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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호 교수의 외교 오딧세이] 이종석 前 장관 "대북정책, 단계적으로 성과낼수 있도록 해야"

[황재호 교수의 외교 오딧세이] 이종석 前 장관 "대북정책, 단계적으로 성과낼수 있도록 해야"

최종수정 2021.06.17 16:01 기사입력 2021.04.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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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6일 경기 성남 세종연구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성남=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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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실사구시’의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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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황재호 한국외대 교수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런던정경대(LSE)에서 국제관계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학문적으로 정책적으로 북한 문제를 직접 ‘다뤄본’ 북한학계의 최고 권위자 중 한명이다. 줄곧 남북관계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의 급전, 반전, 역전의 드라마틱한 역사적 현장에 서 있었다.


그는 김대중 정부의 강력한 햇볕정책 지지자였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김대중 대통령을 특별 수행하였다. 노무현 정권 때인 2003년 국가안전보장회의의 사무차장이었으며 2006년 통일부장관을 역임했다.


그를 만나 대북 정책과 함께 미국, 중국, 일본 등에 대한 한반도 정책에 대한 해법을 들어봤다.

이종석(왼쪽)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6일 경기 성남 세종연구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성남=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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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년 남북관계는 보는 시각에 따라 여전히 체제경쟁일 수도, 평화통일 연착륙일수도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평화와 번영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국내적, 국제적 접점 찾기로 인식합니다. 이번 정부의 지난 4년 대북정책 성과부터 말씀을 나누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부의 공과를 평가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특히 정부가 성공적으로 나아가고 있을 때는 비교적 평가하기가 수월한 반면 문제가 발생하고 어려움이 겪을 때는 평가하기 난감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정부의 대북정책의 성과에 대해 평가한다면 정부 출범 초기 북한에 대한 접근법과 정책적 구상도 훌륭했고, 그 과정에서 이행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몇 가지 중요한 남북합의를 이끌어 낸 찬란한 성과를 거둔 점은 높은 평가를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이것이 합의 이행을 통한 결실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아직까지 역사를 진전 시킬 만한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점이 매우 아쉽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남북 간의 정상회담이 3차례 진행되었고, 그 중 2차례에 걸쳐 역사에 남을 만한 합의사항들을 도출했습니다.


또한 북미정상회담도 우리 정부가 중재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성과들을 통해 우리가 한반도에서 평화를 공고화하는데 중대한 기여를 할 수 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미흡한 부분들이 발생하여 실패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큽니다.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6일 경기 성남 세종연구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성남=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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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부가 이것만은 꼭 했어야 했다면 무엇이었을까요?


▲딱 하나만 말씀드리자면 2018년 9월 19일 평양 공동선언의 제5항에 관련된 내용입니다. 공동선언 제5항은 북한의 핵문제와 관련한 내용들 담고 있으며 남북 간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합의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북한은 동창리 엔진 시험장부터 폐기시키고 미국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단계적으로 전문가 사찰의 형태를 거쳐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를 취해나갈 것을 합의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문제에서 매우 중요한 합의사항이었습니다. 우리 정부가 이러한 합의내용을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로부터 받아낸 것은 큰 성과였으나 이것이 진정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지려면 미국을 반드시 설득하여 북핵문제의 진전을 이루어야 했습니다.


제 생각에 우리 정부는 제5항의 합의내용을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을 설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북한의 모든 핵시설과 제반 기술들은 영변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이에 대한 폐기를 합의했음에도 미국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는 것은 아마 이러한 제5항의 합의내용이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김정은 총비서와 문재인 대통령 간의 합의와 성과라고 받아들인 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체질적으로 모든 성과를 자신의 것으로 삼고 싶어 하는 트럼프 입장에서 9.19 평양공동선언의 북핵 관련 합의는 김 총비서가 문대통령에게 준 선물로 인식했고, 그래서 이 중대한 합의를 폄하하였고, 결국 한국정부는 이런 미국정부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결과적으로 김 총비서가 2018년 9월 19일 남북 공동선언 제5항 내용을 트럼프대통령에게 제시했다면 어느 정도 성공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공동선언 제5항이 오늘날의 남북관계와 한반도 상황을 만들어 낸 변곡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종석(왼쪽)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6일 경기 성남 세종연구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성남=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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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정부는 현재 한반도 운전자석에 앉아 있나요?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표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포뮬러 원 경주 선수 미하엘 슈마허가 아니라, 화려하지 않아도 마을버스 기사처럼 안전운행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네이비게이션이나 또 다른 역할도 좋을 듯합니다.


▲한반도 운전자라는 표현은 하나의 상징적 수식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표현보다는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도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반도 문제는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는 운명적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운전자라는 표현은 너무 단적인 표현입니다.


상황에 따라 운전자가 아닌 보조석에 앉은 사람도 처한 상황에 적극적인 개입과 사고가 가능하며, 운전자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한반도 문제에 있어 주도적인 자세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6일 경기 성남 세종연구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성남=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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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터뷰에서 이전 정부들의 대북정책 중에서도 지켜나가야 할 부분은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 간 합의가 되어 있거나 또는 국회에서 통과된 사안들에 대해서 가급적이면 일관되게 이어가는 것입니다. 남북 간의 합의는 어떻게 보면 국가 간 합의와 동일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항상 느끼는 것은 우리가 정부와 정권을 구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무한합니다. 또한 정권은 정파적 속성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대한민국 정부를 계승하는 연속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전 정권이 대외적으로 약속한 정책들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부분은 필요합니다. 물론 이것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도 불가피하게 발생할 것이고 그러한 상황에서는 왜 지킬 수 없는지에 대해 상대방의 이해를 구하고 신뢰를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제 경험 때문입니다. 제가 정부에서 일할 때 핵물질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김대중 정부 당시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이 우라늄 농축 실험을 했던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 정부 당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의무 사찰과정에서 드러난 것입니다.


물론 참여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미리 전달받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IAEA는 1980년대 전두환 정권 당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자리에 대한 공개도 요구했습니다.


전두환 정권은 플루토늄 실험을 한 흔적이 있다는 것이었어요. 당시 참여 정부는 북한의 핵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이 사건들이 발생하니까 오히려 한국이 소위 핵실험을 진행한 불량국가(Rogue State)로 받아들여질 우려가 발생한 것입니다.


이때 도하 언론으로부터 정부가 비난을 받고 국제사회의 의구심 어린 눈초리를 경험하면서 느꼈지요. 우리가 ‘이 일은 과거정부 때 일어난 것이니 참여정부 잘못이 아니다’라고 주장해봐야 부질없으며 중요한 것은 정부로서는 책임있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는 점을요.


이러한 경험을 통해 저는 정권은 유한하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무한하다는 것을 몸으로 깨달았고, 정책담당자들은 이런 자세를 가지고 일을 해야한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6일 경기 성남 세종연구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성남=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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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정부들의 대북정책이 일관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한국의 대북정책의 과정에서는 항상 격변기가 존재합니다. 때문에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은 우리 정부의 성향과 더불어 당시 집권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성향과의 친화성 또는 이질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한국의 대북정책에서 문제와 갈등이 발생한 때를 뒤돌아 보면 한국에 진보 또는 보수 정권이 들어섰을 때와 미국의 공화당 또는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 상황이 동질성 있게 맞물리지 못한 때가 많았습니다.


상대적으로 미국 민주당은 동맹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편입니다. 미국 민주당 역시도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적어도 한국 정부가 진보적 성향을 가진 정부일 때는 설득을 통해 한미의 대북정책이 조율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에 평화의 가능성은 높아졌습니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한국의 진보정권과 미국의 민주당 정권이 공동으로 집권하게 된 시기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입니다.


이 시기 동안 페리 프로세스,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 북한 조명록 차수의 백악관 방문 등의 성과가 있었습니다. 올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한국의 문재인 정부와 성향상 동질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구조적으로 볼 때 올해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에서 약간의 기복은 있을 수 있으나 정세완화의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6일 경기 성남 세종연구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성남=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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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가 1년 정도 남은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1998-2000년과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요?


▲그 당시와 현재 상황에는 한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1998년 당시에는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첫 해였고, 클린턴 정부와의 정책적 교류가 이뤄질 상당한 시간이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문재인 정부는 말기에 들어섰기 때문에 바이든 정부와 얼마만큼 정책적 교류가 가능하고, 성과를 낼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와 바이든 정부의 성향을 고려하면 당분간 한반도에서 어느 정도의 안정이 유지될 가능성은 높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문재인-바이든 관계는 문재인-트럼프 때 같은 큰 변화보다는 평화유지란 현실적 접근을 해야 한다는 말씀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트럼프 정부 때처럼 북미관계에서 빅딜구상이 나올 가능성은 낮습니다.


현재 한반도의 갈등상황, 잠재적인 분쟁 요소들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와 바이든 정부는 이러한 요소들을 하나씩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떻게 보면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은 합의조차 이루기 어려운 하나의 빅딜을 성사시키는 쪽으로 진행되었다면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은 단계별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점진적인 외교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북한이 강성대국(强盛大國)임을 과시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북한을 강성대국(强性代國), 즉 강한 성격의 정권 생존을 최우선시하는 비정상국가로 해석합니다. 북한이 가진 아킬레스건은 무엇일까요? 그럼에도 대내외 최악의 생존 조건에서도 북한정권의 내구력은 상당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지금까지 북한의 핵실험 및 안보문제를 중심으로 북한의 호전적, 도발적 모습에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그러다보니 북한에서 발생하고 있는 또 다른 경제적, 생산 분야에서의 변화에 주목하지 못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이 극단적인 경제 제재 속에서도 어떻게 버티고 살아남을 수 있는가에 대해 궁금해 합니다.


김 총비서는 김일성, 김정일 체재 때와 달리 경제적으로 잘 사는 북한이라는 모토를 실현함으로써 자신의 정통성을 세우려는 경향이 매우 강합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북한의 체제는 현재 군사 중심주의에서 경제건설 총력체제로 전환되었습니다. 이것은 국가 자원배분의 우선순위를 전체적으로 뒤집은 것을 의미합니다.


김 총비서는 소위 잘 사는 북한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경쟁이 핵심요소라는 것을 알 고 경쟁을 북한 경제 발전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기존의 레닌식 명령형 경제사어방식이라 할 수 있는 대안이 사업체계를 폐지하고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를 채택했으며 헌법과 노동당 규약에서도 이를 반영했습니다.


이러한 국가전략노선의 전환과 개혁정책 덕분에 내부 생산력이 증가했고, 북한의 경제가 고강도 제재 속에서도 유지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입니다.


한편, 북한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한다면 정권의 변화 및 내부정치 갈등이 심화되는 것입니다. 북한정권 내부의 갈등이 심화되지만 않는다면 북한은 급속한 경제발전은 아니더라도 강력한 제재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최소한의 동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6일 경기 성남 세종연구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성남=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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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국력은 북한의 거의 50배에 달합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해 70년대 수세적 경쟁 심리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듯합니다. 우리의 대북 스탠스에는 묘한 이중적 심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제가 볼 때 현재 남북한 관계는 굉장한 역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분단 이후 남북대결 속에서 기적처럼 민주주의를 성장시켰고, 세계적으로 놀라운 수준까지 달성했습니다.


민주주의의 발전은 다원주의의 발전이고 이는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포용성의 증대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현재 남북한 사이의 경제 격차는 매우 큽니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하면 논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우리가 이전까지 북한에게 가지고 있던 적개심은 완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사회가 고도로 민주화되고 남북 간의 격차가 지속적으로 커진다고 해서 대북 포용력이 높아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낮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설이 우리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입니다. 과거와 달리 이제 우리와 북한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및 생활 전반에서 상당한 괴리감을 가지고 있으며 북한을 한 민족으로 인식하지 않고 남으로 바라보는 세대들이 우리 사회의 주역이 되고 있습니다.


남과 북은 하나가 되어야할 가족이라는 관점에서 적대적인 형제로 바라보는 관념은 과거보다 많이 희석된 상태인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 개의 국가 사고가 확대되어 있으며 북한 정권의 장기 독재적 성격으로 인해 북한에 대한 신뢰 역시도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민족정체성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대북정책을 통한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어 있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평화를 마련하기 위한 체제 구축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정부의 대북정책 근간은 한반도평화프로세스란 이름 그대로 평화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멀리 있는 통일보다 가까운 평화 만들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다음 정부는 평화와 통일 중 어떤 것이 더 강조되어야 할까요?


▲박근혜 정부 당시 소위 통일대박론을 내세우며 통일을 우선시했습니다.


그리고 과거 노무현 정부 당시 때는 통일보다는 평화번영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통일 이전에 남북이 현재의 적대적 갈등상태를 극복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먼저라고 보았기 때문에 한반도의 평화를 더욱 중시하셨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도 노무현 대통령처럼 평화를 중시하는 인물로 그에 맞는 정책을 추진해왔습니다. 앞으로 어떤 정부가 들어설지는 모르지만 만약 문재인 정부의 성향과 유사한 정부가 들어선다면 평화를 강조하는 기류가 더 강해질 것입니다.


-만약 다음 정부가 통일을 강조하게 되면 남북관계가 많이 달라질까요?


▲통일을 담론차원으로 강조할 수는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직접적인 통일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의 형태를 이야기 할 때, 우리가 소위 과거부터 이야기 해온 하나의 제도, 사상, 정치체제를 갖춘 통일방식은 중단기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민족정체성에 대한 관념이 모호해지고, 남북 간의 격차가 상당한 상황에서 민족국가로의 통일은 이미 먼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남과 북이 적대적 관계를 해소하고 정전을 평화협정으로 전환시켜 자유로운 교류가 활성화 된다는 전제 하에서 연합국가의 형태로 통일을 추진한다면 일리는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의 국가 통일, 연방제 통일은 상당한 기간 동안 불가능합니다. 이는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자리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이종석(왼쪽)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6일 경기 성남 세종연구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성남=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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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현실적으로 연방제 통일의 어려움을 이야기 했고, 김정일 위원장도 남과 북이 낮은 단계의 연방제로 나아가는 것은 가능성이 있겠지만 실질적인 연방제 통일은 불가능 하다는 입장에 동의하는 발언을 하였습니다.


즉, 북한 역시도 이미 과거부터 통일문제를 당면과제가 아닌 장기적인 과제로 설정한 것입니다. 앞으로 남북이 통일을 당면과제로 언급하며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국제정치연구자들은 북한연구자들이 객관적 시각이 부족하다고 보는데 비해 북한연구자들은 국제정치연구자들이 객관적 시각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통일부장관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모두 역임하셨습니다. 양자 사이 학문적 갭, 정책적 갭은 없으셨는지요?


▲아무래도 학자로서의 삶보다는 국가 공무원으로서 대한민국의 정책을 담당하는 삶을 살았던 시절은 보다 역동적이면서도 하루하루가 긴장의 나날들이었습니다.


학자와 정부 관료의 삶은 확연한 차이가 있고, 그 사이에서 갭이 발생할 수도 있었겠지만 저는 다행히도 제가 가지고 있던 지식들이 정책적인 삶에서 긍정적으로 활용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에서 일하면서 제가 학자로서 쌓아온 지식과 내용들이 큰 도움이 되었고 통일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일했던 경험이 학자로 돌아와 삶을 사는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제가 ‘칼날의 평화’를 집필하면서 느꼈던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제가 정부에서 일하면서 과거처럼 더욱 연구에 몰두하고 공부하는 시간은 줄어들어 학문적으로 대업을 이루기는 글렀지만 었지만 현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과 더불어 판단력 및 분석력은 이전보다 좀 나아진 측면도 있습니다.


이러한 점들이 제 후속세대들에게 새로운 관점과 안목을 제시하고 전달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하구요.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6일 경기 성남 세종연구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성남=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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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정의하신다면 어떤 단어가 있을까요?


▲제가 삶을 살아오면서 가장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어가 실사구시(實事求是)입니다.


사실에 입각하여 진리를 탐구하는 태도는 제가 공부하고 연구하던 시절과 더불어 정부에서의 생활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자세입니다.


그래서 저는 많은 이들에게 실사구시적 삶을 추구하는 사람으로 인식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습니다.


◆이종석

이종석 전 장관은 3년간의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장을 거쳐 노무현 정권 말기 2006년 2월부터 12월까지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2003년 NSC 차장으로서 인연을 맺었다. 저서는 ‘북한-중국 국경: 역사와 현장’(2017), ‘칼날 위의 평화: 노무현 시대 통일외교안보비망록’(2014) 등이 있다.


정리/유인호기자

녹취/신의찬 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 연구원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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