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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올해 대북 기회의 창은 잠깐 열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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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선임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제재 카드를 꺼내 들며 강력히 경고하고 나섰다. 이번 제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활동과 관련해 바이든 정부의 첫 제재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제재만이 능사일까.


북한은 지난 5일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하며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이어 엿새 만인 11일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또 발사했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해제 논의가 미국에 의해 교착상태로 접어든 가운데 북한이 미국 등 국제사회에 압박을 가하고 정치·경제적 양보를 얻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대북 협상의 필요성을 상기시키려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 행정부·의회에서 논의의 제1순위는 중국 문제였다. 러시아와 이란 문제도 우선 순위에 올려진 뒤 아프가니스탄 철군 사태까지 터져 북한 문제는 계속 뒷전으로 밀리고 말았다. 북한이 잠잠할 때면 북한 핵·미사일 문제는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최근처럼 북한이 도발할 때만 의제로 논의되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일본은 그때마다 군사력 증강의 빌미로 삼아 호들갑을 떨었다. 일본의 일부 우익 정치인은 핵무기 개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12일 기다렸다는 듯 자국을 방어하기 위해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대해 검토할 것이며 레일건 같은 신형 무기도 개발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중국 대립의 최전선 동북아시아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이 안보상 적극적으로 역할해줬으면 하고 바라는 미국으로서는 마다할 리 없다.


적 기지 공격 능력이란 탄도미사일 발사 기지 등 적국의 기지나 군사 거점을 폭격기, 순항 크루즈 미사일 등으로 공격·파괴하는 것이다. 적이 공격에 나서기 직전 적 기지를 타격해 무력화하는 것으로 원거리 정밀 타격수단도 보유한다는 의미다. 다른 나라에 대한 선제타격, 침략전쟁 도발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이다.

자민당이 자국의 ‘평화헌법’은 미국의 강제로 만들어진 것이니 개헌하고 적 기지 공격 능력을 보유하자고 결정할 경우 동북아에서 군비경쟁이 확산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는 동북아의 긴장 고조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일본의 오판이나 과잉 대응으로 한반도가 전쟁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


북한이 기존 방어체계로 요격하기 어려운 미사일을 계속 개발 중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북한이 일본을 향해 탄도미사일 발사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일본 열도는 미군 기지 84곳이 있는 미국의 전략적 근거지다. 북한이 일본을 공격할 경우 미군의 맹렬한 반격에 북한은 괴멸하기 십상이다.


북한 전문가인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CNA) 적성국 분석국장의 말마따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핵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시키고 싶으면 제재부터 완화하라는 절박한 신호다.


베이징 겨울 올림픽이 다음달 4일 개최된다. 3월 4일에는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열린다. 이어 3월 9일에는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선거가 치뤄져 5월 10일 새 대통령이 취임한다. 11월 8일에는 미국에서 중간선거가 실시된다. 한국·미국·중국 모두 북한 문제에 신경 쓸 겨를이 없게 되는 것이다.


기회는 올해 1~2월 뿐이다. 한미 모두 북한이 대화의 자리로 돌아오도록 제재가 아니라 비공식 통로로라도 ‘당근’을 내밀며 북한과 계속 접촉하려 해야 한다.


기회의 창은 항상 열려 있는 게 아니다. 잠깐 열릴 뿐이다.




이진수 선임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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