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伊, 미접종자는 퇴사 '백신패스'…선택·집중으로 위드 코로나 정착"
강형식 주밀라노 총영사 "당국 노력·시민의식으로 일상화"
6월부터 위드 코로나…내달부터 40대까지 추가접종 확대
시설·장소따라 유연성 있게 적용…상황 악화 땐 즉각 강화
코로나19 이후 밀라노에서 처음으로 온·오프라인 동시 개최된 세계 최대 바이오제약 콘퍼런스인 'CPhI 월드와이드 2021' 행사에는 170개국 1400여개 기업이 참여했다. 2년만에 재개된 행사에 관람객들을 환영하는 문구가 걸려있다.
[아시아경제 밀라노(이탈리아)=서소정 기자] "최근 AC밀란과 인터밀란 간 홈경기에 6만명에 가까운 축구팬이 운집했지만 질서있게 마무리됐다."
이탈리아 밀라노 산시로 경기장에서 11일(현지시간) 만난 경기장 관계자 지오반니씨는 기자에게 "백신접종·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경기장 내에서 음료를 마실 수 있지만 무알콜만 허용한다"며 "최근 큰 경기가 열렸지만 문제 없다"고 말했다.
지난 6월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시행 중인 이탈리아는 강력한 백신패스(그린패스·면역증명서) 적용과 시설·장소에 따른 유연성 있는 방역정책으로 빠르게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축구팬이 많은 유럽 특성상 실외 경기장 문턱도 낮췄다. 지난 7일 산시로 경기장에서 열린 AC밀란과 인터밀란 간 홈경기에는 5만7000명의 인파가 몰렸다. 산시로 경기장은 8만명을 수용할 수 있지만 75%까지 입장을 허용한다.
유럽 코로나19 확산 거점의 변화…내달부터 40대 추가접종
이탈리아 경제·금융 중심지 밀라노가 있는 북부 롬바르디아주는 지난해 코로나19로 홍역을 앓았다. 롬바르디아주는 이탈리아 20개 주 가운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가장 높은 지역이지만 당국의 허술한 초동대처로 코로나19 확진·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 코로나19 확산 거점이라는 오명까지 떠안았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지금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현지에서 만난 강형식 주밀라노 총영사는 "실패를 답습하지 않으려는 당국의 지속적인 노력과 시민의식이 발휘되면서 빠르게 일상을 찾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유럽 최강의 백신패스를 적용하지만 일상에 대한 조화도 놓치지 않는 ‘선택과 집중’형 방역이 위드 코로나 조기 정착을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기준 이탈리아 백신 접종 완료율은 75.2%로 한국(77.6%)보다 낮다. 이에도 불구하고 12세 이상 인구 대비 접종 완료율은 83.7%로 유럽에서 최상위권이다. 이탈리아는 한국보다 앞선 지난 6월부터 위드 코로나에 돌입했다. 최근 확진자가 8000명에 육박하자 위기감을 느낀 정부는 다음 달 1일부터 코로나19 예방백신 추가접종(부스터샷) 대상을 40대 연령층까지 본격 확대한다.
"백신 미접종자 퇴사"…유럽 최강 백신패스
이탈리아는 주민 10만명당 신규 확진자 수 등의 데이터를 토대로 전국을 레드-오렌지-옐로-화이트 등 4개 등급으로 나눠 관리하며, 밀라노는 지금 가장 낮은 등급인 화이트 단계다. 겨울철을 맞아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탈리아 현지 반응은 평온하다. 바로 강력한 백신패스 적용 효과다. 실내 음식점·헬스장·박물관·미술관 등을 출입하거나 기차·비행기·고속버스 등 장거리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는 백신패스를 제시해야 한다. 콘퍼런스·행사장·경기장 등 다수 인원이 모이는 곳도 백신패스가 필수다.
지난 8월부터 백신패스를 도입한 이탈리아가 한국과 가장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민간기업에 대한 적용이다. 강 총영사는 "학교·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에서도 백신을 접종하지 않으면 퇴사를 할 수밖에 없다"며 "강력한 백신패스 적용에 이를 반대하는 시위도 있지만 과거 코로나19로 호된 피해를 겪었던 시민들이 적극 협조하면서 받아들여진 부분이 놀랍다"고 전했다.
다만 모든 곳에 방역 수위를 높인 것은 아니며, 장소·시설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이미 지난 6월28일부터 전국 거의 모든 지역에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거리두기가 가능한 실외에서는 감염 위험이 줄기 때문에 마스크를 쓸 필요가 적다는 과학적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악화되면 방역조치를 즉각 강화한다. 이탈리아 내무부는 지난 9일부터 백신패스 반대 집회·시위 관련 새 행정명령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이번 주말부터는 시내 역사지구와 상점이 밀집한 거리에서는 집회·시위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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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총영사는 "일부 유럽 국가들은 최근 확진자 수가 사상 최대치로 치솟자 ‘록다운(봉쇄)’ 정책도 검토하지만 이탈리아는 이를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경제 규모를 비롯해 인구 6000만명으로 한국과 비슷한 이탈리아의 선택과 집중형 방역 모델이 위드 코로나 전환을 본격화하는 한국에 참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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