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콘진원, 역사박물관 외벽에 ㄱ자형 미디어 캔버스 '광화벽화' 설치
가로 81m 세로 9.7m 크기...착시로 입체감 구현 '아나몰픽 일루전' 적용
매일 공공향유형 미디어아트 열세 편 송출, 역사·문화·예술 중심지에 새 활력
덱스터스튜디오·닷밀 등 콘텐츠 제작 담당 "시민에게 재미 전하고파"

'애니멀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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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에 북극곰이 찾아왔다. 호텔 펜트하우스에 투숙한 모습이 통유리 외벽으로 보인다. 회전의자에 앉아 빙글빙글 돌다가 TV를 시청한다. 실수로 TV가 꺼지자 놀랐는지 바닥에 나동그라진다. 부끄러운 마음에 머리를 긁적이다 바깥사람들과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홱 돌려버린다.


익살스럽고 귀여운 행위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외벽에 설치한 ‘ㄱ’자 형태의 미디어 캔버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평면을 입체적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초대형 LED 플랫폼 ‘광화벽화’다.

가로 81m, 세로 9.7m의 거대한 화면으로 매일 공공향유형 미디어아트 열세 편을 송출한다. 대부분 착시현상으로 입체감을 구현하는 ‘아나몰픽 일루전(Anamorphic illusion)’ 기법이 적용됐다. 역사·문화·예술의 중심지인 광화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애니멀 타임즈' 초안

'애니멀 타임즈' 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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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 타임즈' 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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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벽화’ 프로젝트를 주도한 구경본 콘진원 실감콘텐츠진흥단장은 "콘텐츠 기업, 미디어아트 전문가 등과 오랜 시간 협의해 광화문의 성격을 부각하면서 공공성을 띠는 콘텐츠를 마련했다"며 "하나같이 몰입도와 대중성이 빼어나다"고 말했다.

북극곰이 등장하는 콘텐츠 제목은 ‘애니멀 타임즈.’ 살아 숨 쉬는 털을 사실적으로 구현하기로 유명한 덱스터스튜디오에서 제작했다. 유남규 덱스터스튜디오 실감콘텐츠본부 사업운영팀장은 "북극곰의 귀여운 모습으로 광화문을 지나가는 시민에게 재미를 전하고 싶었다"며 "갇혀 있다는 느낌을 피하고자 북극곰을 의인화하고 공간을 호텔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광화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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덱스터스튜디오는 ‘광화벽화’의 간판 콘텐츠인 ‘광화 연대기’도 제작했다. 광화문을 중심으로 펼쳐진 역사를 이순신상이나 세종대왕상처럼 동상 형태로 나열했다. 각 시대를 상징적으로 함축하고 연결해 직관적으로 내용을 인지할 수 있다. 이성계와 정도전의 수도 건설을 비롯해 선조의 파천과 민중의 사투, 경술년 국치와 조선총독부 건립, 3·1운동을 위시한 독립운동, 산업화에 따른 고도성장, 2002년 월드컵 응원으로 대표되는 국민화합 등이다.


유 팀장은 "반가사유상 등 국보급 문화들을 브론즈 스테츄(동상)로 보여주려다 광화문의 역사를 주변 풍경과 함께 돌아보는 공간 중심의 서사로 전환했다"며 "사료를 성실하게 고증하고 전문가로부터 자문 받아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타임라인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광화 시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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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 시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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덱스터스튜디오는 국보급 유물을 디지털로 형상화하기도 했다. 혼천시계를 모티브로 한 ‘광화 시계탑’이 그것이다. 혼천시계는 조선 현종 10년(1669)에 송이영이 제작한 동아시아 최초의 기계식 시계. 서양식 자명종의 원리를 응용해 물이 아닌 추를 시계 장치의 동력으로 이용했다. 바퀴 테를 수평면에서 회전시켜 시패(時牌)를 창에 드러나게 했다.


덱스터스튜디오는 중앙에 있는 구슬(지구의)을 핀볼로 해석해 게임 형태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혼천시계 속 부품과 전통요소를 놀이동산처럼 재구성하고, 구슬이 정시에 혼천의로 도착하도록 만들었다. 유 팀장은 “시민에게 볼거리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하는 콘텐츠로 만들고자 했다”며 “영국의 빅벤처럼 광화문을 대표하는 디지털 시계탑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광화 오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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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을 상징하는 콘텐츠로는 ‘광화 오브제’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표현돼온 다양한 빛을 큐브로 보여주는 내용이다. 프리즘을 관통한 무지개색 빛으로 찬란한 문화의 빛을 표현했다.


정해운 닷밀 대표는 “한국문화라는 추상적 개념을 영화, 음악, 드라마, 전통문화 등 다양한 개념으로 세분화해 나타냈다”며 “산란한 빛을 통해 세계로 뻗어 나간 한류의 기운을 가리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리빙 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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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밀은 시민들이 눈을 떼지 못하는 ‘리빙 몬스터’도 만들었다. 모티브는 삼국유사에서 유성을 괴물로 인식하고 명명한 천구(天狗)다. 가끔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데 항아리 크기의 머리와 불빛을 내는 긴 꼬리를 가졌다고 설명돼 있다. 닷밀은 간략한 묘사를 토대로 애니메이션 형태의 판타지 캐릭터 ‘천구’를 고안했다. 잠에서 깨어나 자기 꼬리에서 나는 빛을 신기해하며 쫓는 모습을 그렸다.


정 대표는 “광화문을 지나가는 시민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고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내용을 고민하다 한국적 요괴의 재롱을 떠올렸다”면서 “수차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착시 효과의 오차 범위를 줄여 입체감을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닷밀은 정교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오는 7월 제주도 서귀포시에 세계 최대 규모(약 12만 평)의 메타파크 ‘루나폴’을 선보인다. 메타파크란 메타버스와 오프라인을 결합한 O2O(온·오프라인 연계) 테마파크 플랫폼이다.


유남규 덱스터스튜디오 실감콘텐츠본부 사업운영팀장

유남규 덱스터스튜디오 실감콘텐츠본부 사업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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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운 닷밀 대표

정해운 닷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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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는 “미디어아트는 밑바탕이 디지털이라서 메타버스 등 온라인에서 구현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며 “디지털 트윈 등을 활용한 혼합 현실 콘텐츠가 미디어아트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구 단장도 “메타버스가 상용화되면 미디어아트 시장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며 “관련 기업 대부분이 비슷한 방향으로 사업을 본격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대중화의 관건은 지식재산(IP) 확보다. 시선을 사로잡을 캐릭터나 이야기가 있어야 사업에 박차를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덱스터스튜디오 등 복수 기업들은 근래 다양한 IP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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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단장은 “미디어아트 전시 체험관이 많아지면서 관련 IP의 중요성이 커졌다”며 “비즈니스 영역 또한 넓어져 관련 기업들이 서로 협업하는 장이나 경로를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광화벽화’가 단순한 전시를 넘어 또 다른 창작 영역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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