A씨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건설업 등록을 하지 않고 2013년 5월부터 B방수업체를 운영했다.


사건 발생 당시의 건설산업기본법 제9조 1항은 '건설업을 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종별로 국토교통부장관에게 등록을 하여야 한다'고 등록 의무를 부과하면서도 단서에서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미한 건설공사를 업으로 하려는 경우에는 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건설업을 할 수 있다'고 예외를 뒀다.

그리고 시행령 제8조 1항에서 법 제9조 1항 단서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미한 건설공사'를 구체적으로 규정했는데, 방수공사와 같은 전문공사 시공업의 경우 '공사예정금액이 1500만원 미만인 건설공사'를 경미한 건설공사로 정했다.


또 종합공사의 경우 1건 공사의 공사예정금액이 5000만원 미만인 건설공사를 경미한 건설공사로 정하면서 '동일한 공사를 2이상의 계약으로 분할하여 발주하는 경우에는 각각의 공사예정금액을 합산한 금액으로 한다'고 정했다.


예외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건설공사를 건설업 등록을 하지 않고 할 경우 같은 법 제95조의2 1호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


A씨는 건설업 등록을 하지 않고 2015년 4월 한 아파트에서 2895만원의 방수공사를 도급받아 시공한 뒤 같은 해 5월 다시 5040만원의 방수공사를 도급받아 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인 C씨와 계약을 체결했는데 1차 공사의 경우 세 번에 걸쳐 각 공사대금을 965만원으로 하는 계약서를, 2차 공사의 경우 각 공사비를 350~660만원으로 정한 10개의 계약서를 작성했다.


1심은 A씨가 법령상 건설업 등록 의무를 피하기 위해 동일한 공사계약을 여러개로 쪼개서 체결했다고 보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에서 A씨는 해당 공사는 각 동별 및 각 세대별로 진행한 별개의 공사이고, 각 개별 공사금액이 1500만원 미만인 만큼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와 C씨는 건설산업기본법이 정한 건설업 등록 없이 건설업을 영위할 수 있는 경미한 건설공사에 해당하는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계약서를 분리해 작성한 것으로 충분히 볼 수 있고, 이는 부실공사를 방지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등록제도의 취지를 형해화하는 것으로서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가 1, 2차 계약 때 체결된 여러 계약들을 동일한 계약으로 본 근거는 ▲일자를 달리해 작성된 3장의 1차 공사 계약서들이 각 건물외벽균열보수공사, 옥상방수공사 등 공사 범위와 내용이 다름에도 모두 동일한 공사금액(965만원)으로 기재된 점 ▲2차 계약서상 공사 대상 아파트 1개 동을 제외한 나머지 8개 동의 공사금액이 510만원으로 같고, 공사기간도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돼 있는 점 ▲이 사건 공사는 각 누수 세대별 전유부분에 대한 공사가 아니고, 아파트 외부 및 옥상 공용부분에 관한 공사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동별로 분리하지 않고 전체 아파트의 옥상 및 외벽 방수공사에 관한 입찰공고를 했던 점 ▲공사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에서 동별로 다른 업체를 선정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하나의 업체를 선정한 점 ▲공사비가 전체 아파트 관리 계좌에서 지급된 점 ▲각 동별 공사 범위 및 내용에 있어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이었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먼저 법과 시행령이 공사예정금액이 일정 금액 미만인 경우 그 난도가 높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경미한 건설공사'로 규정하면서도, 건설업의 등록 없이 할 수 있는 '경미한 건설공사'의 총 횟수나 각 공사예정금액의 합계 등으로 그 상한을 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각 공사예정금액이 일정 금액 미만이어서 공사 자체가 경미하다고 판단된다면, 그러한 공사를 얼마나 많이(자주) 하는지는 규제대상으로 삼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고 전제했다.


그리고 계약자유의 원칙상 여러 건설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을 복수의 계약으로 체결할 수 있음을 전제로 '동일한 공사'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각 건설공사 사이의 객관적인 관계에 비춰 전체 공사에 의해 최종 목적물이 완성되는지 아니면 각 공사마다 최종목적물이 완성되는 것인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봤다.


그리고 설사 최종 목적물이 전체 공사에 의해 완성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각 공사들이 시간적 또는 장소적으로 분리돼 독립적으로 행해지면 동일한 공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고용보험법의 해석에서 이 같은 결론을 유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아파트 10개 동은 각 동 사이에 차량 통행이 가능한 통행로 및 주차장이 존재하는 등 서로 떨어져 있고, 1개 동의 외벽 및 옥상 방수공사는 다른 동의 외벽 및 옥상 방수공사와는 별개로 시공되므로, 전체 공사에 의해 최종 목적물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각 동별 공사마다 최종목적물이 완성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행한 이 사건 건설공사가 '경미한 건설공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2심의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재판부는 2심 재판부가 '경미한 공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건설업 등록제도의 취지와 관련 규정의 내용 등에 비춰 볼 때, 분할 발주된 수개의 공사가 '동일한 공사'로서 공사예정금액 합산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각 공사계약의 당사자, 공사 목적물, 공사기간, 공사 내용 및 방법, 수개의 계약으로 분할해 체결한 경위 등 제반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질적으로 각 공사계약이 하나의 계약으로서 각 공사 사이에 동일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비록 피고인이 1차 공사는 3개의 계약으로, 2차 공사는 10개의 계약으로 분할해 공사계약을 체결하기는 했으나 위 각 공사계약에서 정한 공사는 그 계약 당사자, 공사대상 목적물, 공사 내용 및 방법 등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공사에 해당한다"며 "나아가 피고인이 건설산업기본법에서 정한 건설업 등록제도를 회피하거나 면탈할 의도에서 동일한 공사를 다수의 계약으로 분할해 수주한 것으로 볼 여지도 크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2심 재판부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고용보험법의 해석을 유추한 것도 잘못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이들 법과 건설산업기본법은 입법목적이 다르다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고용보험법에서 정한 '총공사금액'의 판단기준을 구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에서 정한 '동일한 공사'의 해석에 유추적용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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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재판부는 "따라서 1차 공사 및 2차 공사는 모두 공사예정금액이 1500만원을 초과하는 전문 건설공사로서 구 건설산업기본법 제9조 1항 단서에서 정하는 '경미한 공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와 달리 각 공사가 건설업 등록이 필요 없는 '경미한 공사'에 해당한다고 봐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에는 구 건설산업기본법 제9조 1항 단서에서 정하는 '경미한 공사' 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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