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로 치닫는 폴란드…'언론자유 재갈' 미디어법 통과
야권 "언론을 겨냥한 공격"…미 국무장관 "깊은 우려"
중도 정당의 연정 탈퇴로 우파연정 붕괴
[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폴란드 우파 연정이 언론 자유에 재갈을 물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미디어법안을 결국 통과시켰다. 법안 표결에 반대한 중도 정당은 연정에서 탈퇴했다. 폴란드는 동유럽의 민주주의 모범국으로 인식돼 왔으나 이번 조치로 권위주의 정권이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폴란드 하원은 11일(현지시간) 찬성 228표, 반대 216표로 미디어법안을 처리했다고 블룸버그 통신과 가디언지 등이 전했다.
미디어법안은 여당인 법과정의당이 추진 중인 법으로, 비유럽권 소유주가 폴란드 미디어 회사의 최대주주가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디어법이 시행되면 폴란드 유력 민영 방송사 TVN의 최대 주주인 미국 디스커버리사는 지분을 강제로 매각해야 한다. 이 채널은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폴란드 민주주의가 크게 퇴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야당 인사는 "오늘 표결은 자유와 미디어를 겨냥한 공격"이라고 규탄했다.
디스커버리도 성명을 내고 "이 법안은 표현의 자유, 언론 독립이라는 핵심적 민주주의 원칙에 대한 공격이며, 디스커버리와 TVN을 대놓고 차별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폴란드의 핵심 동맹인 미국도 즉각 비판에 나섰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미디어 법안 통과 직후 성명을 내고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에 통과된 미디어법은 폴란드 내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수도 바르샤바 등 100여개 도시에서는 이날 미디어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법과정의당 측은 러시아와 중국 자본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미디어법을 추진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미디어법은 폴란드 정치 지형에도 영향을 미쳤다.
우파 연정에 참여 중이었던 합의당은 이날 연정에서 탈퇴한다고 밝혔다.
합의당은 법과정의당의 미디어법 추진에 반대해온 중도 성향의 정당이다.
13석의 합의당이 연정에서 탈퇴하면서 법과정의당이 이끌어온 우파 연정은 219석으로 줄어 총 460개 연방하원 의석의 과반에 못 미쳤다.
또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법과정의당 소속)는 전날 미디어법안에 반대 입장을 밝힌 야로슬라프 고윈 부총리 겸 합의당 대표를 해임하기도 했다.
법과정의당은 합의당의 연정 탈퇴 속에서 일부 극우 성향 야권 의원들의 지지를 얻어 이날 미디어법을 통과시킬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야권은 미디어법 표결을 9월로 연기하는 방안을 상정, 통과시켰다. 하지만, 법과정의당 소속의 하원의장이 "구체적인 표결 일정을 명시하지 않았다"며 재표결을 강행했고 이에 일정 연기가 무효화되면서 곧바로 미디어법 표결도 진행됐다.
이에 야권 측은 "명백한 불법 행위"라며 반발했다.
중도 성향의 합의당이 연정을 탈퇴하면서 여당이 극우 정당과 손잡아 정부가 더 극단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정치학 교수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진보적 성향을 가진 고윈 부총리의 해임으로 정부가 더 극단화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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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하원에서 통과된 미디어법은 상원의 표결을 거쳐야 입법 절차가 마무리된다. 다만, 야당이 상원을 장악하고 있어 미디어법이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가디언지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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