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사면 태풍에…75일 남은 대선 '격랑 속으로'
文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단행…野 환영하면서도 '정치 이간계' 우려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나주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을 전격 단행하면서 대선 정국은 격랑 속에 빠져들었다.
문 대통령이 대선 흐름을 흔들어놓는 선택을 한 배경과 맞물려 정치적 후폭풍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 야권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악연’의 인물이란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1952년생인 박 전 대통령이 사면에 포함된 표면적인 이유는 건강 문제다. 청와대는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이 고령인 데다 장기간 수감돼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이런 기류를 통해 1941년생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 제외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복권되고,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가석방으로 풀려난 것과 맞물려 정치적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문 대통령이 정치 화합을 명분으로 ‘결자해지’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문 대통령은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제시했지만 이번 선택은 진보와 보수, 중도에 고르게 영향을 주는 정치적 선택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그동안 여권이 대선을 앞두고 꺼낼 수 있는 최대의 카드는 박 전 대통령 사면이 될 것이란 관측이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는 그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TK)과 전통적 보수층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여당 지지층은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부정적인 견해가 만만치 않지만 문 대통령이 선택한다면 받아들여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은 청와대의 정치적 노림수를 우려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 사면을 찬성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국민의힘은 이양수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박 전 대통령 사면에 환영 입장을 전하면서 "국민 대통합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국민의힘은 공식적으로는 환영의 메시지를 전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윤석열 대선후보가 검찰 시절 특검 수사팀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악연이 있기 때문이다. 윤 후보 입장에서는 박 전 대통령 사면 카드를 대선 직전에 보수층 표 결집을 위한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었는데 문 대통령 결정으로 선택지가 사라졌다.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정치에 개입할 여지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윤 후보에 불편한 심경을 내비칠 경우 보수 진영에서 윤 후보의 입지는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야권이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하지 않은 결정을 ‘야권 갈라치기’라고 보는 것과 비슷하게, 이 시점에서 윤 후보와 악연인 박 전 대통령을 풀어주는 정치적 노림수를 의심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야권에서 문 대통령 선택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빠진) 갈라치기 사면을 해서 반대 진영 분열을 획책했다"면서 "이간계로 야당 대선 전선을 갈라치기 하는 수법은 가히 놀랍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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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민주당은 (사면)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지만 의원들 사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번지는 등 여당 역시 상황은 복잡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역시 사면이 여론에 미칠 영향을 의식하면서도 현직 대통령 판단을 존중할 수밖에 없는 여당 후보라는 복합적인 처지와 맞물려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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