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투' 송영길·김기현 일단 성적표는…그리고 文 대통령
한미 정상회담이 분수령 될 듯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이 1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 참석, 김부겸 총리 인준 강행을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원본보기 아이콘[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청와대와 여당은 치명타를 피하기 위해 절충했고 야당은 투쟁력을 과시했다. 지난 며칠간 벌어지다 14일 일단락된 ‘장관 후보자’ 임명 논란 성적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의 주도권을 강조해 왔다. '적어도 1명은 낙마'라는 당내 기류가 반영된 셈이고, '친문(친문재인)'과의 거리두기 모양새도 갖췄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일단 강한 대여 투쟁의 판을 열면서 선명성을 부각시켰다. 시험은 다시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명분과 전략을 갖춰서 압박을 취한다면 정국 경색의 책임론 수렁에 여당을 다시 빠뜨릴 수 있다. 물론 '발목 잡기' 세력으로 인식되면 역풍에 휘말린다.
임기 후반부를 같이 할 장관 후보자 한 명을 잃었지만 문재인 대통령도 치명상은 받지 않았다. 여야 의견을 존중한다는 신호도 보냈고, 내정했던 국무총리 및 장관 5명 중 4명을 무사히 국무위원에 임명하는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집권 막바지 장관 인사는 관료나 학계 출신들로 비교적 튀지 않는 편이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역시 '친문(친문재인)'과는 거리가 있는 영남권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안정과 관리형 내각 진용이라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지난달 재보궐 선거에서의 여당 참패, 이어 여야 새로운 지도부의 선출이라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최대 현안으로 부풀어 오른 측면이 있다.
민주당에서는 '송영길 리더십'의 시험대라는 평가가 많았다. 송 대표는 지난 4일 문 대통령과의 오찬 자리에서 "저를 왜 '비문'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친문(친문재인)'과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일찌감치 장관 후보자 중 한 명 정도는 임명철회하거나 자진사퇴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초선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 불을 붙였다. 하지만 자칫 당청 관계 파열음으로 비쳐질 수 있고, 친문 진영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윤건영 의원은 초선들을 향해 "'최소한 1명은 부적격'이라는 표현이 아쉽고 납득하기 힘든 지점"이라고 했으며,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 출신 진성준 의원과 친문 강경파로 꼽히는 정청래 의원도 초선들을 공개 비판했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가 낮아지고 있지만 역대 대통령들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민주당 지도부로서는 살얼음판이었다. 민주당 최고위원인 백혜련 의원은 "언론에서 자꾸 당청간 이상기류로 보도하는데 아직 그렇게 심각한 상황으로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청와대와 조율된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 형식으로 한 고비는 넘긴 셈이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당 지도부의 의견을 수렴해,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이 민심을 수용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당의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대행은 지난달 30일 선출 직후 "싸울 것은 싸우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장 자리 등을 반환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범법자 지위에 있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선명한 대여 투쟁의 이미지를 강조했고,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 거취 논란이 불거지자 행동으로 옮겼다. 김부겸 총리 후보자에 대해서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화끈하게 통과시켜줬으면 좋겠다"고 하는 등 여론이 적지 않았으나 장관 후보자들의 거취와 연계시켰다. 정의당의 이른바 '데스노트'가 2명 낙마를 요구하면서 힘이 돼주기도 했다.
앞으로 대여 투쟁의 수위를 어디까지 끌어올릴 지가 관심사다. 인사 실패이자 거대 여당의 독단적 행태를 비판하면서 국회에서의 법안 협의 과정에 불참할 가능성이 있다. 협치를 파괴한 책임론을 여당에 묻는 식이다. 법사위원장 자리가 협상의 키포인트가 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민주당이 넘겨줄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재보궐 선거 승리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지지도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지지를 갉아먹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선거의 결과를 오판하면 실수를 하게 된다"면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야당이라고 인식되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월 150만원 견디느니, 美 가서 5억 벌죠" 서울대...
문 대통령 입장에서도 오는 21일 한미 정상회담이 임기 말 입지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한반도 평화와 백신, 경제 현안 등을 놓고 그야말로 중차대한 회담이 될 것"이라며 "결과물에 따라서 레임덕을 최소화하고 정권 막바지의 동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다"고 관측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