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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물납제' 2023년 시행…미술계, 환영 속 걱정

최종수정 2021.12.08 09:12 기사입력 2021.12.0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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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대신 문화재·미술품으로 납세
문체부 이달 중 물납심의위원회 설치법안 발의

미술계 "문화 강국 기본 틀 갖췄다"
시가감정 활성화·관련산업 발전 기대
英·佛 등보다 까다로운 조건 아쉬움

진품 여부 규명·국고손실 등 우려도
가격·구입경위 투명한 공개 과제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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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서믿음 기자] 10여년 간 미술계의 숙원이었던 '미술품 물납제'가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23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는 현금 대신 문화재·미술품(이하 미술품)으로 세금을 납부할 수 있게 한 제도로 국민의 문화향유권 확대 차원에서 도입됐다. 미술계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서는 탈세 등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미술품 물납제’ 도입 후속조치… ‘물납심의위원회’ 만든다

이번에 도입된 ‘미술품 물납제’의 핵심은 미술품 상속에 의해 발생한 납부세액에 한해 미술품으로 대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다만 상속세 납부세액이 2000만원을 넘어야 하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요청하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2023년 1월1일 이후 상속 개시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지난해 10월 이건희 삼성 회장 사망으로 ‘이건희 컬렉션’을 상속받은 삼성가(家)는 제외된다.

문체부는 곧장 후속 절차에 들어갔다. 앞으로 물납 미술품을 평가·심의할 ‘물납심의위원회’를 신설하기 위한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개정안’을 이달 중 발의할 계획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문화재위원회급의 권위와 전문성을 가진 심의 기구를 내년 상반기까지 설치하는 게 목표"라며 "박물관·미술관 감정평가사와 세법전문가 등으로 구성하고 서화·도자기·토기 등 미술품 종류에 따른 분과위원회도 둘 계획"이라고 전했다.


앞으로 미술품 물납은 물납심의위원회와 세무당국의 검증을 통해 이뤄진다. 우선 납세의무자가 관할세무서에 상속세 물납 의사를 밝히면 해당 세무서는 문체부에 물납을 신청한다. 이후 물납심의위원회가 해당 미술품에 대해 역사적·학술적·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면 문체부 장관의 재가를 거쳐 관할세무서로 인계한다. 세무당국은 국고 손실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납세자의 물납을 최종 허가한다.


'이건희 컬렉션'으로 국가 기증된 이중섭의 '흰 소'(1950년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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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 "미술 선진국 향한 첫걸음 뗐다"

미술계에서는 물납제 도입을 적극 환영했다.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2013년부터 꾸준히 물납제 도입의 필요성을 얘기해왔던 터라 감회가 남다르다"면서 "한국이 21세기 문화 강국으로 가는 기본 틀을 갖추게 됐다"고 평했다. 최미숙 한국박물관협회 기획지원실장은 "미술관·박물관·갤러리 1세대들이 2세대로 교체되는 시점이라 상속세와 증여세가 문제되는 상황이었다"면서 "적절한 시기의 물납제 도입으로 앞으로 사립박물관이 보유하고 있던 중요 문화재가 공공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향후 미술품 시가감정이 활성화되고 관련 산업이 발전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 최근 미술시장에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진입하면서 데이터나 통계에 기반한 미술품 가격의 투명성과 신뢰성에 대한 요구는 어느 때보다 높다. 윤용철 한국화랑협회 감정이사는 "한국은 그간의 제도 미비로 다른 나라에 비해 시가감정이 열악한 수준"이라며 "상속·청산·보험 등 여러 상황 목적에 따라서도 미술품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세무당국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물납제 도입으로 여러 데이터가 누적되고 전문가가 육성되면 시가감정 수준도 올라갈 것"이라며 "지난해 한국감정원이 한국부동산원으로 다시 태어났듯 미술계도 그런 전문성을 갖춘 조직이 생기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찍이 미술품 물납제를 운영해 온 영국·프랑스·네덜란드 등에 비해 물납 조건이 까다롭다는 의견도 있다. 1968년 물납제를 도입한 프랑스는 상속세를 비롯해 증여세와 재산세까지 미술품으로 납부할 수 있다. 1896년 물납제를 최초로 도입한 영국은 별도의 조건 없이 상속세를 미술품으로 대납할 수 있다. 정 학예실장은 "한국은 미술품 상속에 의해 발생한 상속세로만 미술품 물납을 한정했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제도가 안착된 이후 범위가 점차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난을 겪은 간송미술관이 지난해 5월 케이옥션에 출품한 '금동여래입상'(보물 284호)과 '금동보살입상'(285호)(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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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손실·탈세 등 부작용도

미술품 물납제가 각종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미술품 특유의 속성으로 국고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현행법에서 인정하는 물납재산인 부동산과 주식 중 국가에 입고돼 아직 매각되지 않은 규모는 지난 2월 기준 1조4395억원에 달한다. 최근 5년(2016~2020년)간 증권 물납가치 대비 매각금액은 225억원 적자다. 물납 당시 책정한 가격보다 낮은 대금을 받아서다. 세무업계 한 관계자는 "천경자와 이우환의 위작 논란에서 확인했듯 미술품 진위를 제대로 규명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한국 미술품시장의 거래 규모와 감정 수준을 고려했을 때 국고손실이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위 1% 부자들을 위한 탈세 놀이터로 변질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만약 이건희 컬렉션에 물납제가 적용됐다고 가정하면 세무당국에서 미술품 가격과 구입 경위를 물었을 때 제대로 된 답변이 나올 수 있었을지 의문"이라며 "비자금이나 지나치게 부풀려진 가격 등으로 탈세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건희 컬렉션'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나혜석의 '화녕전작약'(193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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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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