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페미니즘' 이어 '내로남불' 까지…선거 문구 불허한 선관위, '표현 자유 침해' 우려
선관위, 특정 선거문구 불허 결정 편파 논란
전문가 "편향성 의심…결정에 명확한 기준 없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서울시선관위 직원들이 선거벽보를 부착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4·7 재·보궐선거 투표 독려 문구의 특정 표현 사용을 연일 제한하면서 공정성·편향성 논란을 빚고 있다. 앞서 선관위는 '성평등', '페미니즘' 문구 사용을 불허한 데 이어 '내로남불' '위선' '무능' 표현 또한 특정 정당이 인식된다는 이유로 사용을 금지했다.
선거법 위반을 근거로 민주적 선거 운동을 방해하며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는 선관위의 조치가 명확한 기준에 따른 결정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민의힘 홍보국은 '투표가 위선을 이깁니다', '투표가 무능을 이깁니다', '투표가 내로남불을 이깁니다' 3가지 문구를 사용할 수 있는지 선관위에 문의했으나 "사용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3일 밝혔다. 특정 정당이 유추된다는 게 이유였다.
선관위는 "해당 문안은 특정 정당을 쉽게 유추할 수 있거나 반대하는 것으로 보이는 표현이므로 일반투표 독려용으로는 사용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공정성·중립성이 의심된다며 즉각 반발했다. 김예령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4일 논평을 내고 "이제는 선관위까지 나서 민주당은 위선·무능·내로남불 정당이라고 인증하며 박영선 후보 '팀킬' 팀원으로 합류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변인은 이어 "선관위의 공정성, 중립성에 의문을 가지면 민주당은 '민주주의 훼손 세력'이라고 몰아붙인다"며 "친여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 선관위원장과 '문재인 대선캠프' 출신 상임위원이 장악한 선관위. 누가 이 선관위를 선관위라 부르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선관위의 편파성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시민단체인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공동행동)은 재·보궐 선거를 한 달가량 앞둔 지난달 9일 '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게시하기 위해 선관위에 문의했으나, 선거법 위반이라는 통보를 받은 바 있다.
'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문구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상기해 이번 선거의 의미를 되새기자는 취지에서 제작된 문구로, 선관위는 해당 문구가 "일반 선거인이 선거 실시 사유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투표행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선관위는 이 밖에도 '나는 성평등에 투표한다' '나는 페미니즘에 투표한다' 등의 문구 사용 역시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어 사용 불가하다고 판단했다.
선관위는 불허 근거로 선거법 제90조와 제93조를 제시하고 있다. 이 조항은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 현수막을 포함한 시설물을 설치·진열·게시·배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정당 명칭이나 후보자의 성명·사진 또는 이를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명시한 경우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행위로 간주한다.
그러나 앞서 선관위는 더불어민주당 당 색인 파란색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 '택시 래핑' 선거홍보물, 기호 1번 정당인 민주당을 홍보하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는 교통방송(TBS)의 '#1(일)합시다' 캠페인의 경우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선관위의 결정이 편파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이 지난달 23일 '보궐선거 왜 하죠?', '성평등'이라는 문구 사용을 불허한 선거관리위원회 결정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시민들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누리꾼들은 "노골적으로 편향적인 작태를 벌이고 있다",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보다 선관위법이 상위개념인가", "저런 말도 못 하면 여기가 민주주의국가 맞는 것인가", "대한민국 선관위가 아니고 민주당 선거 대책본부 같다" 등 비난을 쏟아냈다.
논란이 거듭되자, 선관위는 지난달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선거법 제90조·제93조 등이 선거운동 및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여 국민의 법 감정과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규제 위주라는 지적에 깊이 공감한다"며 "이번 재·보궐선거일 이후에도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개정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는 선관위의 조치는 명확한 기준에 따른 결정으로 보이지 않으며 지나치게 선거법을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관위의 결정은 명확한 기준 없이 한쪽 정당의 유불리에 따라 선거법을 적용하고 있다"며 "대다수의 국민들이 보기에는 특정 정당에 대해서만 왜 그런 표현 규제를 하느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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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선관위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조직인데 구성원 자체부터 편향성이 의심되고 있다"며 "무엇보다 선관위의 역할은 유권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는 데 그 정보가 필요한 정보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지, 특정 정당에 유리한지 아닌지로 판단을 해선 안 되는 것이다. 판단하는 것은 국민이 하는 것이고, 그 기준은 공정하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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