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카페 ‘루디먼트’
2년전 가구 디자이너들 뜻 모아
성수동에 나무공방·카페 차려
큰 간판도 없는 2층짜리 건물
1층선 도마 등 일상소품 만들기
2층선 커피 마시며 감성 놀이
나무 컵받침에 그림 새겨 추억쌓기도

루디먼트 1층. 목공 작업대. /사진=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루디먼트 1층. 목공 작업대. /사진=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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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나무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고도 안정감을 주는 소재 중 하나다. 사람들이 일상을 영위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자원인 나무는 역사 이래 여러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람의 생김새가 각각 다르듯, 나무 역시 자라온 환경과 겪어온 시간에 따라 그 모양이나 쓰임새는 천차만별이다. 더 단단하고 변질되지 않는 장점을 가진 소재가 많아도 일부러 나무를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나무의 고유한 특성, 즉 시간의 흐름이 새겨진 자연의 멋에 본능적으로 이끌리게 되는 것일까.


이런 나무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서울 성수동에 자리잡은 ‘루디먼트(rudiment)’ 이야기다. 루디먼트는 가구를 만들던 디자이너들이 모여 결성한 그룹으로, 지난 2019년 8월 이곳에 나무 공방 겸 카페를 차렸다. 지하철 2호선 성수역 1번 출구에서 나와 음식점이 즐비한 거리를 10분 남짓 걷다 보면 옛 주택을 개조한 2층짜리 건물에 닿게 된다. 눈에 띄는 큰 간판을 걸어놓은 것이 아니어서 자칫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딱딱한 느낌의 현대식 건물들 사이에서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건물 1층은 루디먼트에서 진행하는 목공 클래스가 열리는 공간이다. 나무를 깎고 다듬을 수 있는 기계와 각종 도구들이 놓여 있는 작업실이라고 보면 된다. 2층은 일반 고객들이 커피나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카페. 1층에서 제작한 나무 제품들이 카페 곳곳에 진열돼 있다. 방문한 고객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할 만큼 다양하다. 나무의 따뜻함과 감각적인 인테리어의 조화는 오래도록 이곳에 머물고 싶게 한다.


루디먼트 2층 카페 내부. /사진=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루디먼트 2층 카페 내부. /사진=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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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스튜디오에서 일하던 김이래 대표는 사람들이 나무제품 디자인이나 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하도록 해보자는 생각에서 루디먼트를 차렸다고 한다. 나무제품에 관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선뜻 디자인이나 제작 등에 도전해볼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은 도시인들에게 알맞은 코스라고나 할까. 나무라는 소재를 택한 이유는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친숙하면서도 철이나 돌보다 비교적 가공이 쉽다는 이점 때문이었다. 목공 클래스는 바로 이런 이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일상에서 자주 쓰이면서도 목공을 체험하기에 비교적 쉬운 도마, 수저 등의 소품을 만드는 수업이다. 가구 스튜디오에서 일했을 때 주로 고가의 제품을 제작했었다는 김 대표는 "짜 맞춰진 가구를 제작하는 것에 조금은 염증을 느끼던 때가 있었다"며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생활 디자인, 실용적인 소품을 제작하는 것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기본’ ‘기초’라는 뜻을 가진 루디먼트의 이름에서도 볼 수 있듯 디자인에 경험이 없는 사람도 참여할 수 있고, 누구나 하나의 제품을 완성할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했다. 김 대표는 "나무를 직접 손으로 깎고 다듬는 과정은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 편인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집중해서 수업에 임한다"며 "고된 과정이 지나고 완성된 제품과 함께 자신감을 얻어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목공 클래스만큼이나 2층에 마련한 카페에도 애착이 크다. 루디먼트가 추구하는 가구와 소품에 대한 생각을 녹여낸 곳이어서다. 원래는 어린이집이었던 건물을 새롭게 리모델링했을 때부터 김 대표는 모든 공정에 참여하며 카페를 구상했다고 한다. 카페에 놓인 동물 조각이나 포크, 수저 등 작은 소품부터 테이블, 의자 등 일상에서 흔히 쓸 수 있는 가구들은 대부분이 그의 손을 거쳤다. 특별한 홍보 없이도 카페를 다녀가는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루디먼트가 추구하는 디자인과 감성에 대해 경험하고 제작 노하우를 배우고 싶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는 "누구나 디자인할 수 있고 누구나 원하는 생활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며 "카페와 저희가 진행하는 수업 모두 이런 생각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루디먼트 1층. 나무 진열대에 놓여있는 도구들. /사진=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루디먼트 1층. 나무 진열대에 놓여있는 도구들. /사진=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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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디먼트에선 카페에 방문한 손님들이 직접 그린 그림, 손글씨 등을 나무 코스터(컵받침)에 레이저로 각인해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누군가에겐 작고 사소한 물품일지 모르지만, 카페를 방문한 손님들에게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정성을 다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코스터를 받아간 손님들은 루디먼트와 이곳에서 보냈던 뜻깊은 시간을 오래도록 되새겨보게 되지 않을까.


김 대표는 방문하는 이들 스스로가 쓸 물건을 직접 만들고,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을 느껴볼 수 있다는 점을 루디먼트 공방의 매력으로 꼽았다. 여전히 물건을 만드는 것보다 직접 사는 경우가 월등히 많고 편리하지만,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 손때 묻은 물건은 특히 애착이 가기 마련일 터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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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흔히 초보자들은 도마를 만들게 되는데,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모양이 단순하고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며 "또 주방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평소 자주 접하면서 자신의 손길을 다시 한번 느끼는 재미에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했다. 나무와 사람이 만나 하나의 ‘특별한 물건’으로 탄생하는 과정은 만든 사람의 노력과 땀, 정성을 고스란히 머금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무에 새겨진 시간의 흐름은 사람의 손길을 거칠수록 그 깊이를 더해가고, 그 여운은 꾸준히 루디먼트로 발길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 같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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