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양 후보 대입한 단일화 방식, 정치 역사상 없었을까
2002년 대선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양 후보 대입하는 방식의 문구 활용
후보 대결구도 설정한 뒤 유리하냐, 불리하냐 묻는 방식은 찾기 어려워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양 후보를 대입해서 누가 유리하냐 불리하냐 이런 식으로 묻는, 지금까지 단일화 방식 중에 한 번도 정치 역사상 쓴 적 없는 걸 들고 나와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 협상과 관련한 얘기다.
후보 단일화는 주요 선거 때마다 판도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이번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마찬가지다. 후보 단일화 결과에 따라 당락의 균형추가 기우는 경우 관심도는 더욱 증폭된다.
후보 단일화 역사를 되짚어보면 합의된 단일화 문구는 ‘적합도’, ‘경쟁력’, ‘절충형’으로 정리된다.
예를 들어 A당과 B당 후보 중 어떤 후보를 단일후보로 선호하느냐고 묻는다면 적합도 조사라고 할 수 있다. A당과 B당의 후보 중 어떤 후보가 단일후보로 경쟁력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경쟁력 조사라고 할 수 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5일 서울 영등포 더플러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단일화 비전발표회에 참석, 인사를 나누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조사 방식에 따라 후보별 유불 리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적합도와 경쟁력 조사를 섞은 절충형 조사를 활용하기도 한다. 후보 단일화 문구에 대한 선호는 선거 때마다, 후보와 정당에 따라 각기 다르기에 정형화된 모범답안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오세훈 후보가 CBS라디오에서 밝힌 내용은 어떻게 봐야 할까. 오세훈 후보는 양 후보를 대입하는 단일화 방식에 대해 언급했다. 아울러 누가 유리하냐, 불리하냐는 식의 물음에 대해 지적했다.
김현정 앵커는 “박영선 대 오세훈, 박영선 대 안철수. 누가 더 유리하다고 보십니까? 이런 건가요”라고 물었고 오세훈 후보는 “네”라고 답변했다.
오세훈 후보의 라디오 인터뷰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단일화 문구를 놓고 합의를 이루기 전에 밝힌 내용이다. 양당이 여러 방안을 놓고 의견을 조율하는 상황이었다.
“정치 역사상 쓴 적이 없는 것을 들고 나왔다”는 표현의 사실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한국 정치사에 양 후보를 대입하는 형식의 단일화 문구가 있었는지, 후보 두 명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누가 유리하다고 보느냐는 물음이 있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선거 단일화 역사상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은 2002년 대통령선거의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 단일화이다. 단일화는 2002년 11월24일, 두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로 이뤄졌다. 샘플 수는 각 2000명이었다. 질문 방식은 대선 출마 선언자 6명 가운데 누구에게 투표할지를 먼저 묻고, 이회창 후보를 택하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질문하는 방식이었다.
여론조사 문구는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와 경쟁할 단일후보로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겠느냐’는 내용이었다.
경쟁 상대의 이름을 호명한 뒤 양 후보(노무현, 정몽준)를 대입하는 단일화 방식이다. 오세훈 후보가 언급한 내용 중 양 후보를 대입하는 형식의 단일화 방식은 과거에(2002년 대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노무현 대 이회창, 정몽준 대 이회창 후보의 대결 구도를 설정한 뒤 누가 더 유리하냐고 질문하는 문구는 아니었다. 다른 선거의 단일화 여론조사에서도 A후보와 B후보를 대입해서 누가 유리하냐 불리하냐는 식으로 묻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세훈 후보의 주장 가운데 ‘누가 유리하냐 불리하냐 이런 식으로 묻는’ 단일화 방식은 없었다는 내용은 대체로 사실로 판단할 수 있다. 반면에 ‘양 후보를 대입하는 단일화 방식’은 2002년 대선 단일화 사례가 발견됐으므로 정치 역사상 한 번도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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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오세훈 후보의 “양 후보를 대입해서 누가 유리하냐 불리하냐 이런 식으로 묻는, 지금까지 단일화 방식 중에 한 번도 정치 역사상 쓴 적 없는 걸 들고 나와서”라는 내용의 발언은 절반의 사실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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