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화로 빚 갚겠다는데…러 디폴트 시계 '째깍째깍'(종합)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정현진 기자] 러시아가 이르면 16일 첫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러시아 정부가 서방의 제재를 이유로 외채를 루블화로 상환하겠다고 밝히면서 서방의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막대한 환차손이 우려된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러시아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아 당장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연쇄적으로 금융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국영 로씨야-1 TV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전체 외환보유액 6400억달러(약 791조6800억원) 중 절반 수준인 3000억달러 가량이 서방의 제재로 동결됐으며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외환보유고 사용을 제한한 비우호국의 채무는 당연히 루블화로 상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 정부는 지난 7일 자국 제재에 동참한 미국, 영국, 호주,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48개국을 비우호국가로 지정했다.
이 발언은 서방의 대러 제재에 대한 맞대응 조치로 러시아에 투자한 은행·기업들이 막대한 환차손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로 풀이된다. 국제 외환시장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24일 1달러당 84.95루블이던 루블화의 가치는 이날 1달러당 132.10루블까지 떨어졌다. 침공 이후 지금까지 55.5% 급락한 셈이다.
실제 러시아의 대응을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건 16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러시아의 달러 표시 국채 이자 1억1700만달러(1446억원)에 대한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이 이자 납부는 30일의 유예기간이 있어 다음달 15일까지 추가로 시간이 있긴 하지만 러시아가 국채 상환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는 이달 31일 3억5900만달러, 다음달 4일 20억달러 규모의 국채 원금 상환일이 예정돼 있다.
러시아 정부가 밝힌 대로 루블화로 상환할 경우 금융시장에서는 이를 디폴트로 간주할 수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계약과는 다른 통화로 상환을 하면 신용평가사가 디폴트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일부 채권의 원금을 지불했다고 보는 ‘선택적 디폴트(SD)’와 전면 불이행으로 보는 ‘디폴트(D)’ 중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러시아가 디폴트를 선언하더라도 당장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외신들은 외국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 국채 규모가 200억달러 수준이라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러시아 국채의 존재감이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규모는 크지 않아도 신용부도스와프(CDS) 시장을 통한 리스크 파급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CDS는 디폴트 발생 시 채권이나 대출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에 대비한 신용파생상품으로 그 매매 주체와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러시아 디폴트 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연쇄 금융 불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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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보유한 러시아 관련 자산들은 러시아 국채보다 규모가 크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글로벌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 관련 자산은 1210억달러(약 149조5000억원)를 넘어서는 것으로 국제결제은행(BIS)은 집계했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유럽계 은행으로 규모는 840억달러에 달하며 미국은 147억달러 수준이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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