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 시험 개편안 제시
☞참고
앞서 필자가 제안한대로 수능은 모든 수험생들이 사교육의 도움 없이도 충분히 고득점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난이도를 조절해야 한다. 또 연령 제한 없이 1년에 여러 번 응시 기회를 주고, 복수 유형을 도입해 수험생이 자신에게 유리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성실히 공부하면 누구나 고득점을 맞을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수험생들에게 학교 수업 수준보다 훨씬 어려운 시험을 출제하면 사교육 의존도가 커진다. 문제는 전국에 비슷한 수준의 사교육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교육 시장이 잘 갖춰진 특정 지역으로 학부모들이 몰리고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등 교육 불평등이 자리잡는다.
해마다 수능이 끝나면 꼭 등장하는 기사가 있다. '사교육 없이 어려운 환경에서 수능 만점을 기록한 소년 소녀 가장의 수능 공부법'과 같은 내용의 기사다. 필자는 이런 기사가 나올 때마다 외지에서 사교육을 특별히 받지 않고 성실히 공부했으나 수능에서 고득점을 받지 못한 절대 다수 수험생들의 기분이 어떨지 생각해 본다. 그들에게 희망을 주기보다는 상대적 허탈감과 절망의 벽만을 높일 것 같다.
학교나 지역, 사교육 인프라 때문에 때문에 편차가 날 수밖에 없는 고교 내신 성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능2와 같은 과목별 시험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즉 수능2 국문학, 수능2 수학, 수능2 국사, 수능2 화학 등과 같은 과목별 시험을 통해 내신 성적 경쟁이 비교적 치열하지 않은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나 특정한 전공을 지원하려는 학생들에 대한 과목별 수학 능력을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과목마다 문항수와 만점이 다르고, 시험 시간도 다르고, 난이도도 해마다 다른 그런 시험이 아닌 만점과 시험 시간이 동일한 과목별 시험이어야 한다.
수능2 과목별 시험도 마찬가지로 난이도 조절이 중요하다. 외지에서 학교 수업만을 성실하게 소화한 학생은 사교육 없이도 70% 이상의 성적을 기록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 성적이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이며 서점에서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학습지를 통해 스스로 열심히 공부한 학생은 큰 어려움 없이 90% 이상의 성적을 기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수능2에 해당하는 SAT2는 모든 대학들이 요구하는 입시 필수 시험이 아니다. 학생 본인이 경쟁력을 갖추고 싶거나 본인이 다니는 학교의 경쟁력이 너무 떨어지거나, 온라인 학교 또는 정규 학교를 다니지 않고 홈스쿨링을 하는 경우 본인의 수학 능력을 의심받을 수 있다고 판단되는 학생들이 이 시험을 본다. 또 대학과 단과대 별로 요구하는 SAT2 시험이 다르다.
이 시험은 모든 과목이 800점 만점이며 1시간 동안 응시한다. 또 SAT2보다 범위가 넓고 수준이 높은 AP 과목별 시험이 존재한다. 이 과목별 시험의 해당 수업은 고등학교에서 제공하고 학교 선생님이 시험 준비를 학교 수업에서 해준다. 물론 AP 수업을 제공하지 않는 고등학교도 많다. 학생들은 AP 성적이 없어도 대학 입시에서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는다. AP 시험은 본인의 우수한 학업 능력을 더 증명해 보이고 싶거나 대학에서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과목수를 차감하길 원하는 학생들이 치른다. 대학들은 AP 시험에서 고득점을 받을 경우 해당 학생이 조기 졸업을 할 수 있도록 해 준다.
필자가 상담했던 한 여학생은 태어날 때부터 외모상 문제가 있어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수술 흉터 때문에 심한 콤플렉스를 겪고 집단 따돌림까지 경험해 공교육을 포기했다. 필자는 그 학생에게 홈스쿨링을 권했다. 한국 고등 검정고시를 치르게 하고 필자가 제안한 과목별 수능2와 같은 미국의 SAT2 과목별 시험 중 학생이 전공하고 싶어하는 3과목을 치르게 했다. 그래서 대학 수학 능력에 문제가 없음을 증명한 뒤 미국 상위 30위권의 명문대에 진학시킨 경험이 있다. 이 학생은 비싼 사교육을 받지 않았고 SAT2 교재를 여러 권 구입하고 2년 동안 스스로 공부한 뒤 여러 차례 시험을 치러 마침내 원하는 성적을 받았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주로 공과대학과 같은 특정 전공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SAT2와 AP 시험을 치른다. 반면 상대적으로 경쟁이 심한 학교의 학생들은 SAT2 과목별 시험을 보지 않아도 대학들이 그 고등학교의 경쟁력을 인정하기 때문에 과도한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된다. 대학들은 또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학생들이 AP시험 성적이 없어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자체 평가 기준을 운용한다. 이 부분은 중·고교 평준화 제도 하에서는 불가능하고 대학들이 학생 선발에 대한 자율권을 가져야만 가능하다. 다시 말해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만을 성적순으로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 주도의 학생 선발 방식이 확립돼야 한다. 이를 실행하는 대학들이 잡음 없이 학생 선발에 대한 권한과 기준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다음 편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1만피 간다더니…8000찍자마자 급락한 코스피, 반...
정규영, (사)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회장 겸 로러스 엔터프라이즈 대표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