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초대석] "특정 산업에 기술·금융·인력 지원 시대는 지났다…사람에 투자할 때"
보호에 치중 효과없다는 인식 쌓인
중소기업 지원책 큰 전환기 맞아
융·복합 핵심인 4차 산업혁명시대
인적자본이 가장 성장성 높아
앞으로 20년 경제 책임질 Z세대
소득·세액공제, 실질적 도움 안돼
병사월급 인상, 中企에 되레 악영향
중기 초임 임금과 비슷 충격파 클 것
벤처·스타트업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
위험의 외주화 하도급 문제 개선 시급
중대재해법 처벌보다 계도 중심 지도
[대담=김민진 중기벤처부 부장, 정리=최동현 기자] 대선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통상적으로 대선철에는 중소기업에 대한 이슈가 크게 부각되기 마련이다. 중소기업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6%에 달하고 고용도 83%를 책임지는 등 우리 경제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17대 대선에서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이, 18대 땐 ‘경제민주화’가 화두였다. 19대 대선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이 주요 어젠다였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중소기업 지원과 육성에 관한 이렇다 할 키워드가 보이지 않는다. 50조원이니 100조원이니 하는 소상공인 지원 이슈만 블랙홀처럼 중소기업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다.
그렇다면 여야 가릴 것 없이 대선주자들이 반드시 주목해야 할 중소기업 육성책은 뭘까. 오동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은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가진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 생산요소(토지·노동·자본)가 아닌 사람을 중심으로 중소기업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우리 경제의 20년을 좌지우지 할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에 대해 어떤 미래비전을 제시할 것인가도 중소기업에 당면한 주요 과제"라고 꼽았다.
-이번 대선에서는 과거에 비해 중소기업 정책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중소기업은 언제나 대선의 주요 이슈였고, 1980년 이뤄진 8차 개헌 당시 ‘보호와 육성’이 헌법에 명문화돼 지난 40년간 수많은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쏟아졌다. 하지만 계속 보호의 관점에서 접근하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 중소기업 지원금과 정책이 늘었음에도 그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부정적 인식이 쌓였다. 청년세대도 자신의 세금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것에 관대하지 않다. 지금 중소기업 정책은 커다란 전환기에 있다.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진 한국 중소기업 정책에 대해 평가한다면.
△그동안 한국경제의 성장은 효율적인 산업정책 덕에 가능했다. 정부는 시장과 기업을 대신해 산업을 선택하고 생산요소를 해당 산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추진했다. 전자·부동산·자동차가 대표적이다. 중소기업 정책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주로 기술·금융·인력 등 생산요소를 투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정책은 대단히 효과적이었지만 많은 문제도 야기했다. 주로 대기업 중심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대·중소기업 간 격차, 경제 불평등, 사회분열 등 여러 부작용이 생겼다. 자동차·조선·반도체 다음을 이어갈 산업을 찾는 것도 어렵게 됐다. 융·복합이 핵심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엔 하나의 산업이나 특정 대기업을 대상으로 선택과 집중이 어렵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는 산업정책은 더 이상 가치를 갖지 못한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 한계가 수치로도 나타나는가.
△2019년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2%였다. 1953년 GDP 통계 집계 이래 이보다 성장률 낮았던 때는 딱 5번 있었다. 1956년(0.6%) 이승만 전 대통령이 3선에 성공하는 등 정치가 불안했던 시기, 1980년(-1.6%) 광주 민주화 운동, 1998년(-5.1%) 외환위기, 2009년(0.8%)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0.9%) 코로나19 상황 등이다. 대형 위기 때는 경기침체가 이해가 가지만 2019년의 경우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이었다. 우리 경제가 한계에 직면했다는 일종의 시그널이었던 셈이다. 이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했지만 코로나19에 그냥 휩싸여 간 부분이 있다.
-중소기업 정책은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생산요소가 아닌 사람이 중심이 돼야 한다. 기업가·근로자·소상공인이 그 대상이다. 4차 산업혁명과 전환기의 혁신이 필요한 시대에 융·복합 능력과 창의력은 사람에게서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보유한 인적 자본이 이동성·속도·무한성의 측면에서 가장 성장성이 높다.
-사람이 중요하다면 젊은 인재의 중소기업 유입도 중요할 것 같다.
△Z세대가 취업을 통해 본격적으로 중소기업 문을 두드리는 시기가 됐다. 하지만 우리 중소기업이 과연 이들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이들을 위한 정부 정책도 소득이나 세액공제 등 협소한 부분에 치우친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정치권에서 앞다퉈 ‘병사월급 200만원 이상’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 취업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중소기업 평균소득이 245만원인데 세금 등을 제외하면 200만원 초반이다. 병사 월급이 급격히 높아지면 Z세대가 군 제대 후 사회에 나왔을 때 중소기업 임금을 체감하는 격차가 상당할 것이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 이상으로 중소기업에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Z세대가 원하는 일자리는 어떻게 만들 수 있나.
△벤처·스타트업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벤처·스타트업은 새로운 세대가 원하는 도전적이고 성장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벤처·스타트업의 고용 증가율은 10.2%로 전체 기업(3.4%)의 3배에 달한다. 벤처투자액은 2017년 이전까지 연간 2조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3분기 역대 최초로 5조원을 돌파했다. 벤처·스타트업 생태계가 ‘제2 벤처붐’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전통 제조업과 벤처·스타트업이 전략적으로 제휴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 전통 중소 제조기업은 안정적인 유통·판매망을 보유하고 있고 벤처·스타트업은 최신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 간의 제휴를 유도하면 기존 제조업에서 해결하기 어려웠던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중소기업에 가장 큰 고통을 주는 정책, 꼭 개선돼야 하는 제도를 꼽자면.
△하도급 문제다. 현대산업개발 사고에서도 하도급에 따른 비용절감 때문에 미숙련 외국인 근로자 사용 등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대기업들이 위험한 업무를 하청업체 노동자 등 외부에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이 만연하다. 원·하청 구조로 재정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안전 비용에 대한 적극적 투자가 어렵다. 영세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안전관리 비용 자체도 큰 부담이다.
-지난달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중소기업은 경영자의 구속으로 경영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 중소기업의 99%는 오너가 대표인 상황인데 사업주 징역형은 재해발생 원인 분석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더욱 어렵게 할 소지가 있다. 이는 산업재해 예방이라는 법 취지와도 맞지 않다. 중대재해 예방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해외 주요국 대비 처벌 수준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 처벌보다는 계도 중심으로 현장을 지도하면서 준비시간을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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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 ▲미국 하와이대 경제학·한국외대 중국경제학(석사)·성균관대 경제학(박사) ▲2004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동북아팀ㆍ중국팀 전문연구원 ▲2006년 중소기업연구원(현 중소벤처기업연구원) 국제경제실 연구위원 ▲동아대 경제학과 부교수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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