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 영향으로 확진자 수 폭발적 증가
"직장 눈치, 주변 시선 우려"…'낙인효과' 무서운 시민들
국민 10명 중 5명 이상 '확진 비난 피해 무섭다' 응답
역학조사 등 부정적 영향 끼칠 수도

6일 횡단보도를 건너는 서울 시민들.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3만명을 넘어섰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6일 횡단보도를 건너는 서울 시민들.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3만명을 넘어섰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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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마스크를 써도 걸린다고 하니까 밖으로 나가질 못하겠습니다.", "확진되면 직장에도 눈치 보일 테고...불안합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인해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다른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비해 치명률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혹시라도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 주변의 '시선'이 염려된다는 우려다.

앞서 코로나19 유행 초기였던 지난 2020년 당시에도 국내에선 확진자들에 대한 과한 동선 공개, 비난, 선입견 등으로 부담을 준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자료에 따르면, 7일 0시 기준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3만5286명을 기록했다. 전날의 3만8689명에 비해 약 3000명가량 감소했지만, 휴일 영향으로 검사 수가 감소했음에도 수일째 3만명대를 넘어선 상태다.

전파력이 다른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비해 훨씬 강한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에서 우세종으로 자리 잡으면서 확진자 수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방역 당국은 이달 말 일일 확진자 수가 10만명을 넘어설 수 있다고 예측하기까지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질병청과 국내외 여러 전문가들의 예측 결과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의 영향으로 2월 말에는 국내 확진자가 13만~17만명 수준까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루 평균 17만명의 확진자가 쏟아진다는 것은 1주일이면 약 120만명의 누적 확진자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국내 인구 5178만명 중 매주 2.3% 꼴로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셈이다. 언제 어디서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다.


서울 종로구의 한 이비인후과를 찾은 시민이 음압 처리된 진료실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종로구의 한 이비인후과를 찾은 시민이 음압 처리된 진료실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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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변이는 전파력이 강한 대신 치명률은 훨씬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확진자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일일 사망자 수는 최근 1주일 동안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이며, 중환자 병상 가동률 또한 18.4%로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누적 치명률은 0.68%로, 오미크론이 국내에서 우세종을 점하기 직전인 0.91%보다 크게 하락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걱정은 단순히 건강 악화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일부 시민들은 코로나19에 확진됐을 경우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등에게 받을 '눈총'을 우려했다.


20대 직장인 A씨는 "혹시라도 확진 판정을 받으면 내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검사받아야 하고, 회사에도 나가지 못하게 되지 않나"라며 "감염병에 걸렸으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혹시 내가 주변인들에게 민페를 끼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이 있다"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회사원 B씨(30)는 "재작년, 작년에도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 하면 동선 공개되고,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도 공유되고 하면서 난리가 아니었다"라며 "그런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보니 여전히 주변 시선이 무섭다"라고 말했다.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과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지난 2020년 6월3일부터 17일까지 코로나19 확진자 및 접촉자 149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실제 시민들은 코로나19 그 자체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코로나19 확진으로 인해 주변에서 받을 비난, 멸시 등을 더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첫 유행 당시 폐쇄된 한 병원 모습 /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0년 코로나19 첫 유행 당시 폐쇄된 한 병원 모습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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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사는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 정도를 질문 문항에 따라 5점 척도로 나눠 측정했다. 조사 결과, 국민은 '(확진 판정 후) 주변으로 받을 비난과 피해에 대한 두려움'에 3.87점을, '완치 후 다시 감염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3.47점을, '완치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2.75점을 줬다.


감염병 재감염 및 중증 발현에 대한 두려움보다 이른바 '낙인 효과'에 대한 걱정이 더 컸던 것이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1'에서도 '확진을 이유로 비난받고 피해 볼 것이 두렵다'라고 답한 시민은 전체 응답자의 56.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0년 초 국내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됐을 때, 방역 당국은 강력한 '3T 전략'에 기반해 감염세를 관리했다. 3T 전략이란 검사(testing), 추적(tracing), 치료(treat)라는 뜻이다. 유전자증폭(PCR) 검사로 양성 반응이 나온 확진자를 찾아낸 뒤 이들의 동선을 조사해 밀접접촉자를 골라내 격리시켜 바이러스의 확산 고리를 적극적으로 끊어내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확진자들이 방문한 장소가 세세하게 드러나면서 사생활 침해 우려가 불거졌고, 일부 환자들의 동선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노출돼 누리꾼들로부터 악성 댓글, 루머 등에 시달리기도 했다. 확진자에 대한 낙인이 혐오 감정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2020년 5월 초 서울 이태원 한 클럽에서 발생한 대규모 집단 감염으로 인해 성소수자들을 향해 비난이 쏟아진 것이다.


서울 이태원발 집단 감염으로 인해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 발언 등이 나오기도 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이태원발 집단 감염으로 인해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 발언 등이 나오기도 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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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낙인 효과는 시민들 사이에 끊임없이 긴장감과 경각심을 불어 넣는다는 점에서 방역에 일부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역효과는 훨씬 더 크다. 주변의 눈총이 두려운 확진자들이 자신의 동선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거나, 감염 사실을 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역효과는 방역 정책이 바뀌면서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정부는 7일 역학조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기기입 조사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역학조사관으로는 하루에 수만명씩 증가하는 환자들을 일일이 관리할 수 없으니, 확진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동선을 기입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확진자들이 주변의 시선을 우려해 조사서를 성실히 기입하지 않으면 새로운 방역 체계가 무력화될 위험이 있다.


방역 당국 또한 새로운 방역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자발적 협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자기기입 역학조사' 방식을 소개하면서 "이제는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에 부합하는 방역, 의료 관리체계를 도입할 시점"이라며 "기초 역학조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기기입식 조사서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위험군에 대한 보호가 중요한 시점이므로 기초 조사 문항을 간소화하고 자기기입식 역학조사서를 적극 활용해 보건소의 대응 속도를 높이려는 것"이라며 "정부가 확충해 온 의료 대응 역량, 먹는 치료제 등을 기반으로 위중증과 사망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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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 또한 이날 브리핑에서 "국민들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자발적인 자유와 책임이 강력하게 요구된다"라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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