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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채무 시한폭탄]"여기, 저기, 거기까지 돈 빌렸지만…가게 포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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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군데 이상 대출 자영업자
이자부담·매출 악화에 벼랑끝
만기연장·상환유예도 곧 종료
대규모 연쇄부실 위험 경고등

[다중채무 시한폭탄]"여기, 저기, 거기까지 돈 빌렸지만…가게 포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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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이선균씨(40·가명)는 최근 폐업을 결정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월 매출은 60% 이상 떨어졌는데, 가계유지비와 생활자금을 위해 몇 차례 빌렸던 대출이 어느새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이씨는 "코로나19로 지난 2년 간 한숨과 눈물로 지새웠다"면서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는데 더 이상은 힘들다"고 토로했다.


금융사 3군데 이상에서 돈을 끌어다 쓴 자영업자들이 대규모 부실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것은 한계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여건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올해도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이자 부담은 크게 가중되는 반면 코로나19 사태로 고꾸라진 매출은 회복될 가능성이 희박한 실정이다. 재연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대출 만기 연장 및 원리금 상환 유예 정책도 금융당국은 일단 3월 종료를 예고한 상태다. 당장 원금 상환은 커녕 이자도 못낼 처지에 놓인 자영업자들이 일시에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2금융권 의존도가 높아 금리인상기에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연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6일 서울 명동 거리가 한산하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6일 서울 명동 거리가 한산하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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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줄도산 위기=18일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나이스(NICE)평가정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개인사업자(자영업자)가 전체 금융권에서 빌린 기업대출(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작년 11월 말 현재 약 632조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 직전 2019년 말(482조원)과 비교해 2년 사이 31.2%나 불어난 규모다.


기업대출을 받은 개인사업자 수도 같은 기간 209만5162명에서 276만9609명으로 32.2% 늘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기업대출을 보유한 개인사업자 1인당 대출액은 평균 2억2819만원 수준이다. 급격하게 불어난 자영업자 중에서는 자금난에 부딪혀 은행은 물론 2·3금융권 등 3개 이상 금융사서 돈을 끌어다 쓴 다중채무자도 크게 증가했다. 다중채무자는 정의상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사람을 뜻한다. 신용등급 하락과 높은 이자를 감수하고 2·3금융권까지 갔다는 것은 자금 여력이 불안정하고 한계상황에 내몰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제는 앞으로의 상황은 더욱 암울하다는 것이다. 소득은 그대로이거나 줄어들 위기에서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 안 그래도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다중채무자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은행 대출 금리 산정의 근거가 되는 기준금리는 지난해 2차례 올린 데 이어 이달에도 0.25% 인상됐다.

반면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로 올해도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 예상했다. 특히 자영업자 10명 가운데 4명은 폐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2021년 실적 및 2022년 전망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65.4%는 전년과 비교해 올해 매출액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평균 매출액은 9.4% 감소, 순이익 8.4%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자영업자의 40.8%는 현재 폐업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6일 서울 명동 거리가 한산하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6일 서울 명동 거리가 한산하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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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부실 사태 우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코로나19 변이 발생과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자영업자의 채무상환 능력이 악화할 수 있는 만큼, 관계 당국과 금융기관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취약·고위험 자영업자에 대한 맞춤형 관리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현재 금융지원 등의 영향으로 연체율이 낮더라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자영업자의 대출(개인사업자대출+가계대출)에 잠재 위험이 많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환금성이 낮은 ‘주택 외 부동산’ 담보대출 비중(29.0%)이 비자영업자(11.7%)의 2.5배에 이르러, 만약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면 자영업자의 채무상환 능력도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아울러 자영업자의 대출 가운데 상환 부담이 큰 일시상환대출이 45.6%, 만기 1년 이내 대출이 69.8%(개인사업자대출 기준)에 이르는 점도 불안한 부분이다.


한은은 오는 3월 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원리금 상환유예 조치가 끝날 경우 자영업자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1.3%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지원이 유지되는 경우(39.1%)보다 2.2%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결국 금융지원이 종료되면 자영업자 대출 부실화가 현실화되고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2금융권부터 시작해 1금융권으로 리스크가 번져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경쟁력과 업종별 과당 경쟁 여부, 코로나19 이후 회복 여력 등을 판단해 맞춤형 정책 수릭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자영업자 대출을 면밀히 점검해 가계부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 수립과 집행이 절실한 때"라고 지적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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