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이상한 나라의 부적응자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자사고 경비원 이학성(최민식)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한지우(김동휘)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한지우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으로 입학했다. 학업을 따라가지 못해 스스로 외톨이가 된다.
박동훈 감독은 부적응을 개인의 몫으로 돌리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 구조적으로 자리 잡은 사교육 문제와 그로 인한 배제와 차별 등을 지적한다. 개인이 스스로 적응하고자 하는 노력이나 활동이 사회적 지지가 있어야만 상승할 수 있다고 설파한다.
이학성은 수학계 난제인 리만 가설을 증명하는 탈북자다. 베른하르트 리만(1826~1866)은 한지우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세계적인 수학자로 성장했다. 하노버의 한 김나지움(독일 중등교육기관)에 다녔는데 사실상 보호자였던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리만은 김나지움 요하네움으로 전학을 가지만 동급생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향수병을 앓았다. 그는 교장인 쉬말푸스의 도움으로 학업에 다시 정진할 수 있었다. 쉬말푸스는 리만의 특별한 수학적 재능을 눈여겨보고 자신의 서재를 개방했다. 산업사회 요구에 부응하는 수식·법칙으로 가득한 수학책보다 유클리드·아르키메데스 등이 등장하는 고전 수학 서적을 추천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스스로 만든 기하학을 통해 점과 선들이 이루는 추상적 구조의 본질을 이해하고자 했을 뿐 여기서 유래한 특별한 식에 얽매이지 않았다. 쉬말푸스는 그들처럼 관념적 수학에 재미를 붙인 리만에 흡족해하며 친구에게 편지를 보냈다. "리만의 수학적 수준은 가장 뛰어난 선생님마저 초라하게 만들 정도다."
리만의 성장 과정을 쏙 빼닮은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는 또 다른 이야기도 담겨 있다. 탈북민의 적응과 치유다. 이학성의 아들 이태연(탕준상)은 탈북자라는 이유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친구들과 주먹질하다 아버지에게 반항하고 월북을 시도하기에 이른다.
"우리 애들이 남조선 애들한테 모두 매를 맺는데 보고만 있으란 겁니까? (…) 더 좋은 세상? 평생 공부만 하던 사람이 여게 와 닭 모가지 비틀고, 공사판에서 삽질하니까 아주 살맛이 납니까?"
'대한정치학회보'에 실린 '북한 이탈 주민의 지원정책과 적응실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탈북민의 사회 정착 성공률은 15% 미만이다. 자살률은 일반 국민의 약 1.6배에 달한다. 다시 입북을 시도하거나 제3국으로 이주를 시도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적응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로는 매번 사고방식과 문화생활 풍습의 차이로 인한 한국 주민들과 원활하지 못한 소통이 꼽힌다. 경제적 문제는 다섯 번째로 들고 있어 우리의 통념과 큰 차이를 보인다.
문화적 적응은 낯선 문화와 생활 방식, 언어 등을 단순히 이해하는 차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기 효능감을 느끼며 통합되는 상태까지 포함한다. 개인이 주변화돼 있으면 정체성을 드러내거나 지지적 관계망을 형성할 수 없다. 탈북민의 적응을 우리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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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일방이 다른 일방을 위해 비용을 지출하거나 손실을 보는 희생이 아니다. 미래에 대한 구성원들의 공동 투자로 봐야 한다. 이학성이 점수와 성적에 집중하는 교육보다 수학이라는 학문을 가르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질문이 뭐인지를 아는 게 더 중요한 거다. 왜냐면 틀린 질문에선 옳은 답이 나올 수가 없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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