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尹 "여성 안전한 나라 만들 것" 한 목소리…'체감 안전' 개선에 달렸다
與野 대선 후보 모두 "여성 안전" 공약 강조
한국 치안 '세계적 수준' 자평하지만…여성 '체감 안전' 낮아
지난해 여가부 설문조사서 10명 중 8명 "불안 느껴" 응답
데이트 폭력, 불법촬영 등 여성 대상 범죄 늘었기 때문
전문가 "1인 가구 여성 표적으로 한 흉악범죄 등 문제"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양당 후보들이 '여성 안전' 공약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여성 유권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안 중 하나인 치안 문제를 해결해 여성 표심을 결집하겠다는 셈법으로 보인다.
선진국 중에서도 상위권의 치안 수준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이지만, 여기에는 '성별 격차'가 있다. 여성가족부(여가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여성들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안전'을 느끼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후보들이 여성 안전 문제를 해결하려면 여성들의 '체감 안전'을 개선하는 방안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여성안심 대통령이 되겠다"며 "여성들은 여전히 사회구조적 차별과 불안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성차별을 해소하고 여성의 더 나은 삶을 보장할 것"이라며 "특히 성범죄로부터 여성의 일상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여성 대상 범죄를 근절할 방안으로 ▲데이트폭력처벌법 제정 ▲성범죄 양형 감경 요소 개선 ▲스토킹 범죄의 반의사불벌죄 폐지 등을 공약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앞 광장에서 열린 여성 집중 유세에서도 "여성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불안을 느낀다"라며 "모두가 범죄 걱정 없는 안전한 나라, 그런 나라를 제가 책임지고 만들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이날 '여성 안전' 공약을 선언했다. 윤 후보는 청년 공약의 일환으로 '여가부 폐지'를 주장해 일부 여성계 및 다른 대선 후보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지만, 치안 문제에서만큼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향을 확실히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여성이 안전한 대한민국"이라며 "성범죄와의 전쟁 선포"라는 '한줄 공약'을 선보였다.
일각에서는 국내 여성 치안 문제의 주원인이 낮은 '체감 안전'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수십년 동안 개선된 한국 사회의 치안을 여성들이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경찰청은 지난 2019년 실시한 치안 관련 안전 조사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성적을 거뒀다고 밝힌 바 있다. 주요 지표인 '범죄안전도'는 80.3점으로 역대 최고점을 기록했다.
범죄안전도는 ▲절도·폭력 등과 같은 범죄로부터 얼마나 안전하다고 생각하는지 ▲강도·살인 등과 같은 범죄로부터 얼마나 안전하다고 생각하는지 등 두 가지 항목을 일반 시민들에게 무작위로 질문한 뒤, 답변을 점수화한 것이다. 즉, 시민들 대다수는 한국 사회가 소매치기 같은 경범죄는 물론, 살인이나 폭행 같은 중범죄에도 대체로 안전한 곳이라고 평가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당시 경찰청은 "한국관광공사에서 발표하는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치안 분야가 7년 연속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라며 "우리나라의 범죄안전이 세계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제는 여성의 체감 안전은 이런 지표와 두드러진 차이가 난다는 데 있다.
지난해 여가부가 발표한 '2021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보고서에 따르면, 여가부의 설문조사에 응답한 여성 중 한국 범죄 안전에 '매우/비교적 안전하다'고 답변한 이들은 21.6%에 그쳤다. 즉 10명 중 8명의 여성은 여전히 범죄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살아간다는 뜻이다.
여가부는 전체 사회의 치안과 여성의 범죄 불안 사이 괴리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젠더 범죄'의 급격한 상승을 지목한다. 즉, 스토킹 등 데이트폭력, 디지털 성범죄, 성폭력 등 일상에서 여성이 주로 희생되는 폭력은 늘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에서 여가부는 지난 2019년 검거된 데이트폭력 범죄 건수는 6년 전인 2013년 대비 약 36.2% 증가했으며, 스토킹 범죄는 86.2% 늘었다고 밝혔다. 또 불법촬영 등 디지털성폭력 검거인원은 지난 2020년 기준 5151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무려 3.8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거인원이 증가한 것은 한국 사회가 여성 대상 범죄에 더욱 민감해지면서 신고율과 검거율 모두 이전에 비해 늘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 그만큼 이런 범죄 사례가 언론·방송 등에 노출되는 일도 증가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데이트폭력이나 불법 촬영은 일상에서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범죄이다 보니 여성들의 불안감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젠더 범죄에 대한 여성들의 항의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서울 혜화역에서 '불법촬영 편파수사·편파판결 규탄 시위'가 개최돼 수만명의 여성이 거리에 나왔다.
또 서지현 검사가 같은 해 검찰 조직 내 성폭력 경험을 공론화하면서 촉발된 국내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학교·직장·예술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뒤흔들기도 했다.
전문가는 '공포의 전염'이 여성의 불안감을 증폭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죄 통계의 개선 수준과 달리 심리적인 불안감이 커지는 괴리 현상은 실제로 발생할 수 있다"라며 "데이트 폭력, 스토킹이나 여성을 표적으로 삼는 흉악범죄가 늘어나고 이런 범죄들이 미디어로 보도되면 파급력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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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특히 "최근에는 1인 여성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흉악범죄가 잦아졌다. 혼자 사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전염되면 범죄 통계와 상관없이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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