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언급하며 지지층 확장 나서
李 '전통 지지층 확보', 尹 '중도층 공략'…安·沈 '노무현 정신' 강조
전문가 "후보마다 의도는 각기 달라…중도층·호남 지지 얻으려는 것"

최근 대선후보들이 '노무현 정신'을 잇겠다며 이른바 '친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최근 대선후보들이 '노무현 정신'을 잇겠다며 이른바 '친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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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대선후보들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계승자를 자처하며 지지층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같은 행보에는 중도층 공략 등 저마다의 정략이 숨어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노 전 대통령을 언급, 자신이 민주당의 '정통 계승자'임을 강조했다. 지난 6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찾은 이 후보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꿈은 노무현의 꿈이고, 문재인의 꿈이고, 이재명의 영원한 꿈"이라며 "사람이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증오나 갈등하지 않고 서로 존중하고 함께 사는 세상,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향해 가는 세상, 과거와 정쟁이 아니라 미래와 희망으로 가는 세상이 여러분의 도구로서 제가 꼭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어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를 이어 4기 민주정부인 이재명 정부를 반드시 만들어내고, 3기 민주정부의 공과를 모두 온전히 떠안고 부족한 점을 채우고 잘못된 점을 고치면서 진화된 새로운 정부를 반드시 만들어낼 것"이라며 "반칙과 특권 없는 사람 사는 세상, 이재명이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최근 노 전 대통령이 등장하는 영상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지난 5일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델리민주'에 게시된 영상에는 노 전 대통령을 따라한 목소리가 등장해 "저 노무현은 사람사는 세상을 꿈꾸며 가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나 오직 국민만을 생각하며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기득권과 싸워 이겨내는 정의로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합니다"라고 말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고인 명예훼손이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르자, 이날 권혁기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부단장은 "영상은 민주당과 선대위에서 제작한 것은 아니며, 지지자가 제작한 것"이라며 "이 영상을 어제 델리민주에 게시했고, 지적이 있어 영상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송영길 대표는 해당 본부에 경고 조치를 했다"고 해명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델리민주'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재명 대선후보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영상이 게시됐다. 사진=유튜브 채널 '델리민주' 영상 캡처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델리민주'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재명 대선후보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영상이 게시됐다. 사진=유튜브 채널 '델리민주'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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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노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중도층 껴안기'에 나섰다. 그는 지난 5일 제주 강정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이 진보 진영의 반대를 무릅쓰고 해군기지를 건설한 데 대해 "고뇌와 결단을 가슴에 새긴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앞서 지난해 9월 SBS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 출연해서도 노 전 대통령 추모곡으로 쓰이는 이승철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불렀다. 최근 공개된 배우자 김건희 씨의 통화 녹취록에서는 "남편(윤 후보)이 노 전 대통령을 너무 좋아한다. 노무현 영화 보고 혼자 2시간 동안 울었다"는 김씨의 발언이 공개되기도 했다.


제3지대 후보들은 '노무현 정신'을 강조하며 계승 의지를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자신의 정치적 지향이 노 전 대통령과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7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석해 "노무현 대통령은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외쳤고 이념과 진영에 갇히지 않고 과학과 실용의 시대를 열고자 했다"며 "안철수가 생각하고 가는 길과 같다"고 말했다. 또 "아무리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고 대의와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도전했던 바보 노무현의 길을 기억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도 "노 전 대통령의 꿈인 사람 사는 세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후보들보다 앞선 지난해 10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정의당은 노무현·전태일 정신이 만나 태어난 정당이다. 민주당이 원칙을 잃고 좌충우돌해도 정의당은 노무현 정신을 실천하려고 애써왔다고 자부한다"며 "대통령께서 가장 열망했던 정치개혁이 이뤄졌다면 시민이 신물나 하는 '내로남불' 정치가 지금까지 지속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는 대선후보들의 이같은 '친노 행보'에 각기 다른 의도가 숨어 있다고 봤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윤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호남을 향해 구애하는 것으로 보이는 반면, 이 후보는 윤 후보 공세에 대한 방어의 성격이 강하다. 또 민주당 진영 내에서도 자신을 비토하는 세력이 있다보니 이를 방어하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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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평론가는 이어 "안 후보는 과거 호남에서 큰 지지를 받았다. 현재 경쟁관계인 윤 후보보다 중도층에 가까우므로 그 표심을 공략하려는 행보로 보인다"면서 "심 후보의 경우 최근 지지율이 정체하고 있는데, '진보 정체성'을 놓고 이 후보와 한판승부를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재명의 약한 고리, 즉 이재명을 비토하는 세력들을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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