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금융지주가 역대급 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올해 상반기 역대급 실적 거뒀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사가 거둬들인 당기순이익만 9조3000억여원에 달한다. KB금융의 순익은 2조4743억원으로 1년 전보다 44.6% 늘었고, 신한금융도 2조4438억원으로 35.4% 증가했다. 하나금융(1조7532억원), 우리금융(1조4197억원), NH농협금융(1조2819억원)도 각각 30.2%, 114.9%, 40.8% 뛰었다.
그러나 이 같은 실적에도 금융지주사들은 웃지 못하고 있다. 첫째는 순익이 크게 늘어난 데는 시중금리가 오르며 은행의 이자이익이 늘고, 증권·카드·보험 등 비은행 부문의 수수료 이익이 증가했기 때문인데, 뒤집어 말하면 빚투(빚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떼돈을 벌어들였다는 소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가계는 빚더미에 허덕이는데, 금융지주사들은 이자이익으로 배를 불리고 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어 쉬쉬하는 상황이다.
둘째는 거리두기 단계 격상에도 수그러들지 않는 코로나19 확산세다. 4차 대유행이 장기화할 경우 9월 말 종료 예정이었던 대출만기 및 이자상환 유예조치가 한차례 더 연장될 수 있다. 시중·특수·지방은행을 포함한 전체 은행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코로나19 대출은 251조원에 달한다. 코로나19로 지원해준 신규 대출 규모가 125조4000억원, 만기연장 대출·이자상환액이 125조7000억원이다. 이 중 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연장해준 대출과 이자 총액은 이날 현재 108조2592억원이다. 만기연장 대출 99조7914억원, 분할 납부액 8조4129억원과 이자 549억원 등이다.
금융당국은 방역상황을 좀 더 지켜본 후 다음 달 결정하겠다는 입장인데, 재연장 결정시 역대급 실적을 거둔 금융지주사들은 이를 외면할 명분이 없다. 금융지주사들도 경제가 어려울 때 협조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 원금과 이자 상환을 다시 미뤄주더라도 이자 유예 기업에 대해서는 대출 연착륙이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자조차 내기 어려운 기업이나 소상공인은 이미 한계기업이나 차주일 우려가 큰 데다 이들에 대한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어서다.
셋째는 정치권이 역대급 실적을 빌미로 또다시 ‘포퓰리즘 청구서’를 요구할 수 있다. 정치권은 금융지주사들이 호실적을 거둘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 청구서를 들이밀기 일쑤였다. 정치권은 올해 초 금융지주사들이 크게 이익을 내자 이익공유제에 동참하라고 압박했고, 지난 5월엔 금융사들이 5년 동안 매년 2000억원을 서민금융에 출연해야 하는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기본 시리즈(기본소득·기본금융·기본주택)’로 금융지주사들을 옥죄고 있다. 기본대출은 만 19~34세 이하 청년층에게 최대 1000만원, 연 3% 저금리 대출이 이뤄지는 공약으로 이미 서민금융법·지역신용보증재단법 개정안 법안이 국회 발의된 상황이다.
이 밖에도 최고금리를 10~15%로 인하하는 법안도 현재 5건 상정돼 있으며, 재난상황시 은행 대출금을 감면해주는 ‘은행빚 탕감법’과 관련해서도 상임위인 정무위원회에 올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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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법안 및 공략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사들이 돈을 많이 벌면 벌수록 리스크도 커지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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