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피해자들 국가 상대 최다 인원 손배소 제기
"국가 자발적 보상 기대할 수 없어"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이 또 한 번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선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부랑자 선도' 명분으로 노숙자·청소년·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무고한 시민을 불법 감금, 강제노역, 집단 구타하며 인권을 유린한 사건이다.
피해자 측 소송대리인 정지원 변호사는 28일 피해자 30명을 대리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소송에 참가한 원고 30명은 지금까지 제기된 형제복지원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 가운데 최다 인원이다. 앞선 5월엔 피해자 13명이 같은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대리인 측은 "손해배상액은 모두 132억원에 달한다"면서도 "피해자들의 인지대 등 소송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운 사정 등을 고려해 일단 피해자 별로 1년분의 위자료만 청구하고 추후 청구취지를 확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리인 측은 "피해자 중엔 7살 때 동네에서 놀다가 친형과 함께 강제 수용됐다가 자식들을 찾으러 온 아버지까지 강제수용되는 바람에 일가족의 삶이 한순간에 무너진 사연도 있다"며 "피해자들은 이번 소송을 통해 그동안 당한 고통을 금전으로나마 보상받고 국가로부터 진정한 사과를 받길 원하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더 이상 인권침해 사건의 피해자가 아닌,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살아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 피해자들은 한글조차 제대로 배우지 못한 10살도 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강제로 끌려간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1호 사건으로 접수해 진상규명이 진행 중이다. 이번 소송 피해자들은 대부분 고령자들로, 요양원에 입원 중인 피해자들도 있다. 대리인 측은 "앞으로 3~4년이 더 소요될 수도 있는 과거사위원회 진실규명결정을 기다릴 시간이 없는 피해자들이 대부분"이라며 "지난 5월 피해자 13명이 낸 국가배상소송에서 힘겹게 마련된 강제조정안이 무참히 결렬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국가의 자발적인 보상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형제복지원은 1960년 '형제육아원'을 시작으로 1971년 '형제원'에 이어 1979년 '형제복지원'으로 이어진 대규모 부랑인 수용시설이다. 1975년 부산시와 부랑인선도위탁계약, 내무부 훈령 제410호를 근거로 노숙자·청소년·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3000여명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여 강제노역, 집단 구타하며 인권을 유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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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1987년 박인근 원장 등을 업무상 횡령·특수감금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지만, 대법원은 정부 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이었다며 특수감금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2018년 4월 위헌적인 내무부 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은 불법감금에 해당한다며 검찰에 사건 재조사를 권고하고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은 박 원장 무죄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비상상고를 결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3월 기각했다. 다만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피해자와 유가족의 피해 및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정부의 적절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며 피해자에 대한 보상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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