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날엔…] 촌철살인 노회찬 히트작, '삼겹살 불판'의 어원
국회의원 당선 전인 2004년 3월20일 KBS 심야토론 출연 당시 발언
민심 거스른 기득권 정치, 삼겹살 판 갈이 비유하며 '유쾌한 견제구'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노회찬 평화와정의의 의원 모임 원내대표가 2018년 4월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국회 교섭단체 원내대표 초청 개헌문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치인 노회찬은 촌철살인 언어로 유명한 인물이다. 역대 정치인 가운데 ‘TV토론 달인’을 뽑는다면 최상위권에 오를 만한 정치인이다. 그의 최대 장점은 대중의 언어로 정치를 풀어준다는 점이다. 특유의 비유법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는 능력은 단연 으뜸이다.
이른바 정치인 노회찬의 촌철살인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에피소드는 이른바 ‘삼겹살 불판’ 얘기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이제 퇴장하십시오. 이제 우리 국민들도 50년 동안 썩은 판을 갈아야 합니다. 50년 동안 똑같은 판에다 삼겹살을 구워먹으면 고기가 시커매 집니다. 판을 갈 때가 왔습니다.”
한국의 성인 남녀 가운데 삼겹살 불판 앞에서 돼지고기를 먹어보지 않은 이가 있을까. 돼지고기 한 두 근만 구워도 불판은 까맣게 변해가기 마련인데 50년 동안 같은 불판에 계속 고기를 굽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새로운 불판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지 않을까.
정치인 노회찬은 삼겹살 불판 비유를 통해 한국 정치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치인 노회찬의 삼겹살 불판 발언을 들어본 사람은 있지만, 그가 언제 어떤 맥락으로 그런 주장을 펼쳤는지를 알고 있는 이는 많지 않다. 삼겹살 불판 얘기는 정치인 노회찬이 국회의원에 당선되기도 전인 2004년 3월2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KBS 심야토론 프로그램이 진행됐는데 정치인 노회찬은 여야 5당의 토론 패널 중 한 사람이었다. 한나라당은 김영선 의원, 새천년민주당은 김경재 의원, 열린우리당은 송영길 의원, 자유민주연합은 서준원 지구당 위원장, 민주노동당은 노회찬 사무총장이 TV토론에 참여했다.
KBS TV토론이 열릴 당시의 정치 환경에 주목해야 발언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당시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안 가결로 민심이 요동치던 시기였다.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이 탄핵안 가결을 주도했다. 열린우리당은 적극적으로 저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당시 다수 여론은 임기 만료를 앞둔 제16대 국회의원들이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을 탄핵시킨 것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 KBS 심야토론은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마련됐다.
여야는 제17대 총선(2004년 4월15일)을 앞두고 민심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당시 탄핵 역풍에 따라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지율은 바닥을 기고 있었고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50%를 넘어설 정도로 고공 행진이었다.
정치인 노회찬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물론이고 열린우리당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열린우리당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2004년) 3월12일 국회에서 끌려 나온 것밖에 없는데 지지율 50%가 나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정당 지지율은) 열린우리당이 한 일에 대한 정당한 평가에 기초했다기보다는 길 가다가 지갑 주운 것처럼 횡재한 것인데 경찰서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된다.”
정치인 노회찬이 지갑 주운 것처럼 횡재한 것이라고 말했을 때 토론자들도 웃음을 보였다. 분명 비판인데 정색하며 반박하기에는 애매한 특유의 비유법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향해서는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강행한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책임이 크다. 민주당은 조건부 탄핵이라 말했는데, 사과를 했으면 탄핵 안 했을 거라는 얘기로 들린다. 사과했으면 끝날 정도인데 대통령을 탄핵하느냐. 길거리 가다가 부딪혀 사과하면 될 일을 사과 안 했다고 흉기로 찌르는 불량 학생들과 무엇이 다르냐.”
“헌법에 따라 국회에서 (탄핵안을) 통과시켰는데 왜 그러느냐 말씀하시는데 분명히 아셔야 할 것이 헌법과 법률 위에 민심이 있다. (국회의석) 3분의 2를 얻었다 해서 아무거나 통과시킬 수 없다. 국민 동의가 없으면 절대로 개헌할 수 없다는 것을 광화문에 모인 촛불 인파들이 말을 해주는 것이다.”
17년 전 삼겹살 불판 발언은 기득권 정당에 대한 비판이자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였다. KBS 심야토론 출연 당시만 해도 국회의원이 아니었던 정치인 노회찬은 제17대 총선을 거치면서 원내에 입성했다.
2004년 민주노동당이 얻은 10석은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은 진보정당 최고의 총선 성적표다. 정치인 노회찬은 국회에서 특유의 촌철살인 언어를 토대로 진보정당 간판 정치인 역할을 했다. 그는 지금 세상에 없다.
오는 23일은 정치인 노회찬이 세상을 떠난 지 3주기가 되는 날이다.
정당의 지지성향과 무관하게 그를 그리워하는 이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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