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한폭탄 '中企·소상공인' 대출…2년새 173조 불었다
코로나 이후 매년 80조원 넘게 늘어
코로나 직전과 비교하면 증가폭 두 배
대출 상환이 시작되면 부실채권 전락 위험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영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의 대출 규모가 2년간 173조4729억원(2020년 1월~2022년 1월) 불었다.
26일 한국은행이 국내 예금은행 기준으로 살펴본 결과,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코로나 이후 매년 80조원 넘게 늘었다. 코로나19 직전 3년 평균치(42조1000억원)와 비교하면 증가폭이 두 배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운영자금을 빌리고, 정책금융기관에서 대출 지원확대에 나서면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고 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대출 증가폭이 훨씬 가팔랐다. 코로나 첫해(2020년 1월~2021년 1월)에는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89조753억원)이 대기업 대출(19조7238억원)의 4배 정도에 그쳤는데, 두번째 해(2021년 1월~2022년 1월)는 10배 수준으로 차이가 벌어졌다(중소기업 84조3976억원, 대기업 8조2243억원). 주요 대기업은 수출로 영업실적이 회복됐지만, 탈출구 없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여전히 빚으로 연명했기 때문이다.
올해도 중소기업 대출 증가세가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야 대선후보들부터 당선 즉시 소상공인에게 수십조원 규모의 지원을 공약했다. 이시은 KDB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의 코로나19 대응과 금융권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이 새로 만들어지면서 중소기업 대출이 늘어날 것"이라며 "취약업종 중심으로 채무상환 능력 저하가 우려되는 중소기업은 신용위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폭증한 중소기업 대출(자영업자 포함)이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2년 동안 빚을 내 버티며 상환 연체율과 폐업률은 낮아졌으나 대출 상환이 시작되는 순간 부실채권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3월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종료를 앞둔 중소기업 대출 잔액 132조원 중 ‘고위험’군에 속하는 이자 상환을 미룬 그룹(원금 잔액 5조원)에선 해마다 10%가량(약 5000억원)이 채무불이행 처리되고 있다.
번 돈으로 은행 대출 이자조차 못 갚는 상태가 3년이나 지속된 ‘한계기업’도 중소기업에 집중돼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터진 첫해인 2020년말 기준, 국내 중소기업 가운데 16.2%가 ‘한계기업’이었다. 업종별로는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컸던 숙박·음식업이 전년대비 4.7% 늘어난 43.1%로 집계돼 가장 많았다. 조선업(23.6%), 운수업(22.6%), 자동차업(17.8%), 항공업(16.7%) 등의 업종도 높은 비중을 보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에 정책자금이 투입되지 않으면 폐업하는 기업들이 속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조사결과 한계기업 처지인 제조업 상장기업의 비율도 지난해 3분기 39.1%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30.4%)보다 많았다. 한계기업보다 더 악화돼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를 낸 기업도 크게 늘어 작년 2분기 26.1%를 기록했다. 산업연구원은 "향후 금리가 인상된다면 그간 저금리와 코로나19 특별 금융에 의존해 온 부실 징후 기업들 중 일부는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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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 입구를 막아놓고 계속 물을 틀어놓으면 넘치는 것처럼 지금 중소기업, 자영업자 대출 상황이 딱 그렇다"는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의 우려처럼, 다음달 9일 대선 이후 대출 증가세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후보는 "당선 즉시 2차 추경, 코로나19로 인한 빚 탕감"을 들고 나왔고 윤석열 후보 역시 "자영업자에 50조를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밀고 있다. 금융권에선 "3월 만기연장·상환유예를 연장시키고 자영업자 대출도 더 풀라고 압박하는 게 다음 수순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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