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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이런 대선은 없었다'…이념·정책 사라지고 후보의 입만 좇는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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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당차원 큰 공약그림 사라지고 후보별 즉석 공약행보 늘어
②여야 고소고발을 아예 전략으로 활용
③후보보다 후보 가족과 주변인이 더 화제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금보령 기자] 50일 남은 이번 대통령선거는 전무후무한 풍경 속에 치러지는 중이다. 기존 정치 문법으로 ‘비정상’이었던 일들이 정상처럼 둔갑했다. 이념과 정책을 같이하는 정당이 대선 중심에서 사라지고 후보의 입만 거칠게 움직인다. 유례 없는 수준의 법적 다툼은 이제 일상이 됐고, 대선후보 본인보다 주변인이 주목받는 기이한 현상은 시간이 갈수록 더 강해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일자리 대전환 6대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일자리 대전환 6대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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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을 만드는 ‘당’이 사라지다= 통상 대선 공약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당내 경선 단계에서 대선후보들이 공약의 큰 그림을 준비한다. 공식 후보로 선출되면 캠프 차원에서 구체화된 공약과 당에서 체계적으로 만든 공약을 결합한다. 이번 대선에서는 이런 모습이 실종됐다. 지방자치단체장 출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경우 각종 창구로 들어오는 제안들을 즉석에서 공약으로 검토하라고 지시를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보니 당은 후보의 입만 바라보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인다.

국민의힘도 상황은 비슷하다. 공약과 관련한 당의 역할을 찾기 어렵다. 지난해 9월 대선공약개발단을 꾸렸지만 실제 공약은 대선캠프와 당 대표를 중심으로 발표되고 있다. 당 차원의 공약 마련에 몰두해야 할 김도읍 정책위의장이 당내 내홍을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 뒤에도 아직까지 후속 인선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이 정책 방향을 잡지 못한 채 후보 발언을 쫓다 보니 기존 당 노선과 배치되는 공약들이 자주 나온다. 이 후보의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등이 대표적 사례다. 국민의힘의 경우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에 찬성하면서 기존 당론을 180도 바꿨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공약이던 이 사안에 대해 당초 국민의힘은 "대통령 후보가 한 마디했다고 해서 따라가면 국회는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반대했었다. 공약을 둘러싼 실수들도 빈번해졌다. 윤 후보의 경우 경인선 지하화 공약을 하면서 인천역을 도원역으로 잘못 발표하거나, 1형 당뇨병의 잘못된 질병명인 소아 당뇨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선대위 핵심관계자를 지냈던 인사는 "정책 선거를 기대했지만 결국 네거티브 공방으로 치르는 선거가 됐다"고 개탄했다.


고소고발만 난무한 대선= 공약이나 정책보다는 후보자 도덕성, 배우자 등 주변인 문제 등이 부각되면서 소송이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이번 대선의 특징이다. 전날만 해도 국민의힘은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 통화 보도와 관련해 강진구 열린공감TV 기자, 김어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와 관계자 등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및 후보자 비방,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MBC ‘스트레이트’ 제작진 등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및 후보자 비방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서울의소리의 백은종 대표와 이명수씨, 정천수 열린공감TV 대표는 주거침입 및 통신비밀보호법위반 혐의로 고발됐다.

같은 날 민주당도 이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이모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간접 살인’ 발언을 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고발했다. 이 외에도 민주당은 이 후보의 장남 부정입학을 제기한 국민의힘 소속 66명 의원과 이 후보 ‘조폭 연루설’을 꺼낸 김진태 전 의원을 고발해둔 상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영등포구 사회복지사협회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 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영등포구 사회복지사협회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 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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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모두 ‘아니면 말고식’의 무더기 고소·고발을 행하는 상황을 놓고 각 캠프는 ‘전략’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한 후보 캠프 관계자는 "직면한 이슈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법으로 정해져 있는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며 "선거가 끝나면 양측 조율하에 소를 취하하는 등 모습을 보일 수 있는데 이번 선거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역대 대선 가운데 고소 고발건이 가장 많은 대선이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후보보다 주목받는 주변인= 이 후보가 대선후보로 선출된 뒤 가장 주목을 끈 사람은 후보가 아닌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였다. 의식을 잃어 눈썹 위를 다쳤던 부인 김혜경씨나 불법도박을 저지른 이 후보의 아들 등에도 후보 이상의 관심이 쏠렸다. 윤 후보의 경우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나 이준석 대표가 더 큰 관심 속 인물이었다. 민주당의 이 전 대표처럼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윤 후보를 돕느냐 아니냐 역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부인 김씨는 허위경력 논란에 이어 유튜브채널 소속 언론인과 50여차례 통화하는 과정에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폄훼 발언 등이 논란을 일으키며 이슈의 중심에 섰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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