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직전 러시아…푸틴은 전쟁을 멈출 생각이 없다
푸틴 "러·우크라 같은 민족 확신"…마크롱과 통화에서도 공격 지속하겠다고 밝혀
S&P, 러 신용등급 CCC-로 강등…경제 제재만으로 푸틴 멈추기엔 역부족 분석도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이현우 기자] 서방의 강력한 경제 제재 조치로 러시아가 24년 만에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침공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푸틴은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안보회의에서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은 같은 민족이라는 확신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의는 러시아 국영 TV를 통해 방송됐다.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이 같은 민족이라고 강조한 것은 우크라이나 공격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푸틴의 이 같은 의지는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확인됐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은 마크롱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목적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며 러시아의 군사작전 목표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측 관계자는 푸틴이 우크라이나가 무기를 내려놓아야 폭격을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러시아의 목적은 실질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체를 통제하는 것"이라며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美, ‘푸틴의 입’까지 제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지속되면서 서방의 대러 제재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이날 러시아 신흥재벌인 올리가르히와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억만장자 알리셰르 우스마노프, 푸틴의 대변인인 드미트리 페스코프 등이 명단에 포함됐다. 이들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며 금융시스템에 대한 접근도 차단된다.
이는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자 전쟁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파악되는 신흥 재벌들의 ‘돈줄’을 끊음으로써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이를 통해 푸틴 지지세력 내 분열까지 꾀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전 세계 정부와 협력해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요트, 호화아파트, 자산 등 부당 이익을 파악하고 동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은 우스마노프가 소유한 6억달러 상당의 초호화 요트를 함부르크에서 압류했고, 영국 역시 우스마노프 등을 대상으로 자산 동결 등의 제재를 공개했다.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BB+’(달러 표시 국채 기준)에서 ‘CCC-’로 추가로 강등하고 러시아의 국가부도가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CCC- 등급은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는 완전 채무상환불이행(디폴트) 임박 상태의 등급을 의미한다. 러시아 경제가 마지막으로 디폴트에 빠진 때는 1998년이다. S&P는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유지하며 추가 강등 여지를 남겨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관련해 ‘쿼드(Quad)’ 정상들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참여했다. 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참여하는 대(對)중국 견제협의체인 쿼드의 정상들은 이날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 체계을 구축하기로 했다. [사진 제공= AFP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경제 제재, 러에 안통할 수도"= 다만 이러한 제재가 푸틴 대통령을 멈춰 세우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거 이란, 베네수엘라 등을 대상으로 한 서방의 경제 제재들도 독재자의 행보를 바꾸지 못했다며 "강력한 제재를 시행해도 러시아가 전쟁을 중단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도했다. 과거 이란의 경우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퇴출, 중앙은행 제재는 물론, 러시아에 아직 적용되지 않은 원유 수출 중단 제재까지 단행됐다. 최근 중국의 이란산 원유 구매가 사상 최고를 기록 중이듯 대러 제재가 중·러 관계를 밀착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 재무부 출신인 K2 인터그리티의 대니 글레이저는 "서방의 제재가 푸틴의 군사적 목표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며 "관건은 러시아가 얼마나 고통을 감내할 의향이 있는지"라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의 클레멘스 그래이프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가 석유, 가스 판매를 통해 돈을 계속 벌어 들인다면, (제재로 인한) 즉각적 위기는 6~9개월 내 사라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행금지구역·에너지 제재엔 난색= 서방의 제재에도 러시아의 공세가 멈출 기색을 보이지 않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비행금지구역 설정, 에너지 제재 등 보다 강도 높은 조치를 서방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자연스럽게 서방의 군사 개입으로 이어지며 제3차 세계대전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에너지 제재는 가뜩이나 높은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축길 수 있다는 우려에 최후의 카드로 남겨 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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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이날 2차 회담을 진행했으나, 민간인들을 위한 인도주의적 통로를 제공하고 민간인 대피 시 해당 지역에 한해 일시 휴전하는 데만 합의했다. 양측은 조속히 3차 회담을 열기로 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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