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거 금방 정리' 녹취 파장
원희룡 "전체 파일 공개" 요구에…李 "참 딱해" 갈등 증폭
"대의 잊은 채 정쟁에만 빠져" 당내선 정권교체 회의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사진=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당내 대선주자 간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통화 녹취록 유출 의혹에 이어 오고간 대화 내용을 폭로하고 녹취록을 공개하는 등 '불신의 늪'에 빠진 모습이다. 서로에 대한 날 선 반응과 조롱, 자극적인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 대선 정권교체라는 최종 목표를 이루기 위한 비전 경쟁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이 전 대표와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둘 사이의 통화 중 '저거 곧 정리된다'라는 이 대표 발언이 무엇을 지칭하는지를 두고 충돌했다.

시작은 원 전 지사가 지난 17일 국회에서 이 대표와의 대화 내용을 폭로하면서부터였다. 원 전 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8월12일, (이 대표가) 상주에 있을 때 (통화를 했다) 대표가 특정 후보가 '정리된다'고 한 것은 갈등이 정리된다는 뜻이 아니라 후보로서 지속성이 정리된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 전 대표는 이날 밤 페이스북에 해당 전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반박에 나섰다. 자신이 말한 "저거"가 지칭하는 것은 윤 전 총장이 아니라 '경선 과정에서의 갈등'을 말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원 전 지사는 다음날인 1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를 향해 녹취록 전체를 공개하라고 요구했으나, 이 대표는 "참 딱하다"라는 말로 일축, 두 사람의 감정 싸움은 더욱 격화했다.

18일 故(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참배 마친 국민의힘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사진=연합뉴스

18일 故(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참배 마친 국민의힘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사진=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국민의힘 내 통화 녹취록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지난 12일 이뤄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통화를 녹음했고, 이 녹취록이 외부로 유출됐다는 의혹 제기됐다. 이날 윤 전 총장은 대선 캠프에서 정무실장을 맡은 신지호 전 의원의 '당 대표 탄핵' 언급에 유감을 표하기 위해 이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15일 페이스북에 "유출되었다는 녹취 파일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당연히 작성하고 유출된 녹취록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과의 통화)대화가 길지 않아 대부분 내용이 취재 과정에서 언론인들에게 전달됐고, 구두로 전달된 부분들이 정리돼 문건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 대표 측은 휴대전화 자동녹음 기능으로 통화가 녹음된 사실은 인정했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당내 인사들과의 통화를 녹취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18일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통화를) 녹취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 정치에 있어 서로 신뢰하지 못한다는 거라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캠프 조직본부장인 이철규 의원도 14일 페이스북에 "당 대표라는 사람이 자당의 유력 대통령 후보와의 통화를 녹음하고, 그 녹취록이 유출됐다는 뉴스를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라며 "더한 것은 잘못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그런 사실이 없다는 발뺌"이라고 비판했다.


녹취록 진실 공방으로 국민의힘 당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오고간 대화를 폭로하고 녹취록을 공개하는 등 서로에 대한 불신을 확인한 것 말곤 얻은 게 없는 싸움이라는 지적이다. 당 일각에선 내년 대선 정권 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위기감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당내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윤희숙 의원은 17일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잊은 채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른 정쟁에 빠진 것이 아니냐, 지금 후보들이 정치 기술 부릴 때냐, 지도부가 특정 후보와 각을 세우는 게 정권교체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국민의 질책이 따갑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저는 진심으로 대한민국의 미래가 정권교체 여부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라며 "지금 지지율이 높든 낮든 숫자 놀음에 빠져 이 대의를 잊어서는 안 되며 당 지도부와 주자들 모두 시대적 소명 앞에 서서 자세를 바로잡고 각자 본연의 역할을 다해 달라고 읍소한다"고 말했다.

AD

전문가는 이번 국민의힘 갈등이 결국 내년 대선 정권 교체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당내 대선 경선 관련 누가 주도권을 가질 것인지를 두고 갈등이 불거진 것인데, 이것이 심화해 감정싸움으로 흘러간 양상"이라며 "당연히 내년 대선에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 당내에서 일어나는 책임은 일단 대표에게 있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대표와의 갈등보단 대선후보 간의 경쟁이 촉진될 수 있도록 교통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