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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공익변호사를 넘어 우리 모두를 위한 공익법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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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공익변호사를 넘어 우리 모두를 위한 공익법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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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지원을 하는 것보다 생계비를 지원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더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수용자 자녀를 위한 프로젝트 후원을 받기 위해 기업에서 사회공헌을 담당하는 심사위원들 앞에 섰을 때다. 첫 질문이었다.


2019년 공익변호사 관련 첫 실태조사에 전·현직 공익변호사 118명 중 75명이 참여했다. 이 조사는 공익변호사를 ‘비영리로 공익적 지향을 가지고 공익인권활동을 전업으로 하는 변호사’라고 정의한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70%가 30대였고, 변호사 경력 5년 미만이 전체의 58%에 달했다. 대부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공익변호사가 되지만, 공익변호사를 그만 둔 이유로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급여’라고 답했다. 재정 부족으로 인해 단체에 변호사 한 명이 홀로 근무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단체의 연간 예산 규모는 ‘5억원에서 10억원 미만’의 비중이 가장 컸는데 변호사 중심으로 설립되거나 로펌이 후원해 설립된 공익단체였고, 활동가 중심 공익단체는 대부분 ‘1억원 미만’이었다. 54%는 ‘단체의 지속가능한 재정 자립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현재 급여는 로펌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변호사를 제외하니 ‘200만원 이상 300만원 미만’이 46%에 달했다.

특히 향후 공익변호사 활성화를 위해 개선이 필요한 점에 대해서는 지속가능한 기금 마련, 공익법활동에 대한 인식 개선과 기부 확산, 공익변호사와 단체 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에 관한 의견이 가장 많았다. 공익변호사를 하면서 가장 힘든 점으로는 ‘전문가로서 역량 강화를 혼자 해내야 하는 점’을 꼽았다. 공익변호사 활동의 지역 간 편차도 심했다. 실태조사에서 공익변호사들은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한 ‘재정’과 ‘함께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어려운 환경에도 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다름 아닌 ‘일’과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나의 활동으로 인해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일상이 변화하고 나아가 사회를 바꾸는 길에 힘을 보태는 일이 보람된 것이다.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활동에 대한 시민사회의 공감이 필요하다. 권리 옹호란 개개인이 겪는 문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를 바꾸는 활동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가진 입장과 힘, 관계를 분석하고 그 힘에 균열을 내어 궁극적으로 힘의 변화를 이끄는 일이다. 수용자자녀에게 생활비,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서, 단 한 명의 홀로 남겨지는 수용자자녀가 발생하지 않도록 형사사법체계와 아동보호체계를 연결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일이다. 아동학대 사망사건으로 온 사회가 공분을 쏟아낼 때, 이러한 학대사건이 왜 발생했는지 질문하고, 더 이상 아동이 학대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점검하고 개선하는 활동이다.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은 공익변호사만으로는 해낼 수 없다. 자신이 겪은 어려움을 사회에 드러내는 용기, 더 소외된 곳은 없는지 함께 살피는 마음, 어려움을 고민하는 마음을 놓치지 않는 지역사회가 있다. 현장의 최전선에서 당사자의 곁을 지키고 연대하는 많은 단체와 활동가도 있다. 인권 옹호의 궁극적인 주체는 국가이지만, 그 국가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력하고 감시하는 구성원 모두의 역할이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공익법활동은 그 과정과 결과를 의미 있게 연결하는 가교이자 지지대다.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다.

강정은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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