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민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27일 경제·경영학회 학술대회서 주장

"탄소배출권제, 결국 무상할당으로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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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정부의 탄소배출권 할당정책이 유상에서 무상으로 바꿔야 한다는 전문가 주장이 나왔다. 정부는 현재 탄소 다배출 기업 684개사에 연도별로 배출 할당량을 정하면서 배출권을 사도록 하고 있는데, 궁극적으로 거래시장을 제한하는 족쇄가 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27일 한국경제학회·경영학회가 개최하는 ‘한국경제의 혁신성장과 시장친화적 규제’ 춘계공동학술대회의 발표자로 참여해 이같이 밝혔다.

유 교수는 이 자리에서 정부의 유상할당 확대 정책 시행과 탄소 배출량 감축 간엔 상관 관계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업의 자산을 국가가 재정으로 거둬들이기만할 뿐 나라의 탄소 배출량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유상할당 확대 정책이 ▲기업 투자의사 결정 저해 ▲한국 배출권 거래시장 성장 제한 ▲해외가 우리 다국적 기업에 국내의 높은 규제 수준을 준용할 가능성 확대 등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봤다. 유 교수는 "지금처럼 ‘90% 무상·10% 유상’이 아니라 ‘90% 유상·10% 무상’으로 바뀌어도 한국의 탄소 배출량은 그대로일 것"이라며 "기업은 배출권이 발행량만큼 어떤 식으로든 배출 권한을 100% 활용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기업의 자산을 정부가 거둬들이는 것뿐"이라며 "이전자금(재정)으로 태양광 단지를 지을지 전기료 지원을 할지 알 수 없지만, 이렇게 국가 주도로 탄소 감축을 유도하기보다 기업의 판단에 맡겨두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주장은 정부의 기조와는 다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유상할당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유상할당 비중은 전체의 0%(2015~2018년)애서 3%(2018~2020년), 10%(2021~2025년)로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는 기업이 다음 연도까지 배출권을 보유하는 ‘연도별 이월 전략’도 제한하고 있다. 해외에서 배출권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판단해 다음연도에 투자하기 위해 배출권을 계속 보유하고 관망세를 취하는 전략을 취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진다. 배출권거래법에 따라 할당대상 업체인 684개사는 매년 5월31일까지 배출권 인증 내역을 등록하고 6월10일까지만 이월·차입 신청을 할 수 있다. 국가가 허용하는 이월량은 연평균 순매도량의 3배(2018→2019년), 2배(2019→2020년), 1배(2020→2021년)로 줄어들고 있다.


영국의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에 따르면 지난 25일(현지시간) 유럽 시장의 1t당 배출권 종가는 53.07유로로 지난해 연말 32.32유로보다 64.2% 상승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같은 기간 한국 시장의 1t당 배출권 종가는 2만30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26.1% 하락했다. 당연히 유럽시장 상승에 투자하는 게 합리적인 결정인데, 한국에선 이월 거래량을 제한받게 된다. 가뜩이나 한국은 규제 강도가 높고, 불확실성이 큰 데다 선물시장조차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에 갈수록 투자를 꺼리게 된다. 자연스럽게 한국의 배출권거래 시장 성장은 더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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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교수는 "이월 제한 제도를 유지하면서 유상할당 제도까지 강화하는 건 이중 규제"라며 "기업은 시세에 따라 배출량을 조절해 이윤을 얻고 환경도 살리는 방법을 찾기보다 탄소 감축 할당량 채우기에만 급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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