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최대 민간인 학살지 당고개에 세워진 원혼비
운암산자락에서 70년 만에 위령제 봉행
[고흥=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이형권 기자] 고흥지역 최대의 민간인 학살사건으로 기록된 보도연맹회원 43명을 총살한 곳에서 70년 만에 원혼비가 세워지고 위령제를 올렸다.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상임대표의장 윤호상)와 여순항쟁 고흥유족회(회장 이백인)는 공동으로 지난 2일 고흥군 점암면 천학리 소재 당고개에서 원혼비 건립 및 위령제 봉행식을 개최했다고 4일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이곳에서 학살당한 희생자 유족 중 10여 명을 비롯해 전국유족회관계자와 인근 보성과 순천유족회, 여순10.19범국민연대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이날 유족들은 원혼비를 직접 세우고 전통 제례에 이어 김현명 원불교 녹동교당 교무의 종교의식으로 70년 전 억울하게 학살된 원혼들을 달랬다.
윤호상 전국유족회 상임대표의장은 “원혼비 건립을 통해 지역의 관심과 여론을 환기하고 위령탑 건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라면서 “아직도 전국 각지의 학살지에 수많은 유골이 뒹굴고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화순에 달려온 유족 박 모씨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혼자 남았는데, 이렇게 원혼비를 세우고 위로해줘 정말 감사하다”며 눈시울을 닦았다.
10대의 나이에 학살 현장을 목격한 인근 마을 김모씨는 “당시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족들이 사체를 찾아갔고 남은 사체는 현장에 방치돼 있어 마을 청년들이 동원돼 현장에 가매장했다”고 기억했다.
지난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시작되고 7월 15일 북한군 제3사단이 공주를 우회 금강을 건너 호남으로 진격하자 고흥 경찰서는 지역 보도연맹회원을 긴급 소집했다.
당초 소집된 인원이 100여 명에 이르렀으나 상당수가 땅문서를 바치는 등 각종 청탁으로 빠져나갔고 김홍준 등 43명은 7월 20일 새벽에 비가 그치자 군용트럭에 실어 이동해 이곳 당고개에서 총살했다.
같은 날 과역지서에 수감된 6명도 점암면 신안리 도지정골에서 학살됐고, 고흥군 북부지역인 대서면, 동강면, 남양면 보도연맹회원들은 벌교경찰서 관할지로 벌교읍 추동리 석거리재에서 학살했는데, 벌교, 조성, 낙안, 송광, 외서까지 포함해 50여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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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는 지난 2019년에도 여수 애기섬과 순천 장대다리 옆 강변에 원혼비를 세우는 등 전국 민간인 학살지를 다니며 희생자의 원혼을 달래는 위령사업을 행정안전부 후원으로 계속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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