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살아있는데, 문제의식 없어" 심상정 '설강화' 비판 [종합]
[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민주화운동 폄훼, 안기부 미화 등 역사왜곡 논란에도 방영을 강행하겠다고 밝힌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설강화'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심상정 후보는 21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운동권에 잠입한 간첩, 정의로운 안기부, 시대적 고민 없는 대학생, 마피아 대부처럼 묘사되는 유사 전두환이 등장하는 드라마에 문제의식을 못 느낀다면 오히려 문제"라고 질타했다.
이어 "전두환 국가전복기의 간첩조작, 고문의 상처는 한 세기를 넘어 이어지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피해자들이 살아 계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대의 로맨스를 그리려 했다'는 '설강화' 제작진의 주장에 대해 심 후보는 "엄혹한 시대에 빛을 비추겠다면, 그 주인공은 독재정권의 안기부와 남파간첩이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피와 땀, 눈물을 흘렸던 우리 평범한 시민들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KBS 2TV '오월의 청춘'이라는 훌륭한 선례가 있다"며 "창작의 자유는 역사의 상처 앞에 겸허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드라마 '설강화'는 지난 3월 유출된 시놉시스 내용이 역사왜곡 우려를 받았다. 아이돌그룹 블랙핑크 멤버 지수, 배우 정해인이 연기하는 주요 등장인물이 천영초, 윤이상, 임종석 등 실제 여러 국가권력의 피해자를 떠올리게 해 문제로 지적됐다.
아울러 남자 주인공이 '운동권인 척하는 간첩'이라는 점과 또 다른 등장인물이 안기부 팀장이지만 '정의롭고 대쪽같은 인물'로 소개된 것을 두고 민주화 폄훼, 안기부 미화 논란이 불거졌다.
과거 안기부가 민주화운동을 하던 사람들을 고문하며 '간첩'이라는 누명을 씌웠다는 점. 이로 인해 억울하게 고초를 겪고, 목숨까지 잃은 운동가들이 존재하는 바. 심각한 역사 왜곡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는 역사왜곡, 동북공정 논란이 불거져 방영 중단 후 폐지됐으나, '설강화'는 예정대로 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촬영을 이어왔다.
그러면서 '설강화' 측은 "완성된 드라마를 봐 달라"며 해명했으나, 지난 18일 첫 방송 이후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남파 간첩을 운동권 학생으로 오해해 여대생이 기숙사에 그를 숨기고, 두 사람이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 모습이 문제가 된 것.
뿐만 아니라 간첩과 안기부의 추격 장면에 민주화운동 당시 사용된 안치환의 '솔아 푸르른 솔아'가 삽입돼 적절치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설강화'가 민주화운동 훼손하고, 안기부를 미화했다는 논란이 일자 JTBC는 "드라마 전개 과정에서 오해 대부분이 해소될 것"이라며 방영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아울러 일부 극 내용을 해명하며 '창작의 자유'를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JTBC를 향한 비판이 거세다. 1~2화 몇몇 장면이 문제가 아니라, 군부정권에 맞서 민주화운동이 거세게 일어나던 1980년대 대선 정국이 배경이 된 드라마를 연출하며 고민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당시 군부의 억압과 반공 이데올로기 속 수많은 청춘의 희생과 아픔, 그로 인해 여전히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존재하는데도 이를 외면한 채 방송을 이어가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데 의견이 모이는 분위기다.
'설강화'에 관해 사단법인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측은 "애초에 민주화운동, 안기부와 간첩을 엮어서는 안 된다. 실제 군부 독재 시절 많은 피해자가 간첩 조작 사건으로 폭력과 고문을 당해 삶이 망가지고, 극단적 선택을 하고, 사형을 당하기도 했다"고 지탄했다.
이어 "당시 안기부를 포함한 국가기관들 논리가 '너희는 간첩이니까'였다. 드라마 속 진짜 간첩을 쫓는 안기부, 간첩을 운동권인 줄 알고 숨겨주는 여대생들 자체가 그들의 주장에 합리성과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건 또 다른 가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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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33만 명 이상이 '설강화' 방영 중단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서명한 상태이며, 푸라닭 등 협찬사 대부분 드라마 광고를 철회하고 '손절'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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